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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룸의 미학

초원위의양 2016.03.16 22:13

 요즘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미룬다 혹은 연기하는 것은 거의 죄악시된다. 이러한 관점을 뒤집는 것에 대해 언급한 책이 있고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이 있어서 흥미가 생긴다. 그 주인공은 샌 디에고 대학, 법 및 금융학 교수이자 '기다림-지연(혹은 미룸)의 미학'의 저자인 Frank Partnoy이다. 그는 전 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 때 은행들의 잘못된 결정을 바라보면서 의사 결정의 잘못된 부분들이 무엇이었는가를 살펴보았다고 한다. 그를 통해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의사 결정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상황,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한 수준의 최적의 지연 혹은 미룸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과 관련된 인터뷰에서 "우리가 어떻게 결정을 하는지, 그러한 결정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왜 우리는 어떤 결정들을 하는지에 관해서는 엄청난 양의 연구와 저작들이 있어 왔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의사 결정 맥락에서 연기 혹은 미룸에 관해 생각해 보고 다른 시간적 차원에서 살펴보고 싶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결정까지 주어지는 시간이 딱 0.5초라 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에는 온갖 종류의 편견이 개입되고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게 되면 좀 더 장기적인 결정들에 대해서는 결정 범위에 대해서 줄여가게 된다. 현대인들은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기술과 정보의 홍수에 빠져 있다. 이들로 인해 과거보다 우리는 점점 더 빠르게 결정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 무엇인가를 미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직관을 전해주는 것이라 한다. 미루어도 괜찮은 때가 언제냐는 것이다. 사실 미룬다라는 말은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미루는 것에 대해 죄책감 같은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미룸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우리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속도를 높이라고 하는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단적인 예로 패스트 푸드 로고를 무의식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책을 더 빠르게 읽으며, 음악을 들을 때도 그 음악이 느리게 느껴지며, 사진을 찬찬히 감상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그 만큼 우리의 참을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빛의 속도로 일이 이루어 지는 주식거래 시스템에서도 일정한 수준의 시간 지연이 있다고 한다. 그 속도를 떠 빠르게 하고자 했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빠른 주식거래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의 실적을 높여주지 못했다는 결과도 있다. 또한, 통신 사업과 같은 경우에도 적절한 양의 시간 지연이 존재한다. 우리는 전화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에는 약 0.15초 이하의 시간 지연이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정도의 시간 지연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신회사들은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서 그 속도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할 이유가 있겠는가? 어짜피 사람들은 그 이하의 시간 지연을 알아채지 못하는데 말이다. 더 빨라지는 것이 반드시 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업들 말고 더 느린 시간 차원을 가진 곳에서도 어떻게 적절한 지연을 관리할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모든 이메일에 1초 안에 즉시 답해야 하는가? 아니면 1시간 혹은 1주일을 기다려야 하는가? 당신은 판매 조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그들에게 방문 판매를 위해 밤에도 일하게 할 것인가? 어떻게 지연 혹은 연기를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은 과감하게 지연을 붙잡는 것이고 이것은 정말로 저평가되어 있지만 중요한 요소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우리가 최대화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확보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테니스와 같은 운동에서 서브를 받기 위해 주어지는 시간은 약 0.5초라고 한다. 그 시간 동안에 선수들은 서브를 잘 받아내기 위해 행동을 취한다. 이것을 살펴보면 우리 삶에서 어떠한 방식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주어진 0.5초의 시간에 더 빨라지게 되면, 즉 0.1초에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선수라면 그 준비를 0.2초에 할 수 있는 선수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지 않겠는가?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운동 선수들은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0.5초 동안에 상대를 잘 살펴보고 서브를 받아치기 위한 스윙을 하기 위한 마지막 가능한 순간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단지 수 밀리초의 기다림일지라도 이것이 그들 경쟁자보다 조금 더 낫게 서브를 받아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추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테니스의 세계에서는 50밀리초의 시간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저자는 먼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 차원이 어떠한지 이해하고 그 다음에 우리 삶의 모든 다른 영역에서도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역사상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인 John Boyd라는 사람은 OODA(observe, orient, decide, act)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는데, 이것은 테니스 코치인 Jimmy Cornors가 서브를 받을 때 사용했던 지시와 정확히 같은 것이다. 먼저 정보를 취하고, 그것을 처리하고, 그런 다음 가능한 마지막 순간에 움직이라는 것이다. Boyd가 주장했던 것은 F-16개발로 이어지게 되기도 하였다. F-16은 매우 빠른 비행기인데 이 빠른 속도는 마지막 순간의 행동을 위해 빠르게 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적이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취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간 차원이 어떠한 곳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 시간을 알아내고 행동하기 위한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미루는 것을 어느 정도 선까지 해야 하는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결정을 연기해야만 하는 때를 마주하게 된다. 그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것들 중 일부를 연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지금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나쁜 감정 혹은 죄책감에 대응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가 되어 버린다. 이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 번째로 올바른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것 또한 연기하는 것의 문제가 된다. 최근에 미루는 것에 대해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로서 여겨진다는 것이다. 미루는 것은 지혜와 관련이 있다. 1700년대부터 수 세기 동안 영미인들의 청교도적 삶의 양상이 우리로 하여금 미루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도록 했다. 당신은 제때의 한 번 바느질이 아홉번의 바느질을 막는다는 속담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1970년대에는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할 것을 하라는 산업이 발전했다. 그 산업은 기술과 충돌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우리가 즉시 하도록 요청받은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나는 미루는 것을 생각할 때 그것이 부당한 비난을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말로 이야기해야 할 것은 이 단어 자체가 아니라 만성적으로 미루는 문제를 가진 병이 있는 것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정말로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의문이다. 당신이 미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어떠한 것이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는가? 만약 당신이 결정, 개인적 혹은 직업적 결정에 있어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면 그것은 나쁜 겁이다. 하지만 당신이 암을 치료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당신 옷장이 한달 동안 지저분하게 있다면 그것을 미루어 둠에 대해 나쁘게 느낄 이유는 없다. 그것은 단지 당신이 지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뭐 삶의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선을 그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삶에 적용할 만한 가이드라인은 제공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시간을 돈으로 바꾸어 주는 급여체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급으로 보상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시간이 가치매겨진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가 까지도 돈으로 계산되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아이들과 축구 게임을 보러 가는 것까지도 비용을 계산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휴가라는 것을 돈으로 가치매길 수 있는 것인가? 시급을 받는 이들은 대개 과로 혹은 불만족과 같은 문제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저자는 기업들이 무엇인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찾고 있음을 고려할 때 결정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과 무엇인가를 신속하게 결정하는 것 사이의 균형점이 있는가에 대해서도 답하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요즘 대부분의 기업들은 빠른 지시를 행하는 쪽으로 너무 많이 치우쳐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좀 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성공적인 혁신을 보고 있다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포스트 잇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혁신에 대해 이야기 한다. 혁신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작 뉴턴은 머리에 사과를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전기 작가는 그러한 것을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토마스 에디슨도 갑자기 전구를 발견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갑자기 발견한 것은 대나무 필라멘트였다. 그는 이 문제를 가지고 여러 해 동안 씨름했다. 


  포스트 잇도 마찬가지이다. 이 제품이 1분 혹은 수 초 만에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방적인 방식으로 교육받았던 두 사람이 있는 사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이것을 개발한 사람들은 아이들처럼 시간을 보내도록 격려받았다. 그들이 결국 Minnesota Mining에 들어갔을 때 그들이 좋아하는 것이면 무엇인든 그것을 하도록 그들 시간의 15%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제품이 실패하고 성공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 때에도 그들 상사는 그것을 계속해 보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수 년 동안에 일어났던 일이다. 혁신은 실제로 엄청나게 긴 시간을 통과해서 생겨난다. 이것이 저자는 기다림, 즉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의 연기라는 생각과 잘 맞는다고 말한다. 혁신에도 일반적으로 이 같은 정도의 지연 혹은 연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혁신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은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도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상당히 공감을 한다. 우리는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내가 놓인 시간 차원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고 그에 대한 정보를 분석한 후 무엇을 결정할 지에 대해서는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에 필요한 것을 검토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연습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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