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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역사서를 가장해 교묘하게 한국 현대사를 왜곡하려는 책 본문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근거로 저자는 우리가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읽는다고 책의 서두에서 선언하고 있다. 박정희 유신 독재의 현장을 목도하고 참여하면서 자라온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있는 현재의 비극적 대한민국은 역사를 제대로 읽지 않아왔고 지금도 읽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옳았던 것마냥 왜곡하여 지금의 집권세력에게 정당성을 확보해 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명박이 시절부터 계속되어 온 이 역사의 반역세력들이 철저히 드러나고 축출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말 암울할 것이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 우리가 지나 온 세월을 바로 알아가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는 역사가 무엇인지, 역사는 진실인지, 역사는 진보하는지, 개인의 일상을 역사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가고 있다. 이는 책의 저자뿐 아니라 역사의 심각한 퇴보를 매일매일 목도하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저자는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의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을 모르는 것은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아 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어린아이로 남아 있지 않기 위해, 즉 미숙한 자아로 남아 있지 않기 위해 역사를 읽는다고 쓰고 있다. 이에 더해 역사를 읽는 지적 즐거움도 역사를 읽게 하는 동력이 됨을 말하고 있다. 역사를 읽으며 새로운 사실,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접하게 되는 지식을 쌓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를 과거의 선물, 혹은 역사의 선물로 표현하는데 그의 표현에 매우 동감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잘못된 부분들을 알아가고 이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또 묻혀 있는 사건을 만나는 즐거움을, 그리고 완전하지 않은 혹은 해석의 여지가 있는 기록들을 재해석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역사 속의 인물들을 직접 대면하는 듯이 그들을 알아갔던 것 같다. 조각조각 흩어진 기록들을 통해 그 빈 공간들을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해석해 냈던 것이 저자가 가진 능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통해 역사를 읽는 실제적 방법들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유익하다.
역사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존재하는 것을 기록한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역사의 시작을 무엇인가 존재했던 것에 두고 있다. 존재의 기원을 찾아가기 위해 저자는 과학계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우주와 지구 형성에 대한 보편적 지식을 언급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우주 및 지구 형성에 대한 과학적 가설들을 읽고 있으니 이처럼 허무 맹랑한 설명들을 과학이라고 배워왔다는 사실에 실소가 나온다. 창조론이든 빅뱅이론이든 그것이 뭐든 간에 결국 인간들은 우주와 인간들의 존재의 기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없다는 것 하나만이 사실인 것 같다. 과학자들은 모른다고 하기가 민망하니 빅뱅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나온 것이고 신학자들은 성경에 기대서 믿음을 강요하는 것 아닐까 싶다. 하지만 둘 다 사람들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저자는 역사의 흐름을 ‘빵’이라는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일부 수긍은 되나 그것이 역사를 이뤄온 본질적인 것이었을까에 대해서는 백퍼센트 동의되지는 않는다. 인간에게는 빵이라는 본질적 욕구 이외에도 자유와 같은 가치에 대한 욕구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짧은 지면에서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인간의 욕구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중에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지점은 혁명을 그리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상향을 꿈꾸었던 혁명 이후에 찾아온 또 다른 폭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 저자의 지적이 틀린 것만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상향을 향한 변혁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성취되는 과정과 그 이후의 권력 기반 확보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개입되었던 폭력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저자는 왜곡될 수도 있는 역사에 대한 의견을 쓰고 있다. 저자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 많은 왜곡된 역사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역사기술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역사를 읽을 때는 역사의 기록이 불완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읽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역사서들에 기술된 기록들과 그 이면에 내포된 진의를 추론하며 읽는 자세는 승자들에 의해 종종 왜곡되어 왔던 역사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역사는 이것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기 위해 종종 허구를 기록하거나 혹은 아예 기록을 없애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과거 조선시대에 빈번하게 일어났음을 예로 들고 있으나 가까운 과거 이명박 정권 그리고 지금의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버젖이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해 오고 있다. 저자가 말한 편향의 역사, 즉 권력을 잡은 이들 쪽으로 편향된 역사를 기록하려고 하고 있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자들 밑에서나 일어났던 일들이 이명박이, 박근혜 때에도 암암리에 그들이 매수한 것으로 보이는 혹은 과잉된 충성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슬프고도 슬픈 일이다. 저자는 교묘하게 과거 독재자였던 이승만이 역사의 책임이 없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저자가 말한 편향의 역사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된다. 저자 자신도 자신의 역사관에 침잠되어 특정 사안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잃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또한 저자는 6.25전쟁에서 미국의 참전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을 제국주의로 비판하는 사람들은 한국이 공산화되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쓰며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는 한국의 극우단체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 저자의 생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승만 정권이 당시 추진했던 반공을 정당화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의 역사관을 의심해 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저자는 공정한 역사의 기술을 주장하고 있지만 저자 자신은 공정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독재를 미화하는 쪽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또한 박정희 독재 시절 경제 성장에 대해서도 기존 극우파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언급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저자의 역사관은 심각하게 의심받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저자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국의 과거 역사들이나 과거 조선 등의 역사들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객관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유독 한국 현대사를 다룬 에피소들, 특히 이승만, 박정희 등을 다룬 부분에서는 매우 편향되어 보이는 관점으로 역사를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에 현혹되어 선택한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역사서를 빙자하여 교묘하게 한국 현대사 왜곡을 시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사 관련 도서를 읽을 때에는 반드시 저자와 저자의 성향에 대해서 기본적인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을 감안하고 책을 읽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역사서 독서에 대한 훌륭한 교훈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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