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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촛불혁명이 늙어가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한다 본문
위임받은 권력을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한 불의한 대통령에게서 권력을 회수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번엔 광화문 광장이 아니라 서초역 주변입니다. 3년 전 촛불은 국민의 대리인들 중 수장인 대통령과 그 종복들의 잘못된 권력행사를 국민들이 질타한 것이었다면 이번 촛불은 대리인들 중 선출되지 않는 권력, 검찰을 향한 명령입니다.
다시금 주권자들의 의견을 대리인들에게 직접 전달하게 된 이 즈음 3년 전 촛불을 들었던 상황과 그 기록들을 꺼내봅니다. 시민들의 저항운동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하는 ‘촛불혁명’. ‘촛불정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그 당시 우리 국민들은 무엇을 요구했었는지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박노해 시인이 잘 표현한 바 있습니다.
“불의한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두 가지지. 살아 움직이는 인간들의 항쟁, 그리고 그 현장의 진실과 사상을 담은 한 권의 책. 그 기록과 기억이 다음에 오는 혁명의 불꽃이기 때문이지.” - 박노해 -
촛불을 다시 꺼내 들고 검찰 앞에 선 시민들. 3년전 촛불의 기록을 통해 기억하며 새로운 개혁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교육 거부로 유명세를 탔던 김예슬씨가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까지의 시민운동을 <촛불혁명>이라는 책에 정리했습니다.
해를 넘기며 진행되었던 촛불집회와 그로 인한 결과와 의의를 담은 생생한 현장 사진, 2007년에 있었던 한나라당 경선 후보 청문회를 시작으로 하는 촛불혁명 일지,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 특검 수서결과 발표문, 헌재의 대통령 박근혜 탄핵선고문, 국정논란 관련자 명단까지 꼼꼼하게 기록해 ‘촛불혁명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촛불혁명’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혁명도 늙어갑니다’. 87세대라 불리며 민주화를 이뤄낸 역사를 훈장처럼 여기던 386세대가 주류였던 지난 과거가 이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은 늙어가선 안되겠습니다. 채 3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개혁의 의지가 모이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촛불 시민의 강력한 요구로 만들어졌던 당시 특검은 “반민특위 좌절 이후 70년 만에 촛불의 힘으로 세워낸 ‘혁명 검찰’”이라고까지 불리웠습니다. 그리고 이 ‘국민 특검’에서 1호로 영입한 검사가 윤석열 수사팀장이었죠. 윤석열 검사가 지금은 검찰총장이 되어서 다시 촛불 시민의 요구앞에 서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임명하고 특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면서 검찰 개혁, 사법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 청구권 등을 모두 쥐고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정점에 있는 검찰을 바로잡는 일. 70여년 동안 이뤄내지 못한 과제이자 염원이다. 특검의 활약이 빛났던 시간에 이어, 촛불혁명이 또 한 번의 빛나는 역사를 쓰게 되기를.”(277쪽)
저자는 책에서 위와 같은 국민의 기대를 적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국민의 기대만큼은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무엇이든 반대하는 극우야당의 책임이 크지만 여당의 지지부진한 모습에 신속한 개혁을 요구한 시민들이 실망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도 말한 것처럼 검찰개혁은 70년 이상 이루지 못했던 과제이기에 어려운 일입니다.
왜 이렇게 개혁을 이루기 어려웠을까요. 그 실마리도 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삼성이 검찰 수뇌부와 언론을 돈으로 매수해왔음을 자백하는 결정적 증거(전 이상호 기자)라고 했던 삼성 뇌물 사건의 결과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황교안 검사는 삼성 관계자들은 무혐의 처리하고 이상호 기자를 기소했습니다. 게다가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고 노회찬 의원은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황교안 검사는 검사장,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지금은 극우야당의 대표가 되어 있습니다.
책에는 국정논단 관련자 명단도 실려 있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부류는 <일명 ‘우병우 사단’ 등 정치 검찰 및 부실 수사 검사> 명단입니다. 여기에 이름을 올린 70여 명 이상의 전현직 검사 및 관련자들은 지금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이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다면 검찰개혁에 있어 조금이라도 더 진전이 있지 않았을까요?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적발과 심판을 받지 않고 ‘이렇게 해도 된다’고 특권과 범법의 용기를 물려준 자들. 적폐의 과거를 남겨둔다면 미래는 패배한다. 그들은 반드시 돌아온다. 더 사악한 칼을 들고. 적폐 청산 없이 희망은 없다. 과거 청산 없이 미래는 없다.”(22쪽)
70년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단호합니다.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이행하는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하라는 것입니다. 권력을 위임받은 대리인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누려왔던 조직의 이익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진짜 주인인 국민의 눈치를 보라는 명령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촛불시민들이 요구했던 것은 검찰개혁만이 아닙니다. 촛불을 들 수 밖에 국민들을 몰아간 우리 사회를 조금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자는 마음이 모여서 ‘촛불혁명’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슈가 되고 있는 검찰들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촛불을 들었던 초심을 돌아보고 싶은 시민들이 <촛불혁명>을 함께 읽으며 우리 모두의 의지를 다시금 한데 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청산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불법 대선 개입, 4대강 죽이기, 자원 외교, 방산 비리, 천안함 침몰,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살인, 과거사위원회 폐지, 건국절 왜곡, 국정 역사교과서, 한일 위안부 합의, 불법적 사드 배치, 노동법 개악, 노조 탄압, 전교조 불법화, 검찰 및 사업부 장악,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테러방지법 제정, 공영방송과 언론 장악, 남북 대결, 개성공단 폐쇄, 원전 확대, 공공부문 민영화, 규제완화, 친재벌 정책 등. 더 거슬러 올라가 친일 독재부터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의 광주 학살까지. 다 적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불법과 악정을 하나하나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관련 기관과 제도를 바로잡기까지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 과정인지, 또 한 번 혁명에 가까운 의지를 필요로 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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