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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초원위의양 2016. 4. 11. 01:03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작가
구본권
출판
어크로스
발매
2015.11.20.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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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인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에서 승리했다. 이 대결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해 그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인공지능 시대가 우리 앞에 부쩍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게다가 바보같은 정부에서는 급작스럽게 인공지능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기까지 한다.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다른 선진 기업들과 나라들에서 기술을 개발한다고 하니 저런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또 다시 내가 내는 세금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가짜 연구자들의 잇속을 채워줄 것을 생각하니 부아가 치민다. 책 이야기를 하려다 꺼낸 인공지능 이야기인데 깔때기처럼 멍청한 공무원들의 행태에 대한 열받음으로 곁가지로 빠져버렸다. 책 이야기를 하자.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기술 개발에 따라 이뤄졌던 몇 가지 이벤트들에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1997년 IBM의 컴퓨터는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었다. 몇 년 뒤 2011년엔 퀴즈 대회에서도 컴퓨터가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엔 미국 DARPA에서 주최한 재난구조 로봇 올림픽에서 여러 가지 장애물을 극복하고 카이스트의 휴머노이드 휴보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 해 구글의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자가 되었다. 우리 일반인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지 못했지만 새로운 기술은 점점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었고, 그 영향력이 이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에까지 미치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저자는 이제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는 막을 수 없고, 이 변화 가운데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스스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제를 던지고 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가진 이들이 권력을 갖게 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저자가 제안한 10가지 주제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 다가온 인공지능과 자동화, 로봇의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면서 맞이해야 할까?"

 

  가장 먼저 던져진 화두는 무인자동차에 대한 것이다. 자동차는 우리가 가장 가까운 도구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자동차는 사람 없이도 달리게 될 것 같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된다면 교통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하고, 보험료 등 경제적 효과도 가져올 것이고, 노인/장애인등에게 이동의 자유를 허락하는 등 전반적인 운전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전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들, 구글을 주축으로 하는 IT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적 측면에서는 엄청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사실 기술적 문제보다는 사용자들이 이 기술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가 핵심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운전의 즐거움, 성취감, 자유와 독립성, 법과 제도 등 사회적 수용의 문제가 논란이 될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자율주행차가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맞이하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의 문제가 있다. 자율주행차의 판단 메커니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는 기술 수용자인 우리들에게 매우 큰 고민을 던져준다. 만약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경우 다수의 사람의 피해를 줄일 것인지, 아이를 구할 것인지, 자신을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보호할 것인지 매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기술개발자들에게만 맡겨둘 수 있을까? 그래선 안될 것이다.

 

  자동화된 기계의 시대에 우리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새로운 시대에는 기계들이 대체할 일자리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실직하게 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술적인 도구 수용에서와 같이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낙관이든 비관이든 실제 이 세계를 살아가야 할 우리들은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전망해 보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디지털화와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화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기계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거나 밀려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인간에게 일은 경제적 가치 이상의 정체성이자 자존감이기에 이런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면서 중요한 것은 직업과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미래 사회를 지배하는 기술의 속성과 변화 추이에 대해 학습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고, 모든 직업이 자동화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평생직업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에 자신을 맞추어 가는 것이 현명하다. 이를 위해 1) 적극적으로 최신 기술을 수용하려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과업을 발견하고 2) 직업을 유지, 개선, 탐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3)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덕성과 신뢰를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외에도 다양한 이슈들을 던지고 있는데, 부쩍 다가온 로봇과 알고리즘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가지지 못할 인간만이 가진 특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먼저, 인간에게는 언어라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 또한 인간에게는 감정이란 독특한 특징도 있다. 사회적 존재이며, 그로 인해 공감과 돌봄이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결국 감정적 존재라는 것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의식과 지능을 가진 존재이고, 능동적 질문을 품는 호기심을 가진 존재이다. 기계의 질문은 알고리즘에 의한 것인 반면, 인간의 질문은 호기심에 기반한 것으로 이유도 설명할 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특징이 있다. 만약 로봇이 인간 같이 만들어진다면 치명적 오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의 호기심만큼 차별화되는 부분은 없을 것 같다. 호기심과 질문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사고력, 공감능력, 의지력을 불러내는 기초이며 이를 통해 인간은 탁월함의 수준에 도달해 왔다. 급변하는 이러한 시기에 갖추어야 할 인간의 능력은 유연한 대응력이며,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데서 출발하여 호기심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

 

  인간은 또한 망각하는 존재이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거의 무한한 정보를 불러올 수 있는 이 시대에 인간이 스스로 기억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인간의 기억은 기계의 기억만큼 정확하거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매우 효율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중요한 것과 필요한 것 위주로 맥락을 기억한다. 즉 추상화된 요점을 기억한다. 오류가 있기는 하지만 컴퓨터에서처럼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고 호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구성하는 적극적인 사고 능력의 일부가 인간의 기억이다. 이는 망각과 선택적 기억을 통해 자신만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경험을 일반화하고 조직화, 범주화, 추상화하는 인간 사고 능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창의력과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로봇의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새로운 세상에선 새로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해능력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미래 사회에서의 문명은 디지털 기술의 구조와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상을 모르는 것이 될 것이라 말한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구조를 읽을 줄 아는 코드 이해능력을 넘어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의 디지털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고 여기 적응하는 디지털 문해능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또한 디지털화와 인공지능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앞서 발견한 전문가들과 집단이 마음껏 주무르게 하지 않고 알고리즘 설계 과정에 사회적, 개인적 가치를 담고 적절성을 검증할 수 있는 사회적 업무를 만들것을 언급하고 있다. 매우 합리적 제안이라 생각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우리가 가져야 할 핵심적인 태도가 아래 문단에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결핍과 그로 인한 고통이다. 이것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인류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생존의 노하우가 유연성과 창의성이다. 결핍에서 오는 절박함이 만들어 낸 인간의 유연성과 창의성은 기계에게 가르칠 수 없는 속성이다. 부정확한 인식과 판단, 감정에 의한 변덕스럽고 비합리적 행동, 망각과 고통 같은 사람의 속성을 기계에 부여하지 않는다. 여기에 사람의 길이 있다. 사람 만이 해야 할 영역이 여전할 것이다.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사람만의 특성인 사랑과 호기심은 감정적 결핍과 지적 결핍에서 나온다. 감정과 호기심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는 마법의 불인 동시에 우리 자신을 불쏘시개와 연료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치명적인 에너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