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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맛있는 책읽기 (275)
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사람들은 삶의 순간순간마다 일상적인 먹을 것과 탈 것에서부터 학업, 결혼, 직장과 같은 중요한 진로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선택을 합니다. 내 생각대로, 원하는대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선택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나 가까운 주위 사람들의 기대, 당연히 해야만 할 것 같은 사회적 압박 등에 떠밀려 원치 않는 길에 들어서기도 합니다. 무한한 선택의 자유를 누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하는 직장 혹은 조직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나를 고용한 사람이나 조직의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처음 몇 번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거부가 계속되면 결국 고용된 곳에서..
레고 블럭을 가지고 무언가 만들어 본 적이 있나요? 아마도 레고 블럭은 어린이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장난감 중 하나일 겁니다. 레고는 생활용품, 건축물, 자동차 등 특정한 카테고리의 제품에서부터 영화 등을 주제로 한 세트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자랑합니다. 레고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미리 정해진 모양을 만들어 가는 것도 난이도가 있어 재미있고,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나름의 만족과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진정한 레고의 묘미는 특정한 유형이 없이 거의 무한한 조합으로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는 클래식 블럭에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저도 장난감 상자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블럭을 꺼내봅니다. 그렇지만 막상 뭘 만들려고 하면 막막합니다. 이리 ..
신경 끄기의 기술작가마크 맨슨 지음출판갤리온발매2017.10.27.평점리뷰보기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것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열심히 책도 읽고, 여행도 하고, 직업도 바꿔봅니다. 부단한 노력끝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다면 그만한 행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이런 행운을 누리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엄기호 작가는 라는 책에서 우리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자기계발 하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공부하며 능력을 쌓고 있지만 계발한다는 자기는 잃어버린 지 오래다. 무얼 계발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계발만 하고 있으니, 그 계발은 자기 자신을 파헤치는 삽질에 불과하다.”(14쪽) “때로는 사람들은 ‘하는 것’이 너무 많아..
미래가 원하는 아이 작가문석현출판메디치미디어발매2017.11.15.평점리뷰보기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세간엔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고, 수고스러운 노동은 로봇들에게 맡기고 만족스런 자유 시간을 갖자는 낙관적 제안도 있습니다. 두 쪽의 주장엔 나름의 근거와 논리가 있기에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 혼란스럽습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자신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게 될 자녀들을 염려하며 벌써부터 불안해 합니다.짧게는 다음 해에 유행할 트렌드에 대한 전망부터 길게는 30-40년 후 미래 예측에 이르기까지 미래 사회를 다룬 책들도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는 많은 가정과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미래 예..
아내 가뭄 작가애너벨 크랩, 정희진출판동양북스발매2016.12.12.평점리뷰보기 [구인 공고] - 담당직무: 생기 넘치지만 종종 정신없기도 한 환경에서 활달한 소규모 팀 이끌기 - 팀원성향: 변덕이 심하고 옹졸하기도 하며 대놓고 반항을 하는 경향이 있음 - 지원자 요건1.참을성2.청소, 세탁, 학습지도, 유지보수, 온갖것 조달업무, 안전/보건, 작업치료, 영양, 도덕적 지침과 상담, 교통편의 제공, 기술교육, 팀 내 인적 자원 관리, 아웃소싱, 멘토링, 중재, 교육과 위생 책임3.탁월한 운동 조절 능력과 침착한 성격 필수4.기초적 가정용품으로 10분 안에 그럴듯한 배트맨 의상 만들 수 있는 능력 - 참고사항1.반복 업무를 해야 할 때가 많음2.정식 업무 평가는 없지만 절망적 순간에 지원자가 정기적으로 자..
시대의 소음 작가줄리언 반스출판다산책방발매2017.05.29.평점리뷰보기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좌파척결’이라는 국정철학을 실행하기 위해 자신들의 생각에 반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압박하고 심지어 퇴출시키기까지 했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민주 국가라는 곳에서도 이런 일이 자행될 수 있었는데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렀던 공산당이 통치하던 구 소련에서는 어땠을까요? 블랙리스트 시대를 끝내기 위해 정치권력과 예술, 그리고 예술인들의 관계를 살펴보는데 안성맞춤인 소설이 한 권 있습니다. 영국의 작가 줄리언 반스가 쓴 입니다.저자는 구 소련의 폭압적 독재하에서 활동했던 천재 음악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자서전이나 평전이 아닌 소설로 재해석했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평가는..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 작가박윤선출판사계절발매2017.04.22.평점리뷰보기 여행을 할때면, 특히나 그곳이 외국의 어떤 곳이라면, 그곳이 막연히 좋아보입니다. 여행지와 내가 사는 곳이 한없이 대비되면서 그곳은 더욱 낭만적으로 보이죠. 건물벽에 있는 낙서, 지나는 사람, 창 밖 풍경, 심지어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마저도 낭만적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아, 이런 곳에서 살고싶다’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낯설음 혹은 익숙하지 않음의 효과이고 뻔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익숙한 곳을 과감하게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저를 사로잡습니다. 더군다나 흉물스러울 수 있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도 멋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낭만의 도시 파리를 가진 프랑스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
공부 공부작가엄기호출판따비발매2017.07.13.평점리뷰보기 학교를 졸업한 지 십 년도 더 지났는데 전 공부를 합니다. 학창시절과 지금 공부의 의미와 목적이 다르기는 하지만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선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했습니다. 농사를 짓던 저의 부모님께서는 “힘들게 농사 지을래, 공부할래” 라고 묻곤 하셨습니다. 따로 공부하란 말씀을 하시지 않았는데 전 힘들게만 보였던 농사를 피하기 위해 보다 손쉬워 보이는 공부를 택했습니다. 부모님은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으셨습니다. 저 역시 당시엔 이 믿음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노력하면 보상을 받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범생이가 되어 대입..
만물은 서로 돕는다 작가표트르 A. 크로포트킨출판여름언덕발매2015.11.15.평점리뷰보기 '혹독하고 무자비한 생존경쟁', 동물세계에서나 인간사회에서나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어져버린 개념인 듯 합니다. 다윈주의자들의 주장을 종교처럼 받들고 있던 세계에 그것이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었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쳤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 활동했던 아나키즘 사상가이자 혁명가였던 표트르 A. 크로포트킨(Kropotkin)입니다. 크로포트킨은 라는 책에서 생존경쟁이라는 자연법칙에 반하는 많은 증거들을 제시하며 동물과 인간의 삶을 유지시켜왔던 다른 측면의 자연법칙을 소개합니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며 저자는 우리가 다윈의 생존경쟁 가설을 어떤식으로 오해했는지 알려줍니다. 이전까지는 제대로 알..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작가애슈턴 애플화이트출판시공사발매2016.12.15.평점리뷰보기 “동안이시네요.” 이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제가 지금까지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에서는 없었습니다. 저 역시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기분이 좋고 흐믓합니다. 우리는 왜 '젊다 혹은 젊어 보인다'는 말에 이렇게 반응할까요? 라는 책에서 애슈턴 애플화이트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이 태도에 차별이 스며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애플화이트는 인간 사회에 인종차별, 성차별과 같이 연령차별(나이에 따른 차별)도 만연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그리고 나이에 따른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자고 촉구합니다. 저자 자신도 “나이 드는 것을 생각하면 '막연한 불안'과 '속이 매스꺼워 죽을 것 같은 두려움' 사이의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