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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나에게 이런 문학선생님이 계셨다면 난 영문학자가 되었을지도 몰라 본문
문학이란 내게 그리 의미 있는 단어는 아니었어. 과거로부터 수 많은 작가들이 보석처럼 가꾸며 그들 작품을 써 왔지만 내겐 낯선 책들일 뿐이었지. 어릴 적 읽었던 작품들이 있다면 마지막 수업,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정도가 떠오르는데 그 당시에는 그냥 독서를 하면 좋다고 하니 골라서 읽어봤을 뿐이야. 더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문학 작품이라는 건 더욱 더 먼 나라 이야기였지. 문과와 이과를 나누던 고등학교 시절 난 이과를 선택했어.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한데 적성검사인가 뭔가를 했던 것으로 기억해. 나한텐 이과가 딱이었어. 정말 웃기지? 몇 가지 질문들로 문과와 이과, 두 가지로 사람의 인생길을 정했다는 것이. 그리곤 배우는 과목도 목표로 하는 삶의 길도 한정해 버렸지. 수학과 과학으로 대표되는 이미지인 이과를 선택했던 내게 문학은 수학능력 시험의 언어 영역 점수를 높이기 위한 연습도구에 불과했어. 어떤 글의 내용을 재빨리 파악해서 답을 찾아내야 하는 기술을 익히는 거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읽었던 소설책들은 메말라가던 나의 감성의 줄기를 조금이나마 붙잡아 주었던 것 같아.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한 이과 고교생은 그의 적성에 맞게 공대생이 되었지. 어라라? 이 때는 독서를 해도 자연과학 이론과 같은 정보와 지식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읽는 책들이 많았지. 문학은 교양 강의에 가끔씩 사용되는 부속물 같은 거였어. 맞아, 문학 작품을 읽고 그것에 대한 지식을 가지는 것은 굉장히 교양 있게 보였어. 문학을 모르는 공돌이들은 교양 없는 바보들 같았지. 문과놈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그놈들 정도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아는 척을 할 수 있어야 했지. 그래서 책도 전쟁과 평화, 오만과 편견, 까라마조프의 형제들과 같은 문학 작품들을 읽어보려고 했지.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어. 문학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무슨 실용서를 읽듯이 읽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어. 십 수 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현대 작가들의 글을 나름 즐기며 읽게 되기는 했어. 이렇게 되기까지는 문학을 사랑하는 (영)문학도(영문과를 졸업했는데 자기는 문학 전공이래)인 아내의 공이 컸지.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그녀가 읽고 놔둔 책들이었으니까. 그러다 최근에 문학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영문학자이자 작가였던 한 사람을 아내가 읽던 책에서 만나게 되었어.
그 분은 바로 고 장영희 교수야. 한국에선 참 흔해 보이는 이름인데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아이러니하네. 그 분이 쓴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어. 그 분은 책의 첫 머리에서 문학에 대해서 간결하지만 힘 있게 말하고 있어.
"형형색색으로 다르게 생긴 수십억의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고 자리싸움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인간적 보편성을 찾아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화합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과업" 이라고.
문학은 허무 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현실에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문학작품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영희 교수는 쓰고 있어. 문학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함께 공유하는 내적 세계에 눈뜨게 한다는 것이지. 또한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건 너와 내가 같고,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고뇌와 상처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인거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이런 인간이해는 필수 조건이라고 영희 교수는 썼어.
이런 문학선생님을 좀 더 읽찍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어. 그녀가 소개해 준 문학작품들을 읽고 느끼면서 자랐다면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지내왔던 과거의 시간들이 조금 더 풍요롭지 않았을까 생각해. 문학을 수험용 도구로 젠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 왔던 지난 날들이 못내 안타깝고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내 삶의 일부였으려니 해. 괜찮아. 지금이라도 참 좋은 문학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으니까. 근데 그 분을 책으로밖에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안타까움이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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