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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서평 (24)
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인생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그림책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시간이 흐르는 강물이라면 댐이라도 세워 잠시 가둬두기라도 할텐데 시간은 그럴 수도 없네요. 어릴 땐 시간이 더디가서 언제 어른이 되나 한숨지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선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버려서 한숨을 쉽니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더 많아지면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마음은 더 간절해 지겠지요. 단 한 번만 주어지는 인생이기에, 인생에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기에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고 살아갈 날들을 생각해보는 때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땐 특히 아쉬움이 더 커집니다. 선택에 대한 후회나 안타까움, 소원해진 인간관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머릿속을..
더 나은 일터와 노동을 꿈꾸다. E.F.슈마허의 오늘도 이른 아침에 출근을 합니다. 표정은 생기가 없고 어둡습니다. 발걸음은 무겁습니다. 비교적 좋은 조건에서 일을 하고 급여도 상당한데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왜 항상 무거운지 모르겠습니다.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은 ‘일’. 만족하며 즐겁게 할 수는 없을까요? 일터가 재미없다고 하면 직장 동료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욕심부리지 말고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고들 합니다. 물론 감사합니다. 하지만 돈을 받으며 하는 일이라도 즐겁게 하고 싶다는 것은 정말 과한 욕심일까요. 직장이 고통과 돈을 바꾸는 곳이 아니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만족스러우며 창조적인 노동을 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유지하며 조화로운 삶을 살 수..
7월 9일 tvN에서 방영한 25화에서 진행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주제로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진행자들은 직장인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에서 만나는 시민들에게 ‘150~250만원 받는 백수와 400~500만원 버는 직장인 중 어떤 삶을 선택하겠는가’ 물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백수를 선택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아 흥미로웠습니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출근해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은행에서 청소를 하시는 노년의 세 여성은 ‘250만원 백수와 500만원 직장인 중 선택한다면?’이란 물음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직장인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일할 때 행복하다고 했고, 심지어 한 분은 300만원을 받아도 직장을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이분들에게 일은 돈 이외에도 다른 의미를 ..
14년째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퇴근하고 뭘 했지? 입사 초기엔 연애를 했고, 결혼 후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는 주로 아이들을 돌보며 함께 놀았다. 아이들과 함께 있다보면 행복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뭐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아내는 지혜롭게도 육아를 할 때 ‘한 사람에게 몰아주기’ 전략을 제안했다. 1주일을 월수금, 화목토 등으로 나눠 육아를 맡는 것이었다. 부부가 같이 육아를 하는 것이 유익한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 부부는 한 사람에게 몰아주기 전략으로 육아를 했다. 이렇게 해서 아내도 나도 자신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벌 수 있었다. 나는 생계를 위한 노동에 약 12시간을 쓰고, 1시간 정도 저녁식사를 하고, 6~7시간 정도 잔다고 하면 약 ..
"오늘 택배로 김장 보냈다." 매년 김장철이 되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께 받는 메시지입니다. 부모님께 메시지를 받은 다음 날엔 택배 기사님에게 "고객님의 택배를 안전하게 배송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현관 앞에 쌓인 김장박스 사진과 함께. 신속한 배송에 놀라면서도 그 무거운 김장박스를 엘리베이터도 없는 3층에 올려다 놓으신 배송기사님께 미안한 맘이 들곤 합니다. 우리나라 택배는 정말 놀랍습니다. 왠만한 물건은 하루이틀이면 배송이 완료되고 온라인 쇼핑의 경우엔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상품을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이토록 편리한 서비스를 빈번하게 이용하면서도 그 과정에 있는 노동자들을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나마 김장이나 쌀 같이 무거운 물건을 배송받았을 때 배송기사님께 느끼..
“강은 누구의 것인가?”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가 쓴 을 읽기 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물음이었습니다. 강 주변에서 강이 주는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강의 주인일까요? 아니면 일종의 공공자원으로서 강이 있는 나라 모든 국민들의 것일까요?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자연마저도 누군가가 소유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정수근 시민기자가 말했듯 “강은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강은 스스로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하는 생태계”라는 것도 다시금 환기합니다. 에는 누구의 것도 아닌 자연의 선물, 강을 자신들의 것으로 삼으려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탐욕스럽고도 뻔뻔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해야..
지상파 아침 방송에서 20대 여성이 인터뷰를 하다가 두 팔을 들어 풍성한 겨드랑이 털을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풍성한 겨드랑이 털 뿐만 아니라 그 여성의 다리에도 털이 길게 자라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여성을 보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여성스럽지 못하다’며 미간을 찌푸릴 것입니다. 겨드랑이와 다리에 난 털을 깔끔하게 면도하는 것이 ‘여성답다’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2012년에 영국의 한 아침방송 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방송에 출연한 주인공 에머 오툴은 이를 계기로 온갖 미디어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여성 체모 세계 대표’에 등극했다고 스스로를 칭했습니다. 이 여성은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이라는 틀에 따라 여성성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과 그것..
“만국의 노동자(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함께 쓴 에 나오는 문구인데 너무 유명해서 공산당 선언을 다 읽지 않은 사람들도 한 두번 쯤은 들었봤을 익숙한 말입니다. 최근에도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거나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할 때 자주 사용되는 구호이기도 합니다. 매년 5월 1일, 노동절을 맞이할 때마다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이 외침을 떠올리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가슴 한 켠에서부터 힘이 솟아납니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꾹꾹 눌러 담은 공산당 선언은 출판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노동자 민중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습니다. 분업과 기계화로 인해 단순한 도구나 부품처럼 사용되던 노동자들은 사회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되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19세기 후반 노동자들 중심..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작가슈테판 클라인출판뜨인돌출판사발매2017.06.19.평점리뷰보기 해마다 12월이 되면 머리속에서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라는 알람이 울립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연초 새해 목표 목록을 아주 오랜만에 들춰보며 지나온 한 해의 성과를 가늠해 봅니다. ‘음, 이 정도면 잘 살았군’하고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하지만 어떤 항목에선 ‘이걸 내가 썼나?’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곤 생각합니다. ‘와, 진짜 시간이 빨리 지나갔네. 왜 이렇게 1년이 짧지?’ 연말연초엔 ‘시간’ 이야기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왜 즐거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갈까?”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걸까?” “왜 이렇게 시간이 부족할까?” 아마도 다들 위와 같은 질문을 해 보셨을 겁니다. 저도 마찬..
전태일평전작가조영래출판돌베개발매2001.09.01.평점리뷰보기 1970년 11월 13일. 대한민국은 이 날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 날은 청년 노동자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짧은 22년의 생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세상을 떠난 기일이 돌아와서 지난 달 전태일 열사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주당 노동시간, 청년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 등 노동관련 이슈들을 접하면서도 전태일 열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 노동 운동사에 상징적 인물이 된 전태일 열사의 사상과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당시의 상황, 그리고 그의 삶을 열정적으로 전해준 을 통해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전태일 열사는 죽어가면서도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