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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맛있는 책읽기 (275)
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여성, 인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날입니다. 회사가 매년 여성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여성조합원들에게 근무일수 하루를 빼주는 걸 보면서 ‘여성들은 좋겠네’ 하고 부러워하기만 했을 뿐입니다. 어떤 남성조합원은 왜 남성의 날은 없냐며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엔 남성들이 이처럼 생각없이 내뱉는 말들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남성의 날은 왜 없냐고? 여성의 날을 따로 정해서 기념한다는 건 그만큼 여성이 소외되어 왔기 때문임을 굳이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최근 몇년 동안 많은 남성들이 ‘이제는 성평등이 이루어졌다’ 혹은 ‘역차별이다’라고 말하기도 하..
알베르 카뮈 에서 얻는 교훈들 예기치 않은 곳에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됨에 따라 우리 나라 상황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겨나고 그들에게서 확진자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비난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입니다. 더구나 한국 기독교에서 이단이라 규정하는 단체인 신천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몰상식한 일부 기독교 목사들에게 좋은 설교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해 확산되고 있을 때에도 한국의 일부 기독교 목사들은 성경을 인용하면서 중국과 중국인을 혐오하는 설교를 배설했었습니다. 이제는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대치되는 집단에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증가하고 있으니..
2020년은 지금도 널리 읽히는 고전이 된 과 를 쓴 조지 오웰(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1903.6.25~1950.1.21)이 세상을 떠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명작으로 인정받는 소설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조지 오웰이지만 그는 다양한 영역에서 글을 썼습니다. 기일을 맞아 그의 유명한 소설들을 다시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조지 오웰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책도 읽어볼 만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지 오웰이 저널리스트로서 쓴 기사와 칼럼을 선별해 담은 은 또 다른 조지 오웰을 소개합니다. 조지 오웰의 기사들을 엮어 책을 만든 김영진씨는 조지 오웰이 다루는 다양한 관심사들을 평등, 진실, 전쟁, 미래, 삶, 표현의 자유라는 여섯 가지 주제 아래 모았습니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조지 오웰의 생..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12월 31일과 다음 해 1월 1일이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해 아침이라고 일출을 보러 가는 사람들을 참 이상하다 생각하곤 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새로운 느낌은 해뜬 후 아침이슬처럼 금새 사라져 버리니까요. 하지만 이런 생각과는 모순되게도 저 역시 연말연시엔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살아갈 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봤으면 어땠을까 상상하곤 합니다. 까페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에 끊임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저들의 인생은 어떨까 궁금해 하고, 텔레비전에서 보는 유명인들의 삶을 동경하며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다..
“40분마다 1명, 하루 38명, 한해에 1만4천명이 자살하는 나라” 얼마 전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칼럼에서 언급한 이 나라는 대한민국입니다. 연말이다 크리스마스다 한창 들뜬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을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안다고 해도 속수무책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죽음으로 향하는 길에서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살은 없다 신영전 교수는 2018년 대한민국 자살 사망자 수를 보면서 “자살은 없다”고 썼습니다. 신 교수는 칼럼에서 이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한 가해자들을 하나하나 지목합니다. 타인의 자살을 함부로 비난하는 자들, 대책 없는 정부, “대학을 못 가면 살 가치가 없다”고 내뱉은 부모와 선생들, 민생을 외면한 국회의원들, 악한 검찰과 기업인들, 돈과 권력의 편이..
매일 곁에 두고 읽는 묵상집, 박노해 사진에세이 연말연시. 또 한 해가 흘러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온 나날들을 돌아볼 것이고 또 새롭게 맞이할 한 해를 계획할 것입니다. 연말이 되니 저 역시 한 해를 어떻게 살았나 돌아보게 됩니다. 달력, 다이어리, 스마트폰 메모 등을 찾아보며 지나온 한 달 한 달, 하루 하루를 추적해 봅니다. 자연스레 ‘하루’의 의미도 생각하게 됩니다. “‘하루’. 참으로 평범하고도 경이롭고, 흔하고도 무서운 말이 ‘하루’다. 하나의 물방울이 온 하늘을 담고 있듯 하루 속에는 영원이 깃들어 있는 일일일생의 하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하루는 저 영원과 신성이 끊어진 물질에 잠긴 시간이 되고 말았다. 지금 시대는 돈이 없이는 살 수 없고 돈이 있어도 삶이 ..
지난 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사들을 다룬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몇 년 전 박정희 탄신제 소식을 전하는 영상기사를 보며 혀를 찼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전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대했던 독재자를 아직도 기리고 그리워하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딸까지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나라이니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해도 수많은 생명값으로 민주주의를 이뤄낸 나라에서 제 1야당의 국회의원들까지도 독재자를 그리워하며 추모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 민주공화국이고 이 한 문장을 헌법 첫머리에 기록하기 위해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모릅니다. 민주공..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몸싸움도 마다않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부정을 저지르는 검사와 판사들에 대한 고발도 끊이지 않습니다. 감옥이 우리나라 대통령의 필수코스가 된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이렇게 ‘정치’는 더러움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일상에서도 정치라는 말이 붙으면 눈살부터 찌푸리게 됩니다. 정치인들의 실망스런 행태들로 인해 죄없는 정치가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회사에서도 정치라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저 사람은 정치를 참 잘해서 승진이 빨라’라든지 ‘너 참 정치적이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정치’는 상사에게 하는 아부 혹은 조직 내에서의 권모술수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더럽게 만든 것이지..
위임받은 권력을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한 불의한 대통령에게서 권력을 회수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번엔 광화문 광장이 아니라 서초역 주변입니다. 3년 전 촛불은 국민의 대리인들 중 수장인 대통령과 그 종복들의 잘못된 권력행사를 국민들이 질타한 것이었다면 이번 촛불은 대리인들 중 선출되지 않는 권력, 검찰을 향한 명령입니다. 다시금 주권자들의 의견을 대리인들에게 직접 전달하게 된 이 즈음 3년 전 촛불을 들었던 상황과 그 기록들을 꺼내봅니다. 시민들의 저항운동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하는 ‘촛불혁명’. ‘촛불정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그 당시 우리 국민들은 무엇을 요구했었는지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박노해 시인이 잘 표현한 바 있습니..
인생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그림책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시간이 흐르는 강물이라면 댐이라도 세워 잠시 가둬두기라도 할텐데 시간은 그럴 수도 없네요. 어릴 땐 시간이 더디가서 언제 어른이 되나 한숨지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선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버려서 한숨을 쉽니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더 많아지면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마음은 더 간절해 지겠지요. 단 한 번만 주어지는 인생이기에, 인생에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기에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고 살아갈 날들을 생각해보는 때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땐 특히 아쉬움이 더 커집니다. 선택에 대한 후회나 안타까움, 소원해진 인간관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머릿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