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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보일 때 본문
한 아이가 어느 날 밤 무서운 소리에 잠이 깼다. 아침 식탁엔 멍한 표정의 엄마만 계실 뿐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아빠가 무척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아빠, 빨리 돌아와요'라는 메모가 붙어 있다. 하루가 더 지나서 엄마는 아이에게 할머니가 아프시니 케이크를 가져다 드리라고 했다. 할머니 댁으로 가는 두 가지 길 중 아이는 숲을 가로질러 가는 지름길을 선택했다. 얼른 할머니 집에 가서 케이크를 전해드리고 집에 돌아오신 아빠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숲속길에 들어섰는데 숲속은 온통 잿빛이다. 지나가다 만난 젖소를 끄는 아이와 젖소도 역시 잿빛이다. 글에는 금발 머리라 표현된 여자아이 역시 잿빛이다. 괴기스런 나무들 사이로 난 좁은 길에서 만난 아이들도 잿빛이다. 이들을 지나 좀 더 가자 나무에 빨간색 코트가 한 벌 걸려있다. 날이 추워지던 차에 외투를 만나 반가워하는 아이는 외투를 입었다. 그런데 외투를 입자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에 아이는 뛰다가 길을 잃었다. 힘겹게 찾아간 할머니 집에 도착해 아이는 문을 두드렸다. 이상한 목서리가 아이를 맞는다. 아이는 겁을 집어 먹고 조심스레 집안에 들어간다. 할머니 침대에 있었던 것은 바로 아이의 할머니였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보고 싶었던 아빠가 계셨다. 할머니께 작별인사를 하고 집에 도착해 문을 열자 엄마가 웃으며 아빠와 아이를 맞이했다.
부모님이 싸움을 하고 난 후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절묘하게 표현되어 있다. 부모님이 다투신 후 한 쪽이 집을 나가셨다면 아이는 어떤 기분일까? 세상 무엇을 봐도 그냥 회색빛으로 보이지 않을까? 숲 속의 나무들도 괴기스럽기 짝이 없다. 잎사귀도 없고 뾰족한 가지만 솟아있을 뿐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아이의 마음을 아주 잘 아는 작가이다. 괜시리 엄마는 아이를 아빠가 계실 것 같은 할머니 댁으로 심부름을 보낸다. 아이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남편이 대략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리네 부모님도 그러했으리라. 아이는 기대치 않게 아빠를 만나면서 엄마의 의도를 조금은 눈치챘겠지 싶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부모의 다툼을 중재해주고 끈을 이어주는 존재는 아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책의 홍보 문구처럼 부부싸움 후 아이의 심리를 잘 표현해내기도 했지만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의 묘미는 그림에서도 나타난다. 그의 그림엔 익살스러움이 묻어난다. 할머니 집으로 가는 숲속 길에서 만난 젖소 끄는 아이의 젖소의 얼룩은 아이의 그림자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을 보다 피식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젖소 끄는 아이의 머리는 가시 돋힌 나무의 꼭대기에도 그려져 있다. 나무 숲속엔 숫 사슴도 교묘하게 숨어 있고 도깨비 방망이를 든 거인 도깨비도 숨어 있다. 잭의 콩나무도 있는 듯 하고. 빨간 망토, 장화신은 고양이, 헨젤과 그레텔 등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그의 그림엔 버무려져 있다. 많은 내용을 쓰지 않아도 어떤 이야기가 스며 있는지 알아챌 수 있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그림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혹시 무슨 다른 실마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그림을 보게 만든다. 참 많은 배경지식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그림을 완벽하게 즐기기에는 내가 가진 지식이 너무 짧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의 익살스러움을 전달받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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