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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

나는 아버지입니다-딕 호이트

초원위의양 2016.03.13 23:41

   오래 전에 스치듯 지나가는 영상을 통해 휠체어에 아들을 태우고 힘차게 달려가던 한 아버지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땐 그 영상이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이 왜 달리는지 어떠한 삶을 살아 왔었는지 유심히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에게 이들은 장애를 가진 한 아이를 둔 어느 외국인 가장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었다. 몇 년이 지나서 팀호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딕 호이트와 릭 호이트 부자를 이 책, '나는 아버지입니다'로 다시 만났다. 한장 한장 책을 넘겨가며 읽는 동안에 예전에 스치듯 마주친 영상을 보면서 느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감동과 감격이 가슴속에서 폭발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 감동과 감격의 여운을 뒤로하고 책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있자니 있자니 책의 표지에 있는 사진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이 두 부자가 달려나가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짓는 미소가 눈에 들어오는 듯 하다. 보통은 책을 통해 받은 감동은 잔잔한 여운으로 남았었는데, 이 책은 책을 놓은 이 순간에도 여전히 내 가슴속을 휘저으며 생기와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버지인 딕 호이트와 그의 아내는 기대에 차서 첫 아이를 기다렸다. 모두가 기뻐해야 하는 첫 아이가 태어나는 날부터 그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아들인 릭이 뇌성 마비로 태어난 것이다. 병원에서조차 포기하라고 했던 아이를 이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14개월 전 건강하게 태어난 우리 아이의 모습이 겹쳐졌다. 아직까지도 그 감동적인 순간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만약 나에게 호이트 부부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정말 엄청난 슬픔과 불분명한 대상에 대한 무한한 분노, 내 처지에 대한 비관으로 낙심한 채 살아가지는 않았을까? 이들처럼 진실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붙들고 어려운 상황을 헤처나가려 노력했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두 부부의 모습에 경이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아들에게서 들은 '달리고 싶다'는 말. 이 말은 연쇄 화학반응처럼 폭발적으로 이어져 온 아버지 딕 호이트의 삶을 시작하게 한 한마디였다. 이 한마디로 인해 절망적인 상태에 있는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던 헌신된 아버지 딕 호이트를 이 책의 제목처럼 더욱 '헌신적인(devoted)' 사람이 되게 하였다. 이 후로 펼쳐지는 팀 호이트의 달리기 여정은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단거리 달리기에서 시작해 마라톤 풀코스 완주까지. 활자로 쓰여진 이 부자의 생생한 경험이 마치 눈 앞에 영화 스크린에 비쳐지는 영화처럼 살아 움직였다.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갔던 팀 호이트. 경탄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부자다. 더욱 놀랍게도 이들의 도전은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라톤에 이어 철인 3종 경기, 급기야는 미 대륙 횡단에 도전을 하여 성공하기까지 이른다. 이것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책을 쓴 딕 호이트는 자신이 평범한 아버지였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결코 이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우기고 싶어지기도 했다. 당신이었기 때문에 이런 무지막지한 일을 해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아버지는 평범했던 것이 틀림이 없다. 그는 비범한 한 아이를 만나 지금은 비범한 아버지가 되어 있을 뿐이다. 이 아버지와 아들을 서로 움직이게 했던 뜨거운 열정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어난다.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역경을 끊임없는 도전과 포기를 모르는 굳은 의지로 아주 멋진 팀을 이루어 낸 이 부자의 이야기는 상당히 오랜 기간 내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여리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좁은 취업의 문, 그 문을 뚫고 들어가서도 이어지는 끊임없는 경쟁,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불평, 계속된 실패로 인한 절망, 이 모든 어려움 앞에 있는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물론 이와 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시스템적 원인을 찾아 해결해 나가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이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 가짐 또한 매우 중요하다. 내 앞에 놓인 장애물을 보고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설 것인가? 이 책의 저자인 아버지 딕 호이트는 말하고 있다.

 

 "자 우릴 봐! 절대 포기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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