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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세계화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을까?

초원위의양 2016. 3. 19. 20:26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경제적 위기로 인해 세계화라는 유토피아를 찬양하던 소리들은 잦아들고, 탈세계화를 향한 논쟁들이 점화되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2011년 10월호에서는 탈세계화, 탈자본주의화에 대한 논쟁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프랑스 보르도 4대학 전임강사인 장마리 아리베는 '금융 투자자에게 최대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한편, 노동력 가격은 끊임없이 인하하는 방향으로 자본구조가 변화해왔음'을 지적한다. 이로 인해 세계 각 국가의 복지/조세 시스템이 경쟁관계에 놓였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라는 말의 의미이다. 장마리 아리베는 1980년대 초부터 형성된 이와 같은 자본구조는 2000년대부터 실질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런 근본적인 자본구조의 취약성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낳게 한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현재의 위기는 세계화가 성숙한(?) 단계까지 진행된 자본주의 전체의 위기임을 지적하고 있다.

 

  필자의 논리를 따라가면서 현재의 위기가 초래된 원인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현재의 위기는 '자본주의의 과잉생산'과 '새로운 발전 모델의 전망 부재'라는 이중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내세운 지배계급의 공세로 선진국 내에서도 자본 대 노동의 관계는 자본에 유리하게 재편되었고, 노동자 사이의 임금 분배구조도 양극화되었다. 자본이 지배하는 체제, 그리고 그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극심한 양극화와 계급화를 완화 혹은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필자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주장이긴 하지만 이후 이러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와 그 규제 방법에 대한 제안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데 참고할 만한 주장이란 생각이 든다.

 

  필자는 규제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 2 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농산물 등 모든 원재료 공급이 투기와 시장변동에 내맡겨진 상황에서는 각 국가의 자율성 행사가 불가능하고 식량 주권 확보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전 세계적 차원의 기후변화 문제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쿄토 협상 이후 실질적인 진보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 이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이해로 인해 강대국들조차 그들의 제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탈세계화주의자들의 주장(선별적 보호주의, 자본 통제, 은행에 대한 정치적 규제 등)에 대해 실제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탈세계화주의자들의 주장이 원론적으로는 옳은 방향이지만 그것의 실행 가능성이 너무 작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대자본을 보유한 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이러한 규제들에 동의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규제가 단일 국가를 벗어나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시작해야 하는 지점을 공공 부채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에서부터라고 말하고 있다. 은행을 사회화하고 강력한 누진과세를 도입하여 이자소득을 최소화함으로써 금리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역시 맞는 말이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필자가 주장하는 이 방안 역시 실행되기에는 어려운 난관이 매우 많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거대한 자본의 견제를 뚫고 이와 같은 규제 정책을 실천해 낼 수 있는 훌륭한 정치가들이 출현해 줄 것인지 의문이다. 필자 역시도 이러한 과정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본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우리들 개인들이 먼저 자본의 속박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빠져나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가 처한 상황,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조금씩 자본의 힘을 거두어들일 수 있는 규제 장치들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