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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룰 것인가?

초원위의양 2016. 3. 17. 23:26

경제민주화를 말하다

작가
조셉 스티글리츠, 노암 촘스키
출판
위너스북
발매
2012.07.16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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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 세계가 한 마음으로 수십 년간 신앙처럼 지속시켜 온 시장근본주의 혹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근본적 결함들이 속속들이 노출되었다. 이 체제는 노동, 생산, 소비로 이뤄지는 실물 부문에 비해 금융부문의 몸집을 과도하게 불려놓았고 과잉된 금융부문을 글로벌화시켰으며 금융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하였다. 그 결과 전 세계는 위기를 맞이했고 그 여파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륙을 옮겨가며 지속되고 있다. 위기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금융 부문에 대한 규제 강화를 세계 각지에서 외치고 있기는 하나 국경을 뛰어 넘는 세계 금융 시장을 공통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규제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리고만 있는 듯 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의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부국/빈국, 부자/가난한 자의 양극화를 극대화했으며 더 가진 국가/ 더 가진 사람들 위주로 경제를 이끌어 왔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왜곡시켜 국가 간/개인 간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켜 온 경제 자유화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지에서는 경제 민주화를 향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경제 민주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떠한 가치들을 추구하는지를 설명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도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도 정치적/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개략적으로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제민주화는 세계경제를 왜곡했던 돈 중심의 경제를 사람이 주체가 되는 경제로 돌려놓기 위한 움직임이다. 또한 다수인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그 동안 경시되어 왔던 생산과 노동이 중시되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다. 경제민주화에는 공정한 경쟁, 기회의 평등, 정의로운 분배, 생산과 노동의 가치 제고, 환경의 공생이라는 가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과연 전 세계는 이러한 시스템을 이뤄갈 수 있을까? 아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가치들이 구현되기를 바라고 있을까?

 

  이 책에서는 저명한 필자들의 짧은 기고문들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위해 시도되는 다양한 운동들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필자들은 공통적으로 시장의 실패, 혹은 불완전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공통된 의견과 방법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특정 국가에 적합한 방법론도 소개되고 있고 보편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보이는 제안들도 있다. 주로 논의되고 있는 것들은 노동자 협동 조합, 국제적 금융 규제 도입(금융의 사회화 혹은 국유화), 조세피난처 폐지, 정부 역할 강화, 현재의 세계 경제 시스템을 부국 위주로 운영해 온 국제기구(IMF, 세계은행 등)로부터의 해방, 부채 탕감, 산업/노동/환경 단체의 연대, 금융 거래에 대한 국제적 과세체계 수립, 탈 세계화, 제조부문 활성화, 자유무역의 재구성, 경제 문제에 대한 민주적 의사결정범위 확대, 상품화된 공공재를 원래 역할로 돌려 놓기, 사회적 공유 확대 등이 있다.

 

  현재까지 여러 방안들을 모아서 책 한 권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대안적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안적 경제시스템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신조인 신자유주의 찬성론자들의 세력을 넘어서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생각된다. 기존의 체제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이 성공한 사례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못하기에 대다수의 시민들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쉽사리 대안적 경제시스템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세력들은 더욱 불안을 조장한다. 이들은 엄청난 힘(자본)을 무기로 부던히도 대다수 민중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하고 현 체제를 벗어나게 될 경우의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다. 또한 경제민주화에서 추구하는 가치들을 훼손하려 하며 연대를 파괴하려 한다. 이것은 전 세계 더 가진 세력들의 공통된 모습인 듯 하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넘어야 할 벽은 너무나 높아보인다. 아니 어쩌면 그 벽의 높이를 헤아릴 수조차 없어보이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현재까지 유지해왔던 시스템이 더 이상 대다수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명확히 확인하고 있다. 기존 경제시스템의 실패를 계기로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대한 전 인류적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허나 새로운 체제로 나아가는 길 중 어느 길이 인류를 위한 길인지에 대한 완벽한 보증은 없다. 또한 어떠한 시스템일지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는 사람이기에 실패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패의 폐혜가 지금처럼 대다수의 약자들에게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아직까지 인류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안적 방안들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 이 책에서와 같이 여러 가지 제안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에 대한 실행사례(그것이 성공적이든 실패든)가 많지는 않은 실정이다. 이는 아마도 경제민주화를 위한 논의가 공론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방해하는 기존 세력의 힘 만큼이나 변화되는 체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우리에게 주는 두려움도 큰 것이 사실일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싹이 트고 자라나기 위해서는 사람들 내부의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는 일이 먼저 일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대안시스템의 실험적 실행이 가능하고 그 효과 또한 실제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큰 그림을 그리는 정책적 노력과 별개로 작은 부분에서부터 경험적 방법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대안적 경제시스템에 대한 제안들에 대해 작은 크기에서부터 실험과 성공/실패를 경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천적 경험을 통해 우리 앞에 놓인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미래가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믿음을 다져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