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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처한 참담한 경제상황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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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처한 참담한 경제상황

초원위의양 2016. 5. 10. 22:16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작가
박종훈
출판
21세기북스
발매
2015.10.12.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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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경제라는 것에 연결되어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경제 문제는 과거 어느 정권이든지 피해갈 수 없는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의제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볼 때 어느 정권도 만족스럽게 경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외환위기를 빠른 시기에 극복했던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도 대다수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나마 대한민국을 둘러싼 세계적 경제 환경이 우호적이어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기라도 했었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선출되었던 이명박 정부,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점점 더 우리의 선택지를 줄여가는 쪽으로 경제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되고 있다. 중독되어 스스로에게 마약을 주사하는 걸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빚으로 연명하는 경제 실책들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관료와 정치지도자들뿐만이 아니라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그들의 부추김에 동조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도 있다. 

 

  저자는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아홉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한국의 경제 상황은 붕괴 직전의 임계상태에 있다. 즉 아주 작은 충격만으로도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경제관료들은 금리인상을 늦추면 불황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있으나 한국의 경제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근까지도 부동산 가격 하락만을 늦추기 위해 빚으로 연명하는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점점 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저자는 성장 동력을 잃은 한국 경제에 진짜 필요한 것은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음을 인정하고 가계소득 감소, 구조적인 청년 실험 문제, 낭비되는 사교육 비용, 대기업 중심의 불공정한 경제 시스템 변혁 등 경제의 근본적인 모순을 해소하려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 나라가 취해오고 있는 재벌 중심주의는 현재와 같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매우 취약하다. 생태계에서 종의 다양성이 중요하듯이 다양한 특성을 가진 경제 주체들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히 필요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며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는 온실속에서 화초를 키우는 것과 같다. 재벌들에 우호적인 환경은 도전정신을 앗아가며 손 쉬운 사업에만 손을 대도록 하는 위험성이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임금을 줄이거나 인력 조정을 통해 수익 감소를 보상받으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소비 주체의 소득 감소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게 하여 부메랑처럼 기업에게 되돌아온다. 기업들은 눈 앞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근시안적 대책이 아니라 소비 주체인 노동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는 임금 및 인력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부동산을 정말 사랑한다. 최근까지도 부채 증가에 기반한 부동산 가격 유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가계는 여전히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고 그 정책에 호응해 왔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정체, 가계 실질 소득 감소, 인구구조 변화 등이 부동산 불패 신화는 허구가 될 것이란 점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빚을 지고 부동산에 자산의 대부분을 몰아 놓은 한국인들은 항상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조장하는 부동산 사기극에서 빠져 나와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자산을 다양하게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임계 상태에 있는 한국의 경제 상황이 어떤 사소한 이유에서 붕괴 상황으로 치닫게 될 지 모른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고 누구나 이 사기극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부동산 투기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에서 세금구조 역시 불공정하게 만들어져 있다. 현 정부는 세수가 부족해지자 일반 가계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도록 세금 제도를 고쳤다. 하지만 상속세, 법인세 등은 부유한 자들에게 유리한 정책 노선을 취했다. 결국 한국 사회는 부를 물려받는 것이 손쉬워지고 부의 계층 이동이 매우 어려워지는 사회가 되었다. 게다가 부를 대물림한 부류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도 아니다. 소득세는 더 많이 내겠지만 우리 나라 세금 구조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보면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낸다고 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와 같은 불공정한 세금구조는 우리 사회에서 노력을 아주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버려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어버리게 된다. 세금은 잘만 이용하면 무엇보다 강력한 혁신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낙수효과라는 근거없는 환상에서 벗어나 공정한 세금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눈앞의 불황을 면피하기 위해 가계의 빚더미를 더욱 부풀리는 정책만을 써오고 있다. 빚으로 버티는 경제는 오래가지 않아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확인되어 온 사실이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부풀려온 빚은 결국 가계 스스로를 더욱 옥죄게 될 것이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게 되자 사람들은 더욱 더 쉽게 유혹에 빠져든다. 불안한 노후를 언급하며 공포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실제로 노후에 필요할 자금을 계산해 보고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경제환경 변화의 변곡점에 와 있다. 이 점을 명심하고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을 주시하여야 한다.

 

  부의 대물림은 당연한 것이 된지 오래지만 한국사회에 가난의 대물림이 고착화 되고 있다. 세습형 부자들이 증가하는 한국사회에서는 계층 상승에 대한 가능성이 사라져가고 있다. 슬프게도 부모의 소득 수준이 자녀의 성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세습 경제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었던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세습 경제의 고착화는 사회 전체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벌레와도 같은 것임을 인식하고 무너지 역전의 사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임금 억제 총력전에 나선 한국 기업들은 소비 주체가 되는 노동자들의 삶을 무너뜨림으로써 스스로의 미래 수입원을 없애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평균적인 임금을 올려 소비 여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현명한 조치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부의 대물림에는 항상 부패가 있게된다. 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경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경제활성화 정책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엔 사회안전망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하다. 복지라고 하면 포퓰리즘이라 매도하고 거의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대부분의 정책결정권자들이 가진자들이기에 이런 사회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한국사회에는 불황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 때 사회안전망은 불황을 극복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탄탄한 사회안전망 확보를 통해 불황을 타개할 수 있었던 선진국들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는 기업의 몫을 늘려주는 정책에 집중해 왔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몫을 기업에 몰아주는 불공정한 분배 시스템을 만들고 말았다. 이 구조 개혁 없이는 불황에 대비할 수 없다. 공정한 분배가 경제성장의 디딤돌이 된다는 것이 실증적 연구들에서 확인되고 있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분배 시스템이 한국 경제에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유럽, 일본 등이 이미 역사적으로 겪은 상황이지만 우리의 경우 그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우리의 생산가능 인구 비중은 2016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고 그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진행에 따라 소비 감소, 내수시장 정체, 일자리 감소, 청년 경제 기반 악화, 저출산의 악순환에 빠지게 될 위험이 크다. 한국 정부는 출산율을 높여보겠다고 홍보성 정책을 내 놓기는 하지만 국민들은 전혀 체감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사악한 정권을 만들어 낸 국민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슬픈 현실이다. 요즘의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딱히 이 문제를 타개할 만한 사회적 제도나 정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 지 무척 두렵다.

 

  우리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을 비난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직종의 임금이 높아지는 정상적인 구조가 없이는 이와 같은 관점은 근거없는 비난에 불과하다. 기업과 정부가 짝짜꿍이 되어 추진하는 비정규직 확대, 임금 억제 등이 청년 실험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현실을 바라보면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은 폭력이다. 이러한 관점 탈피와 함께 창업이 위험한 도박이 되지 않도록 하는 환경 조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이 나갈 곳은 바로 창업전선이다. 실패할지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책적 창업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정신나간 소리는 집어치우고 그 동안 철저히 소외되어 왔던 청년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투자해야만 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우리나라가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라고 썼지만 그럴 것 같지가 않다. 청년인구 감소, 청년 세대가 겪는 실업난/일자리 불안, 고령화, 사회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 부의 세습과 가난의 대물림, 불안한 세계 경제환경, 엄청난 가계부채, 정부의 인위적 부동산 부양책과 그에 부응하는 국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비관적이기만 하다. 저자는 위기에 대역전이 활발하게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이것만큼 근거가 미약한 희망이 또 있을까. 요즘의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대처하는 모양새를 보면 위기 속에서 대역전을 이뤄낼 수 없을 것 같아 두렵다. 우리는 어느만큼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