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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집중해야 할 영역은? 매일 아침 5시 55분, 개짖는 소리 알람에 깜짝 놀라 눈을 뜬다. 알람을 끄고 밤새 뻣뻣해진 관절들을 움직여 일어나 출근준비를 한다. 세면대 앞에서 세수하다 문득 거울을 봤는데 오늘은 왠지 얼굴에 팔자주름이 더 깊어 보인다. 눈가의 주름도 더 많아지고 짙어진 것 같다. 흰머리는 또 언제 이렇게 많아졌는지. 세수하며 매일 마주하는 얼굴인데 유독 세월의 흐름이 더 크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통근버스에 앉아 SNS 어플을 열었는데 8년전 과거의 오늘 사진을 보여준다. 세면대 앞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느낀 세월의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매일 크게 변하지 않는 하루를 지내는 것 같은데 어느 날 뒤돌아보면 크게 변한 것들에 놀라곤 한다. 어느 날 문득 발견한 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것” “창의적 사고와 끝없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함으로써 인류사회의 꿈을 실현한다.” 사람들이 한국 대표 기업이라고들 하는 두 회사의 경영철학이다. 왜 회사의 꿈이 인류사회에까지 뻗어나가게 된 걸까? 과거엔 회사라고 하면 이익을 얻기 위해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을 의미했다. 그러나 요즘 회사들은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넘어서 고용창출, 사회적 약자 돌봄, 기부 등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도 요구받는다. 자연스럽게 회사들이 그리는 꿈에도 이런 사회적 요구가 반영되는 것 같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세상에 헌신하는 원대한 꿈을 제시하면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
“아빠! 회사 꼭 가야해?” 내일은 일하러 가야해서 놀아줄 수 없다는 말에 초등학생 딸이 제게 종종 묻곤 합니다. 딸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너 장난감도 사주고 용돈도 주려면 돈 벌어와야지!” 라고 대답합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회사에 다니는 혹은 일하는 첫번째 목적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래도 딸은 이제 제법 커서 아빠가 회사에 가는 목적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눈치입니다. “아빠! 난 뭔가를 연구해서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 아빠는 꿈이 뭐였어?” 하아...이건 난이도가 좀 있는 질문입니다. 어릴 때 장래 희망란에 과학자라고 적었던 것을 희미하게 기억합니다. 어린 시절 로봇 만화를 좋아했었으니까 아마도 지금으로치면 제 꿈은 로봇 공학자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딱 맞는 분야는 ..
리더 한 명 잘 세우면 많은 것이 달라질텐데 대체로 직장에선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하달되는 지시를 적절히 이행하기 위해 명확한 위계 질서가 잡혀 있다. 특히나 규모가 큰 한국 회사들의 직원구성을 흔히 피라미드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 구조에에 적은 수의 윗사람들이 많은 수의 아랫사람들을 부린다. 다른 기업에서 이직을 해오거나 오너의 친인척이 아닌 이상 보통 사람들의 직장생활은 이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된다. 직장상사는 내 운명 직장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하는 것은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나오는 출생과 비슷한 것 같다. 신이 신생아를 부모들에게 무작위로 배정하는 것처럼 규모가 큰 조직의 인사관리부서도 신입직원들을 부서에 무작위로 배정한다. 부모를 내맘대로 선택할 수 없듯이 상사도 내 입맛대로 선택할 수 ..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몸싸움도 마다않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부정을 저지르는 검사와 판사들에 대한 고발도 끊이지 않습니다. 감옥이 우리나라 대통령의 필수코스가 된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이렇게 ‘정치’는 더러움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일상에서도 정치라는 말이 붙으면 눈살부터 찌푸리게 됩니다. 정치인들의 실망스런 행태들로 인해 죄없는 정치가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회사에서도 정치라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저 사람은 정치를 참 잘해서 승진이 빨라’라든지 ‘너 참 정치적이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정치’는 상사에게 하는 아부 혹은 조직 내에서의 권모술수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더럽게 만든 것이지..
[저기 멀리 소실점을 향해가다가 소실되는게 운명일지도]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고 회사도 매년 경영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데 여전히 신입사원은 들어온다. 그것도 이전보다 많이. 아마도 우리 부서에서 하는 일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도 내가 속해 있는 부서를 요즘처럼 밀어줬던 적이 없었다.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옮겨오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새로운 직원이 오면 각 팀을 돌면서 부서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얼굴과 이름을 금방 익힐 수 있었다. 지금도 인사를 하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가기에 얼굴과 이름을 익히기 쉽지 않다.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어느 날인가부터 부서에 새로 배치된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필이 메일로 오기 시작..
[부속품이 되지 않고 버티기 위해 했던 일들] 강렬한 사랑에도 권태는 찾아온다. 뜨거운 연애를 하다가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서로에게 심드렁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직장생활도 비슷하다. 원하던 직장이었든 어쩔 수 없이 들어간 곳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만나는 사람, 하는 일 등 모든 게 새로워 지루할 틈이 없던 입사 초기가 지나면 많은 것들이 익숙해진다. 1년 정도 후엔 쳇바퀴 돌리는 듯한 하루가 반복된다. 직장인으로 삶을 시작한 이상 퇴직하기 전까지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물론 과감히 퇴직을 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요즘 같이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시대엔 직장에 남는 길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1년, 2년, 10년, 가능하..
술을 마시지 않는 내게 회사를 다니면서 일보다 더 어려웠던 건 회식이었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환영회식, 누군가 팀을 옮기거나 회사를 떠나면 환송회식, 승진을 하면 승진회식, 연말엔 송년회식, 연초엔 신년회식, 그냥 팀 단합을 위한 회식...공식적인 회식만 해도 규모를 달리하며 한 달에 두 어 번은 있었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회식까지 하면 회사생활이 아니라 회식생활이라 해도 과하지 않았다. 회식에서 술을 피할 수 있나?ⓒ pixabay 식사를 하면서 반주 정도를 나누는 회식이라면 그렇게 힘들지 않게 참석했을텐데, 10여 년 전엔 회식이란 거의 100% 술을 거나하게 마시는 모임이었다. 그것도 2차, 3차, 차수를 늘려가며 늦게는 새벽까지도 이어지곤 하는 술자리. 신입사원 환영회식에서 팀장의 술..
내가 입사했을 때 우리 부서 직원은 모두가 남성이었다.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를 매우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전통적인 기계/제조업 분야에 속해 있는 회사여서 전체 여성 직원 비율이 낮기도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부서장이 여성 직원을 일부러 안받았다는. 아무튼 그 때 우리 팀은 남성들끼리 모여서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는데, 군대와 공대를 거쳐 살아온 내겐 그곳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군대 같았던 회사 그렇지만 그때만 해도 무엇이라 정의하기 힘들다는 신세대인 ‘X세대’들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기 시작한 지 몇 해 정도 지난 때여서 기존의 군대식 회사 문화가 어느 정도 변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X세대 남성들은 회사 문화를 바꾸기보다는 회사 문화에 편안하게 물들어 갔다. 공식적..
7월 9일 tvN에서 방영한 25화에서 진행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주제로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진행자들은 직장인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에서 만나는 시민들에게 ‘150~250만원 받는 백수와 400~500만원 버는 직장인 중 어떤 삶을 선택하겠는가’ 물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백수를 선택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아 흥미로웠습니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출근해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은행에서 청소를 하시는 노년의 세 여성은 ‘250만원 백수와 500만원 직장인 중 선택한다면?’이란 물음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직장인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일할 때 행복하다고 했고, 심지어 한 분은 300만원을 받아도 직장을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이분들에게 일은 돈 이외에도 다른 의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