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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미래를 위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본문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세간엔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고, 수고스러운 노동은 로봇들에게 맡기고 만족스런 자유 시간을 갖자는 낙관적 제안도 있습니다. 두 쪽의 주장엔 나름의 근거와 논리가 있기에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 혼란스럽습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자신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게 될 자녀들을 염려하며 벌써부터 불안해 합니다.
짧게는 다음 해에 유행할 트렌드에 대한 전망부터 길게는 30-40년 후 미래 예측에 이르기까지 미래 사회를 다룬 책들도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는 많은 가정과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미래 예측 도서들을 읽는다고 해도 앞날에 대한 불안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까지 있었던 사회적 변화 양상을 근거로 가장 그럴 법한 사회를 추측하는 것 뿐입니다.
다른 분야보다 변화의 속도가 훨씬 빠른 소프트웨어 업계에 있으면서 세상의 급격한 변화를 최전선에서 체험했던 한 아빠도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데이터경영연구소 소장인 문석현 박사는 자신이 지금까지 경험한 세상의 변화를 바탕으로 <미래가 원하는 아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인터넷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업계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숨막힐듯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요즘의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 지 저자가 생각했던 사항들을 다른 부모들과 가볍게 이야기 나누는 정도의 책입니다. 딱딱한 느낌의 ‘미래 전망 보고서’류의 책들과는 달리 최근의 변화상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직업의 변화상, 미래를 위한 교육, 미래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등의 주제들을 대화하듯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하지만 저자가 미래 직업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꽤 냉정한 편입니다. 저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과 실패가 단기간 내에 명확히 구분되는 분야에 있었던 만큼 직업의 양극화, 일당백을 가능하게 하는 생산성 향상 도구, 승자독식인 혹독한 경쟁 등 세상은 지금보다 더 냉험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 도구 활용 능력,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는 능력, 자율성과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 등을 키울 것을 제안합니다.
꿈 속을 날아다니는 듯한 마냥 밝은 미래 전망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미래 직업세계에 대한 저자의 예상은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선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냉혹한 미래 직업 세계를 대비하기 위한 인공지능 전문가의 조언치고는 막연하고 진부한 느낌이어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말 그대로 예측해보는 것이기에 그리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조언이기에 저자의 제안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서와 같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저 역시 공학/기술분야에 종사하고 있기에 기술발전에 관심을 가지라는 저자의 제안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예를 든 드론, 3D프린터, 생물유전자 조작 등의 기술은 이미 실용화에 접어든 것들이어서 미래 기술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느낌입니다. 차라리 저자의 전문 분야인 인공지능과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했으면 보다 유익했을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저자의 제안에 공감하는 부분은 과학을 공부하고 체험해보라는 것입니다. 과학을 공부하면 좀 더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고, 현대 사회는 과학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기에 과학을 모르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가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꼭 과학자나 공학자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공학도로 인생 절반을 살아온 저 역시 자녀들에겐 상식적인 선에서라도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알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으니까요.
<미래가 원하는 아이>라는 책 제목과 ‘인공지능 박사 아빠가 말하는 미래의 일과 행복’이라는 부제목을 보고 너무 큰 기대를 한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주된 역할을 하게 될 좀 더 구체적인 미래 전망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교육시스템의 문제, 책의 중요성, 말하기와 글쓰기, 영어와 중국어 습득, 실패에 대한 태도, 부단한 연습, 다양성의 추구 등의 이야기거리는 너무 일반적인 내용들이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저자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지털 혁명은 계속될 것이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기술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계와 알고리즘이 기존에 사람들이 하던 일들을 대체하게 될 것도 자명해 보입니다. 아이들이 이와 같은 미래 세계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갈 수 있다면 좋겠지요.
미래를 바라보는 현실적 시각에 비해 이 책의 중/후반부에서 저자가 하는 제안들에선 교과서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다고 해도 시야를 넓히는 기회로서 과학과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갖게 하자는 부분에 있어선 매우 공감했지만, 인공지능 및 데이터 전문가로서 알고리즘이 가진 한계나 사람이 보다 잘 할 수 있는 일,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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