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2011년 11월호에서 구글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구글이라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는 거의 매일 이용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작 구글이라는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냥 대략 광고 수입이겠지 정도로 생각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르디플로 기사를 통해 나 개인적으로는 전혀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었다. 구글 창업자들의 창의적인 발상에 한편으론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구글은 인터넷에 무한정 널려 있는 것 같은 정보의 바다에서 검색을 효과적으로 해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 이것을 사업화시켰다. 이들의 검색 연산법도 뛰어나다 생각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동안 상품화의 대상으론 여겨지지 않았던 언어의 영역까지도 상품화하였다는 것이었다. 구글은 그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검색 광고 산업을 만들어냈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냈다. 광고 시장에서 구글은 키워드 경매 방식을 도입했다. 구글에서 행해지는 특정 검색 키워드에 대해 자신들을 노출시키고 싶어하는 기업들에게 경매를 제안한다. 또한 이에 더해 광고에 대한 품질 지수를 도입했다. 구글 자체적으로 경매에 입찰하는 업체들의 싸이트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글은 막대한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구글은 이러한 방식으로 언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고 동시에 언어까지도 상품화했다.
우리가 항상 사용하고 있는 언어조차도 상품화 혹은 자본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매일 아니 매 순간 접하면서도 그 실체에 대해서는 알아채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영역에서의 자본주의가 확대되어 가는 것을 보며 우려가 커진다. 구글이 만들어 놓은 시장에 많은 경쟁자들이 출현하고있어 구글의 지배가 약화되긴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구글이 앞서고 있기에 구글의 지배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이 언어라는 것의 상품화가 우리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기존의 사례들을 참고해 상상을 해 보자.
노동이라는 것을 사례로 들고 싶다.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최고 지배체제로 인식되어 오면서 거의 모든 것이 상품화되었다. 노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본주의를 넘어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이러한 경향은 더욱 더 뚜렸해졌으며 전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본화의 물결 속에서 인간의 노동도 그 거대한 물결을 피해가지 못하였다. 인간의 노동은 돈이라는 매개체로 계량화되기 시작했다. 노동이 가지는 가치라는 것을 이제는 돈으로 밖에 바꾸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의 노동은 너무나도 심하게 계층화 혹은 계급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노동에서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에까지 확장되고 있는 듯하다. 전체적인 인간 가치에 대한 계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간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일종의 운영 체제에 갇혀 버린 꼴이 되었다. 이제 그 체제 속에서 인간은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최근 대안을 모색하는 운동들이 많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지금의 거대한 자본화 체제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언어의 자본화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언어의 투기 시장화가 진행될 것 같다. 만약 위와 같은 언어 시장이 과열되고 확대되어 간다면(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언어시장은 지금의 자본시장 만큼이나 투기가 만연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투기 시장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에 어떤 제약을 가하게 될까? 아마도 언어 투기자들이 원하는 단어들 위주로 우리의 언어 구조가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 된다. 또한 우리가 사용할 수있는 언어에 제한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구글과 같은 언어 자번주의의 지배자들로부터 허락을 받아야만 언어를 빌려쓸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말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한 세계가 출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또, 언어 시장에서 소외되어 사라져가는 언어가 많아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높은 가격이 매겨지지 않는 단어들의 사용 빈도 수가 적어지면서 그들의 존재 가치가 사라져버리게 되는 것은아닐까? 노동의 가치가 살라져 버린 지금의 시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