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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라는 속임수 본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여론이라는 속임수

초원위의양 2016. 3. 19. 20:45

  여론이란 말 만큼 흔하게 듣는 단어도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들을 접하면서 여론이라는 말을 거의 빼놓지 않고 만나게 된다. 과연 여론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민주화된 사회의 경우에 여론은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되었다고 생각되는 요즘까지도 여론이란 의견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라는 숨겨진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피에르 부르디외의 글에서 발췌 정리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2012년 1월호에서 언급하고 있다. 여론을 만들어내는 집단이 우리 사회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언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보도 매체들이 대표적인 여론 형성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전통적은 언론 매체 이외에도 SNS에 기반한 여러 도구들도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매체들을 통하 형성되었다고 하는 여론은 진정 그 사회를 대변할 수 있는 공통적 다수의 의견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피에르 부르디외는 지적하고 있다. 
 
  여론이라 여겨지는 의견들의 근거가 되는 것 중의 하나에 여론 조사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종종 이러이러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도되는 뉴스들을 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고 하면 이상하리만치 그 결과가 정말 이 사회가 가진 공통적 의견이구나라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 알려지지 않은 혹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지 못한 불편한 진실이 숨겨진 경우가 많이 있다. 이른바 여론의 조작이랄까? 한 사회의 지배집단은 이러한 여론의 조작 혹은 대표되지 않는 여론의 형성을 너무나도 쉽게 이뤄나가고 있다. 일반 대중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한채 '아니 어떻게 이런 결과가 여론일 수 있는거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떠한 반론도 하지 못한채 지배집단의 조작이 속수 무책인 경우가 많다. 공적인 연구 기관조차도 여론 조작 혹은 여론 호도에 암묵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여론 조사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은 사회공동체를 대표하지 못하는 표본 추출 및 조사결과 오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에 사용되는 질문에 있는 경우가 많다. 부르디외가 지적하고 있는 것과 같이 어떤 특정 조사는 사실 사람들이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주제인데 이미 자신들이 유도하고자 하는 답을 조사지 결과에 슬쩍 끼어넣는 것이다. 이렇게 의도된 질문과 답에의해 만들어진 결과는 공적인 의견인 것으로 둔갑하여 다양하게 사용된다. 여론 조사라는 것의 신뢰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점을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론이라는 공통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 동의하지는 않을지라도 따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러한 여론이 어디에서부터 기원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제한된 언론매체들이 여론 형성 혹은 조장을 주도하던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인터넷에 기반에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고자 하는 여러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트위터를 이용한 뉴스 배포, 나꼼수와 같은 팟캐스트, 최근 인상 깊게 보게 된 뉴스타파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지속된다면 기존 지배 집단들이 호도해 왔던 거짓 여론들의 실체를 파악하고 진정한 공적 의견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더해 우리 시민들도 지속적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참여하는 자세가 몸에 배일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