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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무라카미 하루키와 친해졌다 본문
사전적 정의로 수필(隨筆)이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말한다. 이 정의를 따르자면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책은 완벽한 수필집이라 할 수 있겠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지만 재치 넘치는 생각들을 엿볼 수 있으며, 그 때 저자가 느낀 감정들을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것처럼 가깝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 잡지에 매주 한 편식 연재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한다. 하루키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뭐가 되었는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것들에 대해 맘대로 쓴 글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술술 글을 쓸 수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아주 즐거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읽는 내내 하루키가 왠지 신나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즐거움 가운데에서 쓰여진 글이라서 그런지 읽는 내 기분도 약간 들뜬 느낌이었다. 마치 작은 탁구공 하나가 대리석 바닥 위에서 통통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랄까?
일정한 형식이 없다고는 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일정한 패턴 같은게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 하나 하나를 읽다 보니 각 이야기들 전반에 흐르는 리듬이 느껴진다. 흥미 있는 소재를 소개하는 첫 부분에선 왜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를 쓰고, 그에 이어서 그 소재에 얽힌 자신만의 경험을 쓴다. 그러다가 이전의 흐름을 살짝 뒤트는 듯한 전환부를 도입하고 자신만의 유머와 재치로 글을 마무리한다. 대체적으로 그렇다. 소재는 다양하지만 글이 흘러가는 분위기는 엇비슷하다. 하루키의 엉뚱함을 느낄 수 있다.
하루키도 여느 사람들과 같이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그들 걱정을 하기도 하고, 인기 많은 가수를 시샘하기도 한다. 그는 음악을 참 좋아하고, 달리기도 좋아한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많이 실려 있고 그에 대한 식견도 잘 세워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하고,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기도 한다. 해외의 식당들, 비행기 등에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 음식들에 대해 평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만들기 좋아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기도 한다. 그가 쓴 소설들에서보다 이 짧은 글들을 통해서 그를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와 조금은 더 친숙해진 느낌이다.
잡지에 연재할 때는 오하시 아유미라는 사람이 그림을 그려서 함께 실렸던 것 같은데 번역본에서 그 그림들이 빠져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하루키의 엉뚱함과 재치를 그림으로 잘 표현해 주었을 것 같은데…원본을 구해서 그림이라도 봐야 하나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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