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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정치권력, 경제권력, 언론권력의 추악한 범죄행위를 고발하다! 본문
노암촘스키 | 시대의창 | 2004-04-12 | ||
촘스키의 글은 어렵다. 하지만 촘스키와의 대담을 엮은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라는 두 권의 책은 그동안 어렵게 느껴졌던 촘스키를 조금은 더 가깝게 경험할 수 있게 한다. 1권에서는 공익의 관점으로 본 민주주의와 미국사회, 그리고 세계질서에 대해서 다루었다면, 2권에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부의 집중과 양극화문제,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운영되는 방식, 그리고 강대국들과 제3세계 사이의 불평등한 거래에 대해 폭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 뒤에는 정치, 경제, 언론 권력이 똘똘 뭉쳐 약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착취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대화 형식으로 쓰였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기가 수월하기는 하지만 짧게 짧게 이어지는 대화는 그냥 쉽게 넘길 수가 없을 정도로 깊이 고민하게 하는 문제들이 많다.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촘스키의 시선을 가깝게 따라가 볼 수 있다.
2권에서는 먼저 부유한 소수와 불안한 다수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한다. 부자 기업을 위해 민중이 어떤 방식으로 희생당하고 있는지를 다루면서 서구는 세계화로 이름지어진 자유 시장 체제를 강요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것은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제 3세계에 강요하는 대표적인 주장으로서 자원을 부자들과 외국 투자자들에게 집중시키기 위함이다. 이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1990년대 초반) 자유무역과 관련된 두 가지 체제인 NAFTA와 GATT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협정들은 미국의 투자자들과 관련 국가의 부자들, 그리고 그들의 편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에게는 노다지를 만난 듯한 기분을 선사했고, 나머지 다수의 노동자 및 대중들에 대한 착취는 더욱 심화되었다. 양극화 문제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제3세계 국가들 역시 기적이라 불릴 만큼 경제성장을 이루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부는 분배되지 못했다. 이들 국가들에도 역시 그 기적은 부자들만의 것이었다.
미국은 상당히 많은 국제문제에 개입해 왔다. 미국은 소말리아, 유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레바논, 인도 등의 국가들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그 진짜 목적은 미국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국제 문제에 있어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어떻게 약소국들을 대하고 있으며,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지를 신랄하게 폭로하고 있다. 촘스키가 지적하는 국제 문제들을 국내 언론이나 서적들을 통해서 어느정도 접해본 것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익숙하게 들어온 이야기들도 상당히 왜곡되어 있고, 미국 중심적으로 선전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점점 진실에 목마르게 된다. 촘스키는 이어 '계급'의 존재에 대해 말한다. 계급으로 구분되는 사회에서 윗쪽에 있는 이들은 자신들 즉, 기업계와 정부 고위층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외에 일반 국민들에게는 계급의 차이 같은 것은 없다고 믿게 만들고 싶어한다. 미국인들 모두가 평등하며 조화롭게 살고, 함께 땀흘려 일한다는 것을 믿도록 만들고자 한다. 이런 선전에 일반 국민들은 속고 산다. 정말 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져 힘들게 일하며 자신들이 누려할 것들을 빼앗기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다 죽는다. 이것이 현실인 것 같다. 소수의 부유한 이들 지배계급은 이렇게 다수의 일반 시민들의 기본권마저도 빼앗으며 살아간다. 이런 절망적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집단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촘스키는 주장한다. 하지만 집단으로 행동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조직화를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쉽게 집단으로 모이고 조직화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일어났었던 많은 민중 운동을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어 촘스키는 미국사회가 운영되는 구조에 대해 다시 한번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실제로는 전통적인 권력구조(기업과 관련 조직들)가 실제적인 통제력을 지닌 민주주의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란 '국민이 공공정책의 결정에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사회'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도 미국을 미친듯이 따라하고 있는 한국도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사회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촘스키는 계속해서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경제시스템, 건강보험 문제, 경제권력과 언론 권력이 하나되어 힘을 행사하는 총기문제, 노동조합 탄압, 국민의 혼을 빼 놓는 스포츠 등에 대해 예리한 분석을 제공해 주고 있다. 또한 이렇게 운영되는 미국이 어떻게 약소국들과 불평등한 거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두려운 현실이고 또한 절망적인 현실이다. 그러나 절망하고 있을 수는 없다. 힘겨워도, 두려워도, 변화가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우리 불안한 다수의 민중들은 일어서야 한다. 정치, 경제, 언론 권력의 선전과 쇠뇌, 속임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세상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함께 모여야 한다. 많은 사회적 문제들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필요하다면 행동해야 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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