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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아저씨를 만나고 싶어!

초원위의양 2016.03.16 22:09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 비채 | 2012-06-25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상상력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이리라. 아니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상상력이 부족하다면 아마도 그 혹은 그녀는 작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당신은 상상력이 형편없이 부족한데 글을 쓰고 있는 작가지망생은 아닐런지. 이런 면에서 나는 부담이 없다. 작가만큼의 다양한 상상이 필요한 직업을 가진게 아니니까. 이런 나에게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작가들의 세계를 그들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이 선물로 주어진다. 무라카미 아저씨의 에세이는 이런 작품들 중 수위에 꼽을 수 있겠다. 채소의 기분에다가 바다표범의 키스라니! 오오! 흥미롭다!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그의 꽤 오래 된 에세이집을 만나 무라카미라는 아저씨에 대해 친근함을 느낀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그의 두 번째 에세이 집을 만났다. 아 어쩜 이리도 맛갈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냥 툴툴 내던지는 것 같은 말투와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그가 살아온 세월의 자그마한 교훈들이 무라카미 아저씨 에세이의 매력 포인트다. 그리고 겸손하면서도 은근히 농담처럼 자기 자랑을 하는 귀여운 모습도 매력적이다. 소설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명인이기는 하지만 에세이는 자신의 전문 분야라고는 할 수 없음에도 그것을 대하는 무라카미의 자세 또한 나를 끌어들인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세상에는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하는 사람도 많으니 물론 적당히 쓸 수는 없죠. 일단 우롱차를 만들려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만들겠다는 것은 글쓰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마음 가짐입니다." (6,7페이지)

 

  개인적으로 이 에세이집에 실린 그의 짧막한 생각들은 그가 의도했던 것과 같이 참으로 맛이 있다.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했다는 무라카미 아저씨의 말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은 느낌을 적어보면서 문득, 글을 마시는 차에 비유한 것은 참으로 적당했다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글을 읽으면서 실제로 '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아저씨는 우롱차라고 했지만, 나에게 이 에세이 집은 마치 같은 맛이 하나도 겹치지 않는 초콜릿 세트 같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를 꺼내 먹을 때마다 그 전에 것과는 또 다른 맛이 난다. 그 전의 맛으로 인해 다음 것을 기대하게 되고 기대했던 하나를 금새 맛있게 먹어버리고 나면 또 다음 것이 기대되는. 꺼내 먹은 에피소드가 점점 많아지자 맛있는 초콜렛을 아껴 먹고 싶은 것과 같은 마음이 가득하다. 글을 쓴 무라카미 아저씨를 생각하면 나도 일주일에 하나씩만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꺼내 먹을 에피소드가 마지막 하나가 남았을 때는 어찌나 아쉽던지.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시 책을 잡게 된다.

 

  에세이가 내게 매력을 느끼게 한 것은 이러한 '맛' 만이 아니다. 무라카미 아저씨의 소설을 읽을 때는 무라카미를 아저씨라 부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소설을 읽을 땐 자연스럽게 소설 속의 상황, 주인공들, 그리고 줄거리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어느 새 소설을 쓴 작가는 안중에도 없게 된다. 흥미 진진하게 다 읽고 나서 '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 참 대단하네.'라고 한 번 생각해 볼 뿐이다. 하지만 에세이는 다르다. 에세이는 그 자체로 무라카미라는 사람에 집중하게 하고 관심을 가지게 한다. 그것도 너무나 친근하게 느껴지게 말이다. 그의 에세이 집 두 권을 읽고 나니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유명 작가는 옆집 아저씨가 되어 버렸다. 그의 실제 모습이 어떠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이 아저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물론 그는 나를 만나줄 수 없겠지만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세계적 소설가와 친해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의 에세이 집을 추천한다!! 그리고 같이 무라카미 아저씨를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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