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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노조는 없다 - 이완배 기자

초원위의양 2016. 10. 20. 22:28


(매일 노동뉴스, 윤자은 기자)


귀족노조, 대기업노조, 공공금융기관노조에 대한 일반 민중들의 분노가 있다. 노조원들이 자신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마음이 있다. 우리보다 잘 살면서 왜 파업을 하는가 라는 마음. 특히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판이 많다. 귀족노조가 연봉을 너무 많이 받아서 우리가 사는 자동차 값이 비싸다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 논리가 의외로 강력하다. 

 

로버트 라이시의 암소론이 떠오른다. 신이 농부에게 나타나서 네 소원이 무엇이냐 물었을때 그 농부는 자신에게 암소 한마리를 주세요가 아니라 이웃집 암소를 죽여주세요 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노조를 귀족 노조라 비판할 때 이런 방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기업 노조가 일자리없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시간 알바노조보다 생계가 나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도 노동자다. 

 

그런데 연봉 7천 받으면서 왠 파업인가? 여기서 한국 재벌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님을 생각해봐야 한다. 노동자에게 연봉 7천을 준다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뽑아 먹는 것이 기업이다. 이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비슷한 일을 하는데 하청업체에서 일하면 연봉 4천, 마트에서 고생하며 일하는데도 월급 120만원이다. 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현대차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 얼마 못받는 비정규직의 연봉을 정규직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것이다. 연대해서 싸워야 한다. 대기업 노동자들을 비난한다고 해서 개선되지 않는다. 내 이웃집 암소를 죽이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오히려 부당한 이득을 누리고 있는 재벌들과 싸워야 한다.

 

귀족노조?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OECD국가 꼴찌 수준이다. 우리가 대기업 노조를 귀족노조라 하며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사실 이들은 노동조합원이다. 나머지 90%는 노조가 없는 것일뿐이다. 노조원들이 노조없는 회사들에 비해 처우가 괜찮다면 노조가 그 동안 회사와 그만큼 싸워왔다는 것이다.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거부할 일이 아니다. 이 노동자들은 1980년대 탄압을 뚫고 노조를 만들었고 식칼테러를 당하면서 싸웠다. 이들이 얻은 지금의 지위는 그들의 몫이다. 이것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회사가 적자인데 왠 파업이냐?

 

정말 회사가 부도날 지경인데 파업을 회사가 실제로 있기는 있다. 파업을 할 때도 보면 임금인상을 요구한다. 이럴 때 일반인들이 비난하게 되는데, 부도날 지경에 다니는 회사사람들이 실제로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건 일종의 뻥카이다. 처음부터 솔직한 카드로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는다. 각자 최대한 부풀린 요구사항을 가지고 와서 협상이 진행되면서 핵심사항들이 나타난다. 부도 위기의 회사가 파업을 하면서 임금인상을 요구할 때에는 대부분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동료노동자들이다. 임금인상은 대부분 더 세게 요구하고 해고를 막겠다는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너무 비난하지 말아달라.

 

강성 노동 조합 때문에 기업이 어려움을 겪어서 해외로 나간다?

 

이는 잘못된 논리다. OECD평균 노조조직률은 30% 수준이다.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40%육박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노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무슨 강성노조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겠는가. 이런 논리라면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는 이미 망했어야 한다. 

 

노조를 보는 관점과 철학이 다르다. 한국의 경우 노조는 경영에 방해되는 존재라는 관점이 강하다. 하지만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의 경우 노조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존재라 생각한다. 2003년 한국경제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친재벌 신문들이 노조들을 비난하는 기사들을 쏟아낸 적이 있었다. '노조가 경영관여한 독일 유럽의 병자로-조선일보' '독일의 실패에서 배운다 - 한국경제신문' '노동자 천국 독일 성장률 뒷걸음질 실업자만 400만 넘어-중앙일보' 국내 노동단체들이 조합이 경영참여하겠다 요구하니 보수언론들이 이런 기사들을 써냈다. 노조의 강력한 힘으로 기업들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다보니 독일 경제가 망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다. 

 

주한 독일 대사가 이런 기사들을 보고 반박했다. 미디어포커스(KBS)에 크리스티나 바이노프 주한독일대사관 상무관이 출연해서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독일의 경제 악화 원인은 노조가 아니다. 독일 노조는 약 100년 전통의 노사 공동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독일 사회복지를 충족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축의 역할을 했다. 노사 공동 결정권은 독일 내에서 파업이 줄어들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독일 노조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졌듯이 독일 경제의 주요 경쟁우위로까지 자리잡았다. 노조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와 상관이 없다. 그 당시 독일의 경제 침체는 노조때문이 아니고 동독과 통일을 한 후에 그 비용을 대다가 생긴 문제였다' 라고 말했다.

 

우리가 대기업 노조를 귀족노조라 비판할 때 우리들 마음에도 노조는 경영에 해가 되는 조직이다 경제악화를 부르는 조직이야 라는 보수 정권이 오랫동안 우리에게 주입해온 선입견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다. 

 

대기업 노조는 정당하게 싸워서 자기들의 권리를 충분하지는 않지만 일정 정도 찾아온 것이다. 그들의 암소, 아니 송아지를 내놓으라는 선동에 동의해선 안된다. 그들로부터 배우고 그들에게 연대를 구하고 더 많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노조가 없는 90% 노동자들의 삶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완배기자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경제학자 정태인  칼폴라니 연구소장은 대기업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 양보를 기반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자고 주장한다. 의외로 들릴 수 있지만 정태인이 프레시안과 인터뷰한 부분을 잠깐 보자. 

 

"개혁의 흐름상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는 없다. 대신 정규직은 임금삭감, 비정규직은 임금상승 등으로 여파를 줄일 수는 있다. 지금 민주노총에 필요한 건 사회적 타협이다. 민주노총은 마치 재벌과 한몸인 것처럼 인식되어 있다. 인사이더가 되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그동안 말로만 비정규직을 옹호했지 실제로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위해 싸운 적이 있나? 사실 이러한 사회적 대타협은 인플레이션 상황보다 지금이 쉽다. 인플레이션이 되면 임금을 전체적으로 줄여야 하는데 지금은 거시적 이익을 위해서 임금을 전체적으로 올려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직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임금 연대를 주장해야 한다. 민주노총 산하 대기업 노조가 상대적으로 덜 올리고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올리자고 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원들은 기분나쁘게 들릴 수 있지만. 기자가 알고 있는 대기업 노동현장은 자기보다 약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해 뜨겁게 연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절박하게 파업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 원청 대기업 노조 대표가 하청업체 파업 노동자들에게 김밥 한 줄씩을 점심식사로 주면서 나만큼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잘해주는 원청 노조 대표가 어디있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함께 싸워야 할 동지들에게 김밥 한 줄을 주면서 이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정태인 소장의 말처럼 민주노총이 말로만 비정규직을 옹호했지 실제로 그들을 위해 싸운 적이 있냐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과연 내가 다니는 직장, 내 월급은 중요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도 없는 노동자들을 위해서 강력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 노조가 헌신적으로 연대하고 싸워준 적이 얼마나 있었는가. 언제나 그랬다고 답을 할 수는 없다. 

 

대기업 노조도 만능인고 전능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이들도 자기 생계가 있고 자기들의 이슈가 아닌 것에 대해 쉽게 파업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지금의 대기업 노조로 성장한 그것은 노조들 자신들만의 투쟁으로 쟁취한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의 지지, 함께 연대한 민중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지금 대기업 노조가 강한 노조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 대기업 노조의 지위도 사회적 연대의 산물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 대기업 노조는 민주노총은 노조조차 없는 90%약자의 맏형 역할을 해줘야 한다. 더 헌신적으로 비정규직 투쟁, 하청없체 투쟁에 나서줘야 한다. 

 

예를 들어 기아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고공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광고판 위에서 농성을 하게 되면 광고주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년 넘게 농성을 벌였던 한규엽 동지, 최정명 동지가 법원이 집에 들어와 모든 것에 압류딱지를 붙였다. 수억원의 손배소송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기아차 본사 노조가 연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하청업체 소속 두 동지가 담당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복잡한 문제들이 있다. 본사 노조와 하청업체 사이의 관계등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아차 본사 노조가 맏형이라면 함께 연대해서 이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급 단체에서 노조를 조직할 때 본사 노조에서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하급단체 노조를 인정해주면 본사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침해된다고 해서 그런 경우도 있다. 하청노조가 투쟁을 할 때 본사 노조가 동의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울산에서 선거를 할 때 민주노총 후보들을 선정할 때 하청출신인지 본사출신인지가 사람을 구분짓는 때도 있다. 이 옳지 않은 현상들을 방송에서 이야기하게 되면 대기업 노조는 귀족노조야라는 보수진영의 프레임에 걸려버릴 것 같기 때문에 보도하기가 어렵다. 보수 진영에서 진보진영 기자인 이완배도 똑같이 얘기하잖아. 대기업 노조는 귀족노조라고 이런 프레임에 걸려들까봐 말하지 못했다. 

 

이분들 귀족노조 아니다. 저는 대기업 노조의 투쟁에 연대할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노조 또한 맏형으로서 대한민국 노동자의 상위 10%에 속하는 노조로서 100% 역할과 책임을 다 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기업 노조가 조금 더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대기업 노조, 이분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싸우는 것에는 반드시 연대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연대할 것이다. 하지만 그분들 또한 이 연대의 손길위에서 오늘의 노동조합을 세웠다는 점을 인식하고 약자들을 위해 더 큰 연대의 책임을 어깨위에 져 달라. 대기업 노조분들, 여러분들보다 더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더 뜨겁게 함께 싸워주십시오.


출처: 김용민의 뉴스브리핑, 이완배 기자의 경제의 속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