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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자유롭게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본문
낯선 용어인 소셜픽션은 "참여와 실천, 그리고 상상으로 바꾸어 놓을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한 기획이다" 이것은 스콜월드포럼에서 무함마드 유누스가 제안한 개념으로 제약 없는 상상을 마음 껏 하는 것이 사회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는 제안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앞 부분에서는 오늘날을 있게 한 씨앗이 되었던 과거의 상상들을 소개하고, 뒷 부분에서는 미래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상상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어떤 씨앗을 심을 수 있을까? 과거의 사례와 지금의 상상이 어떠한 것들일지 매우 궁금하다. 요즘의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사회적 실험들에서 저자가 찾아낸 키워드는 참여, 자립, 달라지는 정부, 알고리즘 사회 네 가지이다. 사회적 상상이 소멸해 버린 한국 사회에 이 책으로 인해 상상의 씨앗이 다시 심겨지고 자라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들은 스콜월드 포럼의 사회 혁신가들을 통해 소셜픽션을 알게 되었고,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는 기술과 사회의 행복한 만남이 낳는 사회적 상상을 보았다. 사회적 자본 시장 컨퍼런스에서는 착한 자본을 상상해 보았으며, 세계청년 리더 포럼에서는 이러한 상상을 실현하는데 정치 구조와 국제관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리라. 저자들이 본 사회적 상상을 공유하고 나 역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화해 가도록 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 이제 저자들이 소개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다양한 상상의 길로 들어가 보자.
먼저 저자들은 오늘을 있게 한 사회적 상상에 대해 소개한다. 장 모네의 원대하지만 불가능해 보였던 상상에서 시작된 유럽연합, 세상의 모든 인간은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차별과 싸웠던 넬슨 만델라. 척박한 환경에서 복지와 성장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국가로 변신한 국가 스웨덴과 그것의 씨앗이 되었던 비포르스와 스웨덴 사민당의 집단적 상상력이 소개되어 있다. 이 상상을 통해 스웨덴은 유럽 최빈국에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로 성장했다. 기존의 은행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빈민층을 대상으로 은행업을 시작했던 그라민 은행과 무함마드 유누스의 사례를 보여준다. 마지막은 한국의 사례인데 잘 알 지 못했던 제주 올레길과 그것을 상상해 실행에 옮겼던 서명숙이라는 인물이 소개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있을 법하지 않는 일들을 상상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했다.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이렇게 무엇인가를 상상하고 함께 실행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에도 이와 같은 상상과 실행이 가능하게 할 사람들이 있을까?
이후 저자들은 더 나은 미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지금 세계 곳곳에서 솟아나고 있는 사회적 상상들을 찾아 알려준다. 이러한 사례들을 총 네 개의 키워드로 분류하였다. 그 첫 번째는 '참여'이다.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의 긍정적인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제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가 되어버린 GPS는 어느 식당에서 있었던 잡담이 씨앗이 되어 만들어졌다. 이것은 어느 천재 과학자에게서 불쑥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에 축적된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것의 응용과 변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TED의 경우처럼 인터넷을 통해 '참여'의 의미와 가치를 본격적으로 체화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공유된 지식과 정보에 대해 토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또 다른 TED강연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집단지성이라는 상상은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렇듯 조금씩 조금씩 더 나은 대안을 형성해가고 있다. 또 다른 참여의 맥락에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개념은 공유 경제 모델이다. 금융위기와 그로 인해 찾아온 소유에 대한 관점의 변화, 기술의 발전은 공유 네트워크를 급격히 확장시켰다. 주택, 자동차, 인터넷 컨텐츠, 사소한 생활 집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소유 중심의 경제 모델이 공유 경제 모델로 이전되고 있다. 문제점이 매우 많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들을 도입하고 있는 스위스의 정치 모델은 정말 신선하다. 민주주의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정치의 주인공이어야 하는 시민들의 공간은 사라져 버리고 탐욕스런 돼지들로 우글거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경함하면서 스위스의 이러한 정치적 시도들은 마냥 부럽기만 하다.
두 번째 키워드는 '자립'이다. 참여를 위해서는 자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저소득층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과 자선사업을 결합하고자 어큐먼 펀드를 설립한 재클린 노보그라츠의 대담한 상상이 눈에 띤다. 노보그라츠가 집중한 부분은 가난한 사람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금융적 지원을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인내 자본으로 불리는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펀드의 설립(Acumen펀드)을 이끌었다. 기업 모델에 있어서도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있어 왔다. 스페인 몬드라곤에서 시작된 몬드라곤 협동조합에선 지역 주민인 조합원이 기업의 주인이면서 직원이 된다. 때문에 이익이 조금 줄어들더라도 자신과 후손들이 살아갈 지역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실천한다. 기존의 기업과는 다른 행동 양식을 보여 준다. 협동과 자립이라는 가치를 오랜 기간 동안 추구하며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성장해 왔다. 이것의 기반은 협동과 공존, 상생을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가르침으로써 끊임 없는 성장과 변화에서도 최초의 옳은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한 것이다. 노인들의 은퇴 후 삶에 있어 본보기가 될 만한 모델로는 미국은퇴자협회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자발성과 자율성에 기초해 도움을 받지 않고 봉사하기 위한 목적 아래 모였고,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협회는 회원들의 회비에 더해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재정을 확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지역 사회를 돌보는 기능을 일부 담당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 미국의 일부 도시들에서는 시 혹은 정부 정책 집행 시 사회혁신 채권을 통해 성과 개념을 도입하였다. 영리기업들에는 일반적이지만 정부 재정지원 프로그램의 경우엔 그렇지 않기에 투입한 자금 대비 성과를 고려해 보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사회문제를 더 잘 해결하면 자금을 더 지원해 줌으로써 더 적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 척도로 사용되어 온 GDP가 해당 국가 국민의 삶의 현주소와는 괴리되어 있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GDP는 사회의 부가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국민의 삶의 질을 고려한 새로운 지표를 세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 동쪽에 있는 부탄 왕국에서는 국민총행복 지수라는 사회적 상상이 진행되어 왔다. 행복을 삶의 척도로 두고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사회 경제 발전, 생태계의 보전과 회복, 부탄의 전통과 정체성을 실현하는 문화의 보전과 증진, 이 세 가지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지배체제라는 전략을 택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이제 부탄의 이러한 상상은 현재 위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세계 국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지막 키워드는 ‘알고리즘 사회’이다. 나도 종종 찾아 강의를 듣고 있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칸 아카데미(Khan Academy)가 사례로 나와 있다. 칸 아카데미에서는 학교의 교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개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다른 학생들과 비교되지 않으며 학생 자신의 진도에 맞추어 학습을 해 나갈 수 있다. 칸 아카데미와 같은 시도들이 비참한 상황에 있는 대한민국 교실의 수 많은 학생과 교사들에게 배우고 가르치는 맛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무크(MOOC: Massive Online Open Courses)도 칸 아카데미와 유사한 온라익 교육 플랫폼이다. 난 주로 Coursera에서 해외 유명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다. 직장에 다니고 있고,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학기제로 많은 수업을 들을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제공하는 강의를 듣는 것은 때때로 솟아오르는 지적 욕구를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현재의 금융시스템을 혁신하게 될 시도 중의 하나로 여겨지는 비트코인, 기자 없이 알고리즘을 통해 기사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로봇 저널리즘 등은 미래 우리 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과감한 상상이 낳은 산물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처럼 지금도 세계 곳곳의 뜻 있는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사회적 상상을 지속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가 속해 있는 소셜픽션랩에서 시행한 소셜픽션 컨퍼런스는 경직된 한국 사회의 사회적 상상을 풀어가는 하나의 씨앗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실의 각박함으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는 행복이라는 그림을 찾아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정치권, 언론, 재벌 등은 각 국민들이 누려야 할 세상을 상당 부분 빼앗아 갔고, 또 한편으로는 각 국민들 스스로 자신들이 누려야 할 세상을 소수의 사람들이 가져가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자유로운 상상까지도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는 않으면 좋겠다. 소셜픽션랩과 같은 곳에서 제안하는 것처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함께 모여 상상해 보며 우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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