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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또 다른 자본: 제약 자본 본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12월호 기고문 중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다. 미국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정시 질환과 그 치료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는 글이다.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이라는 것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 DSM은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만들어지는 정신장애 진단을 위해 작성되는 통계 편람이다. 이 통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정말 많음에도 이른바 '제약 자본'에 의해 이것의 영향력은 커져만 갔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고문에서 말하는 DSM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자. 필자의 의견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 DSM은 장애를 일으킨 원인은 무시하고 겉으로 드러난 각종 '장애'만 나열하고 있다. 장애를 일으킨 상황이나 병력 따위는 고려치 않는다. 피상적 병명만을 갖다 붙인다.
- 작위적 의학용어가 난무하면서 그 만큼 무분별한 의약품 처방이 쉬워졌다.
- 심지어 미래에 발생할 정신장애까지 병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잠재적 환자이므로 이들에게도 약을 처방하게 된다. 이른바 위험증후군이다.
- 임상학적 관찰 결과를 토대로 정신질환을 분류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취합한 정신과 전문의의 의견을 근거로 하고 있는 비객관적인 것이다.
- DSM을 강요한 것은 보험회사였다. 제약회사도 그 뒤를 이었다. 그렇다보니 대학에서도 DSM을 수업과목으로 채택했다. DSM과 시각을 달리하는 학설이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 DSM 5차 개정판에 참여 중인 준문가 위원회가 제약산업과 돈으로 끈끈하게 얽힌 사이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체계이지만 이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정신 장애에 투여할 수 있는 신겨이완제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장애를 일으키는 관계에 집중하는 치료보다 약물치료가 더욱 증가하기 시작했다. 제약업계의 충실한 홍보원 노릇을 했던 한 의사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우리는 내방자에게 본인의 뇌가 화학적으로 불균형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환자 자신이 진짜 아프다고 믿게 만들려면 의학적으로 신빙성 있는 설명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진실인지는 아직 확실히 증명된 바가 없다" 이런 방식으로 약물 처방은 급증해 왔고 그에 따라 제약업체와 관련 의료 종사자들의 수입은 늘어만 갔다. 이들은 이제 거대한 자본이 되었다. 제약회사와 함께 약처방권을 가진 수많은 의료계 종사자들은 향정신성 의약품과 그 밖의 신경이완제 같은 약품의 소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제약사는 평소 홍보할 약을 많이 처방한 의사에게 두둑이 돈을 챙겨주고 강연자로 나서게 한다. 이러한 홍보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은 고스란히 의약품 가격에 반영되어 전부 환자에게 전가된다. 의료 시스템은 온갖 종류의 장애를 만들어내며 환자들이 의약품을 과다하게 소비하거나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하도록 부채질한다. 보험사, 제약사, 의료서비스업계는 미국의 경우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률 제정을 위해 법률 입안자들에게 천문학적 로비자금을 쏟아부었다. 결국 법률체계까지도 자신들의 이권 수호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 사회 제약 혹은 의료 산업의 일면이다.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의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얼마전 국회에서 한미 FTA가 통과되는 것을 지켜봤다. 수많은 반대 의견과 확실하지 않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말그대로 그냥 통과시켰다. 앞서 기술된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거의 그대로 한국사회에도 정착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한국 사회에서도 앞서 기술한 미국의 거대 제약 자본들이 국민들에게 수많은 각종 장애를 선물하며 약을 팔아대지 않을까? 기사의 내용을 읽으며 앞으로의 한국사회에 만연하게 될 정신병 약처방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과대한 상상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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