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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고 싶으십니까?

초원위의양 2016. 3. 17. 23:28

세금 혁명

작가
선대인
출판
더팩트
발매
2011.04.27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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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세금 내고 싶으세요?"라고 묻는다면 과연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직장인이든 자영업자이든 여러 사람 붙들고 물어보아도 한결 같은 대답을 들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세금은 가능한(부정직한 혹은 불법 혹은 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이처럼 세금을 회피하려는 경향은 소득이 많든 적든 구분은 없어 보인다. 재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세금을 덜 내거나 내지 않으려했던 행위들에 대한 검증과 비판이고, 소득이 그리 많지 않는 봉급 생활자들의 경우엔 부당한 소득공제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소득을 덜 빼앗기려 안간힘을 쓴다. 또한, 자영업자들은 가능하면 자신들의 소득을 정직하게 신고하려고 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세금 감면 혜택을 받으려 무척이나 열심이다. 우리 나라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세금을 뜯긴다고 표현한다. 어째서 사람들은 세금에 대해 이러한 생각과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일까?

 

  이 세금 혁명이란 책은 위의 대답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세금은 한 국가 살림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돈임에도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금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이며 소위 뜯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인 것 같지만 결국엔 지금까지는 공공의 돈인 세금을 제대로 사용해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금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세금을 낸 혜택이 거의 전혀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죄과는 일차적으로 세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정치 지도자 및 정부 행정관료들에게 있다. 하지만 100% 이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 만은 없다. 납세자들도 우리가 낸 세금이 적절히 사회 각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잘못 사용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의견을 내지 않았던 잘못도 있다. 좀 더 심하게는 자신들의 사익(자신들이 속한 지역의 부동산 개발 공약에 투표, 탈세, 비효율적인 공공의 지원 등)을 추구하며 살아온 이들도 상당하다. 이와 같은 잘못된 예산 운용과 그에 대한 감시/관리 소홀로 인해 지금과 같은 세금 납부에 대한 기피 현상이 팽배해진 것이다.

 

  저자는 먼저 지금까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세금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어떠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지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브라질의 빈곤을 대폭적으로 줄였던 정책, 핀란드의 세금을 사용하는 사례를 통해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면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소개하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을 소개해 준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들이 앞다퉈 유치하고자 하는 국제행사가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서울시의 의무급식은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자료들을 통해 설명해 준다. 관료와 재벌들이 국민의 돈을 어떻게 낭비하고 있는지를 쓴 부분에선 분노가 치밀기도 하고 답답함이 몰려오기도 한다. 동시에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이 세금 사용 문제라는 인식에 동의하게 된다. 우리가, 아니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나와 우리 후세들의 미래도 결정된다는 저자의 주장에 100% 동감하게 된다.

 

  책의 두 번째, 세 번째 장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개혁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는 교육 분야와 공공 재정 문제를 파고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교육 열풍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할 만한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경쟁적 교육 분위기와 승자면 모두 가져도 된다는 잘못된 의식, 이와 같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려 하기 보다 오히려 더욱 더 부채질 하는 교육 관료들. 한 없이 오르고 있는 대학 등록금과 그에 반해 점점 쇠락해 가는 고등 교육 서비스의 질. 이 모든 문제들은 교육 분야에 사용되던 잘 못된 예산들을 적절히 조정하기만 하여도 혁명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데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성공적으로 실행하지 못했다. 우리 세대에서는 이러한 혁명을 이뤄나가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부하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재정 문제가 우리를 점차 옥죄어 올 것임을 저자는 예상하고 있다. 명박씨가 대통력직에 있는 동안 대한민국의 공공의 빚은 태산처럼 커졌다. 명박씨와 그 똘마니들은 이러한 빚 사태를 국민들에게 숨기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속임수를 계속해서 사용해 왔다. 공기업에 빚을 떠넘기고, 민자 사업을 통해 공공 부채에 물타기를 시도하였으며,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기간 산업 및 기관/재산들을 팔아 넘기는 미친짓도 서슴치 않았다. 명박씨의 임기가 5년인 것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명박씨는 청와대를 떠나도 그의 똘마니 혹은 명박씨의 가려운 곳을 살살 긁어주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왔던 이들은 관료로서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암적인 관료들을 찾아내 개혁하는 것이 필요했었는데 명박씨 정권과 크게 성격이 다르지 않은 근혜씨네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이와 같은 분야에서의 개혁은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다. 과연 이 나라의 공공 재정은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

 

  네 번째 장에서 저자는 절망적 조건에 있는 지금의 청년 세대 문제와 그들이 처한 힘겨운 조건, 앞으로 다가오게 될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사회적 충격 그리고 그로 인한 재정 문제에 대해 다룬다. 우리의 청년 세대는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반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그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에 비해 놀랄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을 확인하게도 된다. 어떤 면에서 현재의 청년 세대는 희망을 잃어가는 것 같지만 기성 세대가 이 청년 세대에게 꿈과 재능을 펼칠, 잠재력을 발휘할 장을 마련해 준다면 이 사회는 크게 변혁될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기성 세대들의 선택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하게 된다. 청년 세대들의 문제 만큼이나 고령화 사회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충격으로 인해 커다란 사회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져 있기는 한 것일까? 우리가 취해야 하는 가장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행동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저자는 심각한 문제 상황에 대한 인식 위에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제안을 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까지 지속되어 왔던 박정희 시대 독재 및 개발 위주 시대의 조세 구조와 재정 지출 구조를 개혁함으로써 우리가 미래 세대를 준비하기 위한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금액이 꽤 커서 실제로 이 제안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는 남지만 또 한편으로는 완전히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헛된 곳에 돈을 쏟아 부었는가! 명박씨가 광적으로 추진했던 대운하, 4대강 삽질만 보아도 교육 혁명과 공공 재정 균형, 복지 지출을 위한 재정 확보가 불가능한 것임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변화를 위해 20가지 변화되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제안과 납세자들의 취해야 할 10가지 행동을 추천하고 있다. 단순히 문제만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나름대로 고민한 부분들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들과 대책들을 제안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이 책이 가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들도 주어져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문제 해결의 주체는 누구이며 어떻게 시작해 나가야 할 것인가이다. 누가 앞장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며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시작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또 하나의 과제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