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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은 개인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가?

초원위의양 2016. 3. 20. 12:15

와이저 

작가
캐스 선스타인, 리드 헤이스티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매
2015.06.25.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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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집단 지성이라는 것이 실재하는 것일까? 대답은 상황에 따라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국내외 명문대를 나와서 성공가도를 달리며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치인들의 집단을 보면 집단 지성이라는 것은 허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뛰어난 두뇌가 모인 기업들에서 가당치도 않은 제품들을 내놓으며 실패를 거듭하는 경우를 봐서도 집단 지성은 발휘되지 않는 것 같다. 한편, 무명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스포츠 팀들이 최고 실력자들이 모여 있는 팀을 무너뜨리는 경우를 볼 때면 집단이 가지게 되는 알 수 없는 시너지가 있는 것 같다. 각 사례들만 놓고 보면 일정한 경향이나 원리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우연의 일치일 것만 같은 이와 같은 집단과 개인의 능력 발휘에 대해 여러 사례들을 통해 집단이 실패 혹은 성공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말하는 바는 집단이 개인의 실수를 언제나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방법을 동원한다면 집단이 각 개인의 평균적인 능력보다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여 개인이 저지르기 쉬운 잘못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집단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이 건설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집단에서의 의사 결정은 개인의 것보다 잘못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역사상 실패를 경험했던 정치 집단, 노동조합, 시민사회 단체, 종교단체 등이 어리석은 선택을 해 왔던 이유는 집단이 빠지기 쉬운 오류들을 걸러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즉 집단 구성원들이 모든 일이 잘 되고 있으며, 점점 나아지고 있으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다고 말하는 '해피토크'를 벗어나야 한다.

 

  저자들은 먼저 집단이 실패하는 대표적인 원인들을 소개한다. 집단의 논의에서 다른 구성원의 생각을 존중하려다 자신이 아는 바를 말하지 못하는 상황(정보 신호)과 불이익과 같은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여 구성원들이 가진 정보 취합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개인들이 가진 이전의 경험에서 오는 고정관념과 인지적 편향이 집단에서는 더욱 강화되기 쉽고, 일종의 문제를 제시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 프레이밍 효과에 더욱 취약하다. 집단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편승하려는 경향으로 인해 어리석음이 극대화될 수 있다. 비슷한 선호를 가진 구성원들이 속한 집단에서 보다 심각하게 나타나는 극단화 현상으로 인해 집단의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수의 구성원이 알고 있는 정보보다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아는 정보가 의사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공유지식 효과 때문에 정보의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집단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어서 위와 같은 집단의 어리석은 의사 결정을 피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호기심 많고 과묵한 리더, 비판적 사고의 확산, 집단의 성공에 따른 보상, 집단의 편향을 벗어나게 해 주는 역할 지정, 관점 혹은 입장을 달리하여 생각해보기, 자발적 침묵을 깨뜨리는 역할을 하는 그룹 지정, 공통의 적이 되는 레드팀 구성, 익명을 통해 편향을 타파하는 델파이 기법이 그 방법들이다. 저자들이 제시한 방법들은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집단의 리더의 역할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점에 있어서는 책의 주제인 집단이 개인의 실수를 방지하도록 한다는 주장과 모순되는 지점이 있어 보인다. 이와 같은 방법론을 집단 구성원들 각자에게 공유하도록 하여 전체 구성원들이 집단의 실패 가능성 및 그 원인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해야 리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에는 앞선 논의에 부가되는 내용들로, 문제 해결에 있어 잠재적인 해결책의 목록을 파악하는 단계와 선호하는 해결책을 선택하는 단계를 분리해서 운영할 것, 대중이 언제 어떻게 현명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에서 다양성의 중요성, 인터넷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얻는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인 토너먼트 활용법, 어떤 예측에 대해 사람들이 베팅을 하게 해서 에측의 정확도를 높였던 예측 시장에 대한 사례, 특정한 성격 특히 사회적 민감성이 집단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차례대로 설명해 주고 있다. 개인으로는 이룰 수 없는 수준의 탁월한 성과도 이와 같은 방법론들을 통해 구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국 사회와 같이 유교적 서열이 고착화되어 있는데다가 식민 통치, 군사 독재, 강대국에 대한 사대주의의 경험이 강한 곳에서는 집단에 의한 실패가 더 걱정된다. 당장 내 눈앞의 이익이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게 된 현대의 한국 사회에서는 뭔가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집단들이 얼마나 현명한 의사 결정을 하며 조직을 운영해 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저자들이 제안한 사항들 중에 집단의 실패를 피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집단 구성원들이 각기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얼마나 잘 수집할 수 있느냐'이다. 실제 내가 속해 있는 조직에서도 구성원들의 침묵 현상을 종종 발견하게 되고 나 역시도 저자들이 언급 했던 불이익에 대한 우려와 사회적 압력에 의해 침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잘못된 방향임을 알면서도 경직된 조직 구조 상의 핑계를 대며 스스로 합리화 하는 경우가 많음을 본다. 시간이 흘러 만약 내가 리더의 자리에 서게 된다면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불합리한 부분들을 개선하고 내가 속한 조직을 개인의 실수를 되돌릴 수 있는 성공적인 집단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현재 경험하고 있는 만족스럽지 못한 리더들의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