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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맛있는 책읽기 (275)
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죽음 카탈로그작가요리후지 분페이출판필로소픽발매2018.07.10.평점리뷰보기 얼마 전부터 오리는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대체 누구야? 왜 내 뒤를 슬그머니 따라다니는 거야?” “와, 드디어 내가 있는 걸 알아차렸구나. 나는 죽음이야.” 죽음이 말했습니다. -볼프 에를브루흐의 그림책 중에서- 사건 사고로 인한 사망소식을 거의 매일같이 접하고, 주변 지인들의 부고를 꽤나 자주 받으면서도, 심지어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서도 죽음은 내게 일어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언제나 남의 일입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에라야 그나마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기는 합니다만 그것도 며칠 지나고나면 이내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에서 볼프 에를브루흐가 그린 것처럼 죽음은 항상 우리 곁..
이브 프로젝트작가리브 스트룀키스트출판푸른지식발매2018.01.12.평점리뷰보기 보지: ‘음부’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음부: 남녀의 바깥 생식 기관. 주로 여성의 것을 가리킨다. -표준국어대사전- 글의 첫머리에 소리내서 읽기 쉽지 않은 단어 ‘보지’를 보시고 당황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브 스트룀키스트라는 스웨덴 출신 작가가 낸 라는 책을 읽고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어째서 여성 성기의 일부를 지칭하는 단어가 국어사전에서조차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라는 정의를 갖게 된 것일까요?“우리 문화의 이상한 점은 여성의 샅에서 성기가 외부로 드러나는 부분을 언급하거나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보지(외음부)’라는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하기를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36쪽..
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작가마크 릴라출판필로소픽발매2018.06.10.평점리뷰보기 2016년 11월 스마트폰 뉴스 알림으로 온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서 ‘뭐야…트럼프네? 트럼프야..’라고 탄식할 때 영화 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서로의 손목을 건 도박판에서 아귀(김윤석)가 들고 있던 사쿠라 화투장만큼이나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제게 충격이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자 경선에 참여해 후보자로 결정될 때까지도 그가 대통령까지 되리라는 예상을 거의 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었을 즈음 강준만 교수의 이란 책을 통해 트럼프가 지지를 받게 된 당시 미국의 정치 상황과 트럼프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
똑똑한 불복종작가아이라 샬레프출판안티고네발매2018.03.21.평점리뷰보기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라면 그것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 한용운 - 복종과 불복종에 대해 이렇게 간명하게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시에서 화자는 ‘당신’에게는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싶으며 그것은 자유보다도 달콤하고 행복하기까지 하다고 말합니다. 그런 ‘당신’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라는 명령에는 따를 수 없다고 합니다. 당신 아닌 다른 권위에 복종해..
그해 봄작가박건웅출판보리발매2018.04.09.평점리뷰보기 우홍선, 김용원, 송상진, 하재완, 이수병, 도예종, 여정남, 서도원.한국 현대사에서 결코 잊어선 안되는 이름들입니다. 독재를 영구화하기 위한 유신헌법 제정으로 반대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박정희 정권은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이 여덟 명을 잡아들여 고문하고 조서를 조작하고 결국엔 사형시켰습니다. 박정희가 대통령이었고 김종필이 국무총리로 있던 1975년 4월 9일 새벽의 일이었습니다. 빨갱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씌워 여덟 명의 생명을 앗아가기까지 채 1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국가는 구금되어 있는 기간 동안 피해자들을 가혹하게 고문했고,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게 했으며, 재판도 형식적으로 했습니다. 박정희의 ..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작가헤르만 헤세출판뜨인돌발매2006.10.28.평점리뷰보기 원자들이 하나 하나 결합해 전혀 다른 성질의 물질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인간의 지식수준에서 확인한 바로는 세상 만물은 단 100여개의 기본 원소들이 조합되어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떤 조합인지에 따라 무기물이 되기도 하고 유기물이 되기도 합니다. 생명이 없는 기본 원소들의 결합으로 생명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세상. 이 신비를 매순간 알아채며 살아가진 못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연의 신비를 깨닫고 감탄하곤 합니다. 책의 세계도 비슷합니다. 따로 흩어져 있을 땐 아무것도 담을 수 없는 자음과 모음들이 결합되어 글자가 되면 비로소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자연계의 원소와 같은 작은 기본 그릇이 만들어집니다. 이 글자들이 모여 단어가..
망작들작가리카르도 보치출판꿈꾼문고발매2018.03.16.평점리뷰보기 호메로스, 플라톤, 단테,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허먼 멜빌,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프로이트, 프루스트, 카뮈, 헤밍웨이… 세계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들을 쓴 작가들입니다. 이 작가들의 작품이 훌륭한 것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읽으려고 하면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면 아주 흔하게 듣는 대답은 ‘고전’입니다. 이때 아마도 위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들은 거의 빠지지 않고 거론될 겁니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은 각 작품들의 훌륭함, 작가와 작품이 세계 문학사에 남긴 의미,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 작가들을 읽어야 하는 이유 등을 말하며 추천합니다. 죽기 전엔 이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감상..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작가벨 훅스출판문학동네발매2017.03.27.평점리뷰보기 가부장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살아오다가 그것이 주로 남성에게만 자연스러운 것이었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고 있습니다. 남성이란 이유만으로 가정, 학교, 직장 등 삶의 현장 곳곳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우대를 받아왔다는 점도 알아갑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성차별 혹은 성폭력 사건들도 조금씩이지만 페미니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도 되었습니다.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며 페미니즘 운동에 동참해야지’ 마음도 먹었습니다. 직장에서 남성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성차별이 스며든 말들에도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대화하는 그 자리에서 남성 동료들에게 그 말들의 잘못된 점을 언급하기는 쉽지 않..
지난 4월 17일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라는 반헌법적 경영 방침에서 한 발 물러나 노조를 인정하고 협력업체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고용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2013년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출범 이래 노동조합은 이 두가지를 얻어내기 위해 5년을 싸워왔고 그 과정에서 2명의 동료를 잃었다고 합니다.(‘골리앗 삼성 이긴 다윗’ 합의서 쓴 날은 세상 뒤집은 날_오마이뉴스 4월 18일)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조합설립을 위해 노동자가 왜 목숨을 버릴 정도로 싸워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사람이 죽어도 꿈쩍하지 않던 회사가 검찰 수사 등의 압박에 마지못해 노동조합을 인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을 경영의 걸림돌로 여기는 회사는 삼성만이..
복종에 반대한다작가아르노 그륀출판더숲발매2018.01.03.평점리뷰보기 4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에게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참사를 겪은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의 치열한 진상규명 요구에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지만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은 무엇인지,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는지, 당시 정부는 진상규명 노력을 왜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했는지 등 진실은 아직도 침몰한 상태 그대로입니다. 직접 참사를 겪은 당사자가 아님에도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아픔으로 가슴이 저립니다.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의 불의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혹은 저항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정원,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