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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조지 오웰과 친구가 되다 본문
너무 유명한 책은 오히려 실제로 읽어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훨씬 전에 이미 책의 내용과 감상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나에겐 조지 오웰이 이런 작가 중의 한 명이었다. 1984, 동물농장 등으로 너무나 유명한 조지 오웰. 하지만 그의 책을 실제로 읽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역시도 들어서만 알고 있는 것이지 1984, 동물농장을 실제로 읽어보진 않았다. 그의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고르는데 왠지 모르게 너무 알려진 책들보다는 낯선 책들에 더 눈이 갔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나는 왜 쓰는가"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조지 오웰의 에세이 집이다. 에세이는 소설과는 다르게 작가와 더 친밀해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원하지 않아도 익숙해져버린 그의 소설을 읽어보기 전에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 싶고 그가 살았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고 싶어 그의 에세이집을 먼저 선택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볼 수 있는 작가 소개에 있는 글귀가 참 마음에 든다. '전 생애에 걸쳐 인습과 관성을 거부한 작가'인 조지 오웰의 삶과 생각을 그의 에세이들을 읽으며 따라가 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에세이들을 읽기 전에 그의 삶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는 것이 글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이고 1903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났다. 에릭의 어머니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그 해 영국으로 가고 에릭도 영국에서 성장하게 된다. 에릭은 가정 형편이 넉넉치는 않았으나 외삼촌의 소개로 부유층 자제들이 다니는 기숙학교에서 예비학교 생활을 한다. 차별을 받기도 하고 학교생활이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에릭은 이 시절부터 시를 썼고, 성적도 우수해서 명문 사립 웰링턴과 이튼의 장학생으로 선발된다. 에릭은 이튼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수업을 듣기보다는 교지를 만들거나 시를 쓰고 단편소설을 쓰며 자유롭게 지낸다. 에릭은 대학 대신 이튼을 졸업한 후 인도 제국경찰에 지원하여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의 관할인 버마(미얀마)에서 5년 동안 식민지 경찰 간부 생활은 한다. 이 시절의 경험은 버마 시절이라는 소설과 교수형, 코끼리를 쏘다 등의 에세이로 세상에 소개된다.
스물 넷의 청년으로 영국으로 돌아온 에릭은 경찰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양심의 가책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경찰직을 그만두고 글을 쓰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는 런던의 빈민가에서 밑바닥 인생을 체험한다. 이듬해에는 파리로 가서 요즘 말로 식당 알바 등을 하면서 글을 쓰며 지낸다. 1930년 영국으로 돌아온 에릭은 글을 쓰다가 드디어 1933년 1월 첫 책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출간하며 이때부터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을 쓴다. 오웰은 1936년에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취재하여 책을 써 달라는 제안을 받고 탄광지대의 삶을 조사하여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쓴다. 그는 그해 발생한 스페인 내전을 바라보다가 '파시즘에 맞서 싸우러' 스페인 전장에 참여하게 된다. 이곳에서 오웰은 목에 총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가 아내와 함께 프랑스 국경을 넘어 전장에서 탈출해 나온다. 그는 이 체험을 바탕으로 '카탈로니아 찬가'를 쓰게 된다. 1938년 3월 폐결핵 증상으로 요양원에 들어가고 같은 해 4월에 카탈로니아 찬가가 발간되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
1939년 9월 2차 대전이 발발한 시기에 오웰은 건강상의 문제와 경제적 불안 등의 이유로 좌절감을 맞보기도 한다. 런던으로 거취를 옮긴 그는 1941년 8월 BBC에 입사하여 인도 전담 프로듀서가 되어서 교양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한다. 1944년 오웰은 동물 농장을 탈고하고 그해 아들 한 명을 입양한다. 1945년에는 트리뷴 지를 그만두고 옵저버 지의 전쟁 특파원이 되어 파리로 간다. 그해 8월 1년 반 동안 출판되지 못하고 있던 동물농장이 드디에 세상에 나오게 된다. 동물농장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46년부터는 1984집필을 시작하고 1949년 6월에 영국과 미국에서 1984가 동시에 출간된다. 그 해 9월 건강이 다시 악화되어 런던에 있는 병원에 치료를 받다가 10월 병실에서 호라이즌 지 편집자 소니아 브라우넬과 결혼식을 치르기도 한다. 건강이 점점 악화되어 그는 1950년 1월 21일 47세의 생을 마감한다.
이 책에는 오웰이 영국으로 돌아와 살기 시작했던 시기인 1930년대 초부터 1948년까지 쓰여진 에세이들이 소개되어 있다. 조지 오웰이 살았던 삶과 그의 글들은 전체적으로 서로 잘 어울리고 있다고 해야겠다. 글에서 삶이 묻어나고 그가 쓴 글은 그의 삶에 다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의 글에는 그가 생각했던 삶의 신념들 혹은 정치적 지향과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진심이 잘 드러나 있다. 이러한 글쓰기를 닮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에세이들은 오웰이 살아왔던 삶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조지 오웰이라는 사람의 다양한 생각들을 맛볼 수 있게 해 준다.
그가 사회의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 느꼈을 비참함이 잘 표현되어 있는 '스파이크'와 '교수형', 버마 시절 경험한 당혹스런 사건의 심정을 기록한 '코끼리를 쏘다', 당시 영국과 그 주변 제국주의 국가들에 대한 생각들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스페인의 비밀을 누설하다', '나는 왜 독립 노동당에 가입했는가', '좌든 우든 나의 조국', '웰스, 히틀러 그리고 세계국가' 등의 에세이들은 당시 오웰의 고민과 갈등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그가 살았던 시대가 수십 년이 지나갔고 세대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고민과 갈등은 시대를 초월해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정치와 영어'라는 에세이에서는 언어를 함부로 쓰는 것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에세이는 대한민국의 자질이 현저하게 부족한 신문/방송 기자들과 언론인들을 다 모아놓고 함께 소리내어 읽으며 현재 이들의 보도 행태를 반성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어느 서평자의 고백'과 '나는 왜 쓰는가'라는 제목의 에세이는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라는 것의 근본적 의의 혹은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던 나에게도 마음에 울림을 전해 준 에세이들이었다. 부디 이 땅에도 자신에게 진정성을 가진, 그리고 사실을 왜곡하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자신을 돌아보며 애쓰는, 인습과 관성에 끊임없이 맞서는 그러한 글쟁이들이 대한 민국에도 서식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조지 오웰을 좀 더 친밀하게 만나고 싶은가? 이 책을 집어 들고 오웰과 친구가 되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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