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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조지 오웰의 민족주의와 대한민국 본문
오웰은 '인류를 곤충 분류하듯 나눌 수 있으며 수백만이나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싸잡아 좋으니 나쁘니 하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고 여기는 모든 습성'과 '자신을 단일한 나라 또는 다른 집단과 동일시하되, 그것을 선악을 초월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만이 전부라고 여기는 습성'을 '민족주의'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또한 오웰은 이것을 '특정 지역과 특정 생활양식에 대한 애착이며, 이것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 믿되 남들에게 강요할 마음은 없는 것'인 애국주의와 혼동하지 않을 것을 지적했다. 오웰이 말한 민족주의자의 목적은 '더 많은 세력과 위신을 확보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억누르고서 섬기기로 한 나라 또는 다른 어떤 집단을 위한 일이다'라고 쓰고 있다.
민족주의자는 주로 위신 경쟁의 차원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역사를, 특히 동시대 역사를 거대 세력들의 끊임없는 부침으로 보며,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대해 자기편은 상승세에 있고 가증스러운 경쟁 상대는 하강 국면에 있다는 걸 증명하는 현상으로 여긴다. 민족주의자는 제일 강한 쪽과 한패가 되기만 하면 된다는 원칙 같은 것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일단 자기편을 선택하고 나면 자기편이 가장 강하다고 자신을 설득시키며, 사실이 압도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갈지라도 자신의 신념을 고수할 수 있는 것이다. 민족주의는 세력에 대한 갈망이되, 이 갈망은 자기기만으로 완화될 수 있다. 모든 민족주의자는 극명한 거짓을 범하면서도 자신이 옳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다.
오웰은 민족주의와 민족주의자를 이렇게 정의내리면서 이에 내재된 심리적 특징을 들고 있다. 그것은 강박증, 불안정, 사실을 무시하는 태도이다. 민족주의자는 가능한 한 자기 세력 집단의 우월성 이외에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생각하거나, 말하거나, 글을 쓰지 않는다. 누가 그의 집잔을 조금이라도 비난하거나 라이벌 집단을 칭찬하는 기색을 보이면 날카롭게 쏘아붙이지 않고는 배기질 못한다. 민족주의적 심리에서 명칭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민족주의적 충심은 이리저리 흔들린다. 즉 대상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쉽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족주의자에게 변치 않고 남아 있는 것은 충심의 대상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민족주의자들은 비슷한 유형의 사실들이 가진 유사성을 무시하는 능력이 있다. 민족주의자는 자기 편이 저지른 잔한행위를 반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일에 아예 귀를 닫아버릴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모든 민족주의자는 과거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모든 민족주의 논쟁은 토론반 학생들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어떤 논쟁 참가자든 자신이 이겼다고 믿어버리기 때문에 결판이 나는 법이 없다. 그리고 어떤 민족주의자는 정신분열증 환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실제 세계와 아무 상관이 없는 세력과 정복을 꿈꾸며 제법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 조지 오웰, 민족주의 비망록 -
이 글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한국의 집단들이 있었다. 박근혜를 따르는 이들, 새누리당, 일베에서 노니는 사람들, 국정원 직원들, 어X이연합, 무슨 무슨 부대 전우회, 민주당, 노무현을 따르는 사람들, 다른 의도를 가지고 안철수에게 기생하는 이들 등등. 많은 집단들에 속한 사람들은 정도가 심하든 약하든 일정부분 오웰이 말했던 민족주의적 특성을 보인다. 물론 일본의 극우 단체나 한국의 어X이연합이나 며칠 전 뉴스타파에서 보도된 제주 4.3 사건은 폭도를 토벌한 것이라 주장하는 단체 등은 그 정도가 심해서 정신분열증 환자에 가까운 민족주의자들이라 생각된다. 이들은 진지하게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도 어떤 면에서는 민족주의자일지도 모른다. 과연 어떻게 하면 이 민족주의적 심리에서 혹은 민족주의자 집단에서 빠져나와서 정상적인 혹은 객관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일단 가장 먼저 어떤 사람들이 모인 집단을 특정한 공통된 특성 혹은 범주로 분류하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사람을 곤충 분류하듯 나눌 수 없으며 사람들이 속한 집단도 싸잡아서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다음으로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을 동일시하려는 습성을 끊임없이 거부하자. 내가 속한 곳이 잘되면 좋겠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님을 기억하자. 세력에 대한 갈망, 우세함에 대한 욕구를 내려놓자. 그리고 집단에 속해 있을지라도 나의 개성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민족주의적 심리를 너무나도 자주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정치 집단들, 특히 국회의 정당들, 특정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이들,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헛소리를 해 대는 5.18을 왜곡하려는 쓰레기들(이런 말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정말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인터넷 상에 참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굳이 표현하였다), 뭐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힘든 민족주의적 심리를 나타내는 대한민국의 집단 그리고 그 곳에 속한 사람들이 속히 민족주의라는 함정 혹은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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