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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최저임금은 슬픈 경제학이다 본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2011년 10월호에 실린 '아파트 경비원의 노동경제학'이라는 글을 보며 서글퍼졌다. 이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을 확인했다. 2012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논쟁이 있었던 것을 스치는 뉴스로 접하긴 했었지만 실제 금액을 확인해 본 것은 처음이다. 이 글에 따르면 2011년 시간당 최저임은은 4,320원이다. 하루 8시간이며 34,560원이고 주 40시간씩 한 달을 일하면 902,880원이다. 2012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4,580원이라고 한다. 90만원을 가지고 한 달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최저임금의 수준이 정말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최저 임금도 이렇게 적게 느껴지는데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 단속직 노동자라고 하는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이 최저임금법마저도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들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되어 아파트의 경우 관리비가 평균 7천원 정도 상승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자 입주자 연합회는 아파트 경비원의 임금을 계속 최저임금의 80%만 줄 수 있게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달라는 청원을 했다고 한다. 한 가정에서 7천원씩만 더 보태면 경비원들이 최저임금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데 그걸 거꾸로 돌려달라니. 정말 우리 사회에서 한 가정당 7천원이 많은 돈일까?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려해도 이해되지 않는 처사다. 어째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글의 저자인 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님은 대한민국은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말한다. 그렇다. 노동에는 분명히 경제적 가격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존재한다. 저자도 언급하고 있는데, 단순노동으로 여겨지는 쓰레기 치우기, 시설 경비 등의 업무를 담당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마도 우리가 사는 곳은 금새 쓰레기로 넘처나고 다양한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노동에는 단순 노동을 넘어서는 분명한 사회적 가치가 부여되어야 한다. 이 사회적 가치가 임금에 고려되어야 한다. 전문가나 연구자들이 없어도 이 사회는 무리없이 유지될 것이지만 이들 사회적 가치가 높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되는 분들이다. 한국 사회는 노동의 가치가 너무나 상품화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최저 임금과 같은 슬픈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노동의 상품화가 더이상 진전되어서는 안된다. 요즘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복지국가를 말하고 있는데, 그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정말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노동의 가치에 대한 진정한 고민 없이 복지국가를 떠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완전히 시장에 내던져진 노동의 가격을 시장으로부터 구해낼 필요가 있다. 최소한 그리고 나서 복지국가를 말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기업들에선 해고와 임금 삭감이 근면과 순종적 노동을 위한 필연적 법칙으로 사용되고 있다. 쌍용자동차도 그랬고, 한진 중공업, KTX승무원 등도 그랬다. 이제는 변화되어야 한다. 노동의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대한 합당한 대우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 이상 아파트 경비원과 같은 슬픈 노동 경제학을 접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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