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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한 진보주의자의 외침이 메아리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본문
조국 | 21세기북스 | 2011-01-03 | ||
신문의 기고문과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조국 교수의 책이다. 그동안 그가 기고해 왔던 글들을 대한민국의 정부, 보수 및 진보 그룹, 시민, 자본, 법률가에게 전하는 말로 적절히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해보자면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몇 가지 범주로 함께 묶은 생각의 꾸러미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지만 1장의 정부, 5장의 법률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산발적인 생각의 파편을 모아놓은 것 아닌가 하는 아쉬운 점이 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똑똑한 교수 한 명이 자신의 해박함을 가지고 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들에 대해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면서 훈수 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짧지만 인상적이었던 그의 강연에 참석하여 진솔한 그를 멀리서나마 대면하여 본 후에는 그러한 생각은 사라지고 그가 던져준 주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조국 교수는 먼저 대한민국 정부의 대표적 인물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고하고 있다. 신기루와 같은 두바이, 싱가포르 등의 잘못된 정책들을 쫓아가려 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함을 시작으로 이명박 주위에서 대통령에게 진언을 하지 못하는 관료들, 도덕적 자질이 부족한 관료들 및 이재오 특임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등에게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고언을 말하고 있다. 지배계급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또는 바로 눈앞의 성과에 눈이 어두워져서 잘못된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지 말것을 당부하고 있다. 1장을 읽어가면서 과연 이들이 조국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나 할까하는 안타까운 생각만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두 번째 장에서는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에게 말한다. 이 사회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계급사회와 같은 불공정한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진보도 보수도 변화하기를 고하고 있다. 보수적 그룹에게는 말뿐인 공정한 경쟁 주장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특수 계급화 구조에서 벗어나기를 충고하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 구성원의 노력과 노동이 정당히 평가되고 그에 걸맞게 공정하게 몫을 주는 정의(68쪽)의 원리가 작동하는 사회가 되도록 하라고 주문한다. 진보 그룹에게는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라 충고한다. 진보 정당의 역할과 연합 정치를 펴는 데 있어서 안타까운 점들을 지적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진보 개혁 진영이 역동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고언하고 있다.
조국 교수는 시민들에게도 무엇을 반성하여야 하며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자신도 '생활보수파'가 되곤 하는 모습을 반성하면서 당장 큰 틀을 바꿀 수는 없어도 변화에 대한 실천과 노력을 포기하지는 말자고 설득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지식인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면서 자신은 정치인의 삶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는 자기 방어적인 듯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정치인이라는 옷이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는 해도 만약 정말 필요하다면 일선에 나설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바라기는 조국 교수가 피 튀기는 정치판에 나서 주면 좋겠다. 조국 교수는 우리 사회의 서열을 매기는 문화, 술 문화 등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는 시민하게 고한다 라고 까지 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이야기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삶의 작은 부분들부터 바꾸어 나가보자는 주장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대안들이 제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본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정말 듣기도 피곤해져 버린 주제인 것 같다. 이미 우리 사회는 '돈'에 지배를 당하고 있다. 그 지배력은 너무나 강력해져 버려서 권력조차도 돈의 아래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 버린 것 같다. 그런 자본에 어떻게 규제를 가할 것이며 제도적으로 자본의 힘을 약화시킬 것인가? 이 문제는 정말이지 풀 수 없을 것만 같다. 자본에 대한 조국 교수의 외침은 허무하게 메아리쳐 사라질 것만 같다. 개인들의 욕망과 자본의 지배는 그 연결 고리가 너무나도 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에게 손을 뻗쳐 예속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 괴물을 어떻게 잡아 넣을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조국 교수는 법률가들에 대해 고한다. 사실 이것은 법률가들에게 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들이 구성원으로 있는 조직들, 검찰, 재판부, 헌법재판소 등에게로 이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 혹은 공동체라는 것은 참으로 신비해서 각 개인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게 되면 개인들의 속성과는 전혀 다른 속성이 생겨난다. 이는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동시에 그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각 구성원인 개인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전체 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개인에 대한 조언은 허공에의 외침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법률가들에 대한 조국 교수의 고함이 반향을 일으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정부, 보수와 진보, 시민, 자본, 법률가에 대한 조국 교수의 고함은 결국 올바른 정치는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로 나아가게 되는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 정의로운 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조국 교수는 법치에 대한 논의로 마지막 장을 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작동해 온 것은 법치라고 할 수 없다. 특권층에 의한 특권층을 위한 법 아래 우리 사회는 이어져왔으며 또한 시민들 위에 억압적이며 불공정한 법이 더 많았다. 이러한 정의롭지 못한 법 체계는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면서도 사회를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조국 교수는 몇 가지 실례를 들어가면서 올바른 법치는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거듭 고민하고 있다. 이것은 조국 교수와 같은 한 법학자의 고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야 하는 문제이다.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겠고, 만약 그것이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면 기꺼이 나서서 바로잡으려 하는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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