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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도시의 노숙자를 바라보는 시선 본문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이지만 실제로 그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처음으로 선택한 책이다. 들어서 알고 있던 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의 삶과 생각을 소설보다는 더 가깝게 만나볼 수 있을 것 같기에 에세이 집을 선택했다. 기대했던 것과 같이 그의 에세이 하나 하나를 통해 그의 삶의 향기를 맡아보고 있다.
책을 열고 처음으로 마주한 글은 '스파이크(Spike)'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역자에 의하면 스파이크는 구빈원에 딸린 부랑자(노숙자)를 위함 임시 무료 수용소를 말하는 속어라고 한다. 이 에세이는 에릭(오웰의 본명, 이 에세이는 오웰이라는 필명을 쓰기 전에 쓰여졌다)이 런던과 파리의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 작가 수업을 하던 시기에 쓴 글이다. 그가 느낀 부랑자들의 삶과 느낌이 국가도 다르고 인종적 배경, 시대적/사회적 배경이 다른 2013년 대한민국의 서울에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인 나에게도 아주 깊이 전달된다.
에릭은 도시의 부랑자가 된 자신을 이르기를 '도시의 거무죽죽한 쓰레기'같았다고 쓰고 있다. 그들은 풍경을 더럽히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정어리 통조림이나 종이봉투와 같이.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 그들의 삶에 아주 가깝게 들어가 생활하는 에릭. 겉으로는 그들과 동화되었을지는 모르나 아마도 그가 여느 부랑자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은 것으로 보아 그 역시 완전한 부랑자의 삶을 살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전해주는 비참한 느낌과 삶의 고단함은 충분히 전해 진다. 서울의 거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치는 노숙인들을 보면서 그들에 관해 그들의 삶에 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외환 위기가 왔을 때였나? 그 때 수 많은 직장인들이 정리해고를 당하면서 거리로 나온 평범한 시민 노숙자들을 언론들에서 많이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실제 노숙인으로 살아가는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역시 그들이 왜 거리에 나와 살게 되었는지,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다가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인지, 그들은 무엇을 먹으며 살아가는지, 추운 겨울은 어떻게 나는지, 온갖 생각들이 무작위적으로 떠오른다. 나는 노숙인의 옆을 지나칠 때면 그들에게서 나는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며 살짝 옆으로 피해갔다. 나는 그를 같은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에릭이 썼던 것처럼 한 사람의 인간을 도시의 쓰레기, 미관을 해치는 존재 쯤으로 여겼던 것이다.
오웰의 에세이 한 편을 읽으며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아 온 나의 마음에 커다란 가책이 생긴다. 게다가 그들이 한끼 식사로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한 음식을 음식물 쓰레기에 담아서 버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위선적인 마음을 깊이 깨닫는다. 겉으로는, 말로는 이 시대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돕고 살아야겠다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나의 삶은 내가 말하는 모습과는 너무너 동떨어져 있다. 그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인데…그들에게 한끼 식사라도 대접할 수 있을 것들인데….나의 이 위선을 언제쯤 씻어내고 그들을 인간이란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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