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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뉴욕의 가난했던 작가와 영국 중고서점의 아주 특별한 만남 본문
서점에 보낸 도서 주문서와 그에 대한 서점의 답변으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고, 설사 그것을 책으로 출판한다고 해도 대체 누가 그 책을 사서 읽을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채링크로스 84번지가 바로 그런 책이다. 저자인 헬렌 한프는 뉴욕에서 드라마 대본을 쓰던 가난한 극작가였는데, 어느 날 광고를 보고 영국의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있는 절판 서적 전문 중고서점에 책 주문 편지를 보낸다. 주문서를 받은 마크스 서점 프랭크 도엘은 헬렌 한프의 편지에 성실한 답변을 보낸다. 이것이 헬렌과 마크스 서점의 인연이 시작된 순간이었고, 이후로는 책 주문과 그 답변 편지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 2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유쾌한 우정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가진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공명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헬렌과 프랭크 도엘 사이에 오갔던 편지들을 하나 하나 읽어 가면서 헬렌이 마크스 서점에 요청한 작가와 도서 목록들을 알아가게 되는데, 대부분이 꽤나 옛날 옛적 책들이어서 그런지 내게는 낯설기만 하다. 사실 감히 그 도서 목록들에 있는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각 편지의 마지막에 헬렌이 요청했던 작가와 책들에 대해 간략한 설명들이 주석으로 달려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아주 짧게 소개된 작가와 도서이지만 이것을 통해 헬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점이 이 도서목록들의 유익함이라 할 수 있겠다.
도서 주문서를 헬렌 만큼 유쾌하고 유머스럽게 썼던 이가 또 있을까 싶다. 자신을 부인으로 칭했던 프랭크 도엘의 첫 답변에 대한 헬렌의 대답이나, 자신이 원하던 수준의 책이 아닌 것을 프랭크가 보냈을 때 헬렌의 반응이 참 재미 있다. 아마도 내가 그 당신 마크스 서점에서 일하고 있던 프랭크 도엘이었다고 해도 싱긋 웃으며 헬렌의 요청서에 성실히 답변을 해 주었을 것 같다.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필요를 요청하는 이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일이든, 특히 자신이 서비스를 해 주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는 행운이다. 그렇기에 프랭크 도엘은 헬렌의 요청을 잊지 않고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헬렌이 원하는 조건의 책들을 보내주었던 것이리라.
유쾌한 편지에 더해 헬렌은 특별한 절기에 혹은 전쟁 직후 어려웠던 영국의 상황에 적절하게 소소한 선물들을 마크스 서점에 보냈다. 만약 마크스 서점이 멀리 떨어진 영국이 아니라 근처 뉴욕에 있었다고 해도 이들이 오랜 우정 관계를 유지해 갈 수 있었을까. 서로를 직접 만나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서로의 가족을 소개한다던가 사진이나 자그마한 선물들도 주고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들의 인연이 지속되어 가면서 헬렌은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기 위해 다른 곳을 두리번거리지 않는다고 썼다. 헬렌에게는 뉴욕의 17번가보다 런던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마음을 나누고 있는 관계가 있다면 물리적 거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헬렌과 마크스 서점 직원들 사이게 오가던 편지들을 읽으면서 내가 책을 찾아보고 구입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거의 대부분의 책은 때에 따라 몇몇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클릭 몇 번으로 구입을 하고, 길어야 하루 정도를 기다리면 우리집 현관앞에 책이 도착해 있다. 물론 내가 구하는 책들이 헬렌이 찾던 것들과 같이 오래되고 희귀한 책들은 아니지만 내가 책을 찾고 구입하는 과정이 너무 즉시적이고 무관계적이어서 어떤 매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마크스 서점같이 무엇인가 특색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인터넷 서점 중심의 도서 유통 구조를 볼 때 이와 같은 서점이 살아 남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헬렌과 마크스 서점과의 우정을 엿보게 되면서 나도 저런 서점을 한 곳 만나고 싶었다. 나도 이런 서점을 만나볼 수 있을까?
최근 홍대 근처라든가 몇몇 지역들에 특정한 주제의 책들을 모아놓은 조그맣지만 특색있는 서점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작은 서점들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지고 관심을 받아서 더 많아지게 되면 좋겠다. 이런 곳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이게 되고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정을 쌓아갈 수 있는 관계들이 형성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며칠 전 골목에 있는 작은 서점들에 대한 기사에 소개되었던 서점들을 먼저 찾아가 보고, 그곳의 책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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