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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으로 바라본 민주주의, 미국사회 그리고 세계질서

초원위의양 2016. 3. 16. 21:05

촘스키세상의권력을말하다1 

노암촘스키 | 시대의창 | 2004-04-12


  세계의 지성으로 통하는 노암 촘스키와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역자 서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촘스키는 '공익'이란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그 동안 여과없이 받아들여왔던 세상을 촘스키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 함께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라는 첫 장에서  촘스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인용하면서 "민주주의의 목표는 공익이어야 한다. 이 목표를 성취하려면 상대적인 평등, 적절하면서도 충분한 재산, 그리고 구성원 모두의 지속적인 성장이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쓰고 있다. 지금 시대에 읽어봐도 민주주의의 목표가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목표를 성취하는 데에는 일정 수준의 상대적 평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적 요소, 즉 차별시정조치와 같은 제한이 있어야 함도 역설하고 있다. 또한  공공도서관을 예로 들면서 현대에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공공서비스 분야의 개선을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일반 대중들이 사회를 보는 역량을 기르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임에 틀림없지만, 요즘에는 이런 서비스가 아주 자연스럽게 사회를 지배하는 세력들이 심어놓은 시스템으로부터 심각하게 손상되었음을 지적한다. 다음으로 촘스키는 자유와 자본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있다. 대중들은 자유와 자본주의는 절대 동의어가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재배하는 사회에서는 자유라는 것은 없다. 현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민간 거대 기업들의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상당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한국 사회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근 급속도로 거대해진 삼성, 현대, LG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이 실제적으로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를 좌지우지하고 있고, 이들은 한국인들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자신들의 배를 더욱 불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 거대 경제 권력에 빌붙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세력들을 정신차리게 해서 진정 한국 사람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음으로 촘스키는 미국사회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자본은 넘쳐흐르지만 개인들은 기근과 고난속에 있는 모순된 상황, 이것이 바로 미국사회다. 자본에 의한 노동의 종속의 역사가 미국 자본주의의 발달 역사와도 같은 것이다. 소수의 부자들은 더욱 더 부자가 되었고, 대다수 일반 대중들은 점점 더 가난해졌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조차도 극소수의 부자들을 위해 제거되어 버렸다. 언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조작된 선전에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과 이리도 비슷한 것일까? 역시 미국사회를 본 받고 있는 한국인가? 촘스키는 진정한 민주사회에서 언론은 공공의 관리 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것이 국민의 참여로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촘스키의 주장에 동의하게 된다. 하지만 요즘의 한국사회에서의 정부가 언론을 소유하고 자신들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모습을 공공의 관리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촘스키가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의 참여로 언론이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 언론의 모습을 볼 때 가슴 깊이 와 닿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민들이 이런 곳에 관심이 있을까? 이 점에선 무척이나 회의적이다. 언론의 역할과 그 정체성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언론에 이어 기업에 대한 촘스키의 시작을 살펴보면, 촘스키는 기업을 독재적 권력을 휘두르는 부조리한 제도로 보고 있다. 친기업 정부인 현 정권에서 이러한 말은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겠지. 하지만 촘스키의 말은 사실인 것 같다. 기업은 어떠한 존재인지 다시 정의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촘스키는 이어서  이와 같은 미국에 의해 좌우되는 세계질서는 또 어떤 상황인지를 살펴본다. 자본주의는 미국을 넘어서서 이제 전 세계로 확장되었고 그 파괴적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민간 거대 기업들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지만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전혀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말하는 민주주의이며 자유시장의 대표적인 결과이다. 미국에서 이루어졌던 부의 편중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거대 다국적 기업의 확장과 함께 세계 도처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이와 같은 구조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너무나 불행한 현실이다. 촘스키는 세계 각국의 주요 현안들을 간결하게 다루어가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현황들을 개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한 나라 한 나라가 거의 모두 미국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듯하다. 국제기구들도 역시 마찬가지로 미국의 거대 경제권력의 꼭두각시가 되어 가고 있다. 아, 도대체 미국은 어떤 지경까지 이 세계를 몰아갈 것인가?

 

  촘스키는 비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비판이 건설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 것인가도 제안하고 있다. '더 나은 세계를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말하며 말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세상이 점차 변화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촘스키는 말한다. 꾸준한 투쟁덕분에 좌절을 딛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저항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런 저항 운동이 세계의 기존 구조와 제도를 깨뜨리지는 못할 수도 있다. 아니 그렇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바꾸기 위한 기초를 놓을 수는 있다. 이러한 투쟁이 진행되어야 한 걸음씩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장거리 선수가 되어야 한다. 지적으로 자유로워지자. 혼자서는 이루어낼 수 없다.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은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바 인데, 이러한 인식을 행동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가자. 대중의 압력을 이용하여 생각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기존의 언론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대안 언론을 만들자. 현재의 절망적 상황에 압도되어 패배감에 짓눌리지 말자.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변화된 미래를 받아들이는 시초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촘스키가 제안하는 행동의 원칙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몇 년 전에 쓰여진 책인데 지금의 한국사회와 매우 잘 매치되는 부분이 많다. 역시 이 부조리한 세상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억눌려 살아가는 다수의 대중들을 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행동이며 실천이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금혁명당 모임이 이러한 행동의 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을 넘어서서 움직이며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