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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

대한민국 정치인들이여 세종의 정치를 배워라

초원위의양 2016. 3. 17. 23:14

세종처럼

작가
박현모
출판
미다스북스
발매
201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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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만원짜리 지폐, 초등학교 시절 흔하게 봤던 청동 동상, 같은 이름의 대학교와 도시 그리고 도로 이름 등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의 대표적 업적인 훈민정음 정도가 떠오른다. 역사적으로 매우 유명한 그리고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고 알려져 있는 세종이라는 임금에 대해 생각보다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세종이라는 한 나라의 리더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되었고, 그가 어째서 훌륭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종이 추구하며 펼쳤던 정치의 핵심은 다음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세종의 정치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백성들의 평범한 생활을 위해 국왕과 신료들이 비범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백성들이 각자 맡은 바 일을 하면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며, 부부 형제 간에 우애하면서 사는 그런 평범한 행복을 위해, 국왕과 신료들이 비상한 각오로 노력하는 그런 정치. 그래서 백성들이 매일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위정자들이 하루하루 일상을 진실된 마음으로 실제에 도움이 되는 정치를 위해 정성과 지성의 노력을 기울이는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P 220) 

 

  구절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에 와 닿는다. 정치란 정말 이런 것일진대 오늘날 정치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아니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근현대 대한민국의 정치사를 되짚어 보면 국민을 위한,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정치 혹은 정치인을 꼽기가 참 어렵다. 경제적 실책이 있었기는 하지만 그나마 최근에 정치적 민주화를 어느 정도 진전시켜 준 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뽑아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들 정부에서 실제 정치적 의사결정을 했던 주요 정치인들(여야를 막론하고)이 위와 같은 마음을 품었다고 전혀 생각할 수 조차 없다. 일종의 명예, 권력 추구에의 욕구, 심한 사람은 재산 증식의 수단, 의무와 책임보다는 주어지는 특권에의 추구 등이 그들이 가진 마음이었다는 것을 그들의 행태를 통해 반복적으로 봐 왔다. 이런 자들이 여전히 대한민국의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고, 국민들의 상당수가 이들에게 여전히 표를 던져준다. 슬픈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 세종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 과연 무슨 말을 할까? 아마도 그 당시 신료들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불러 모아 놓고 심히 문책하며 책임을 묻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저자는 세종의 정치 세계를 15개의 강의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세종이 꿈꿔왔던 세계와 그의 치세 하에 이루어졌던 일들을 일목 요연하게 풀어주고 있다. 왜 세종이라는 인물이 왕이 되었는지, 어떤 정치적 비전을 품고 있었는지, 세종의 즉위를 통해 선대의 왕은 어떠한 행복을 누렸는지를 먼저 이야기 한다. 후에 세종이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꾸려 나갔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인재 등용 및 활용 방법, 쉼 없이 이뤄졌던 열린 회의, 멈추지 않고 추구했던 공부, 훈민정음이라는 독특한 업적, 외교적 대응 방법 등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이야기식으로 풀어주고 있어 세종의 통치 원칙과 방법, 비전 등을 이해하기 쉽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세종 십계명이라는 제목으로 세종이 추구하고 활용했던 방법들을 요약 정리해 주고 있다. 세종은 백성의 안위를 최우선시하였고 그들에게 헌신적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도록 하였으며 억울한 재판이 없도록 무던히 애를 썼다. 여러 국가 조직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그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과실이 있을지라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 후에는 그 능력 여하에 따라 다시 등용하여 책임 있는 그리고 신뢰를 주는 정치를 실현해 나갔다. 자유로운 의견 청취를 위해 임금과 신하라는 수직적 체계를 부수고 신료들과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회의를 자주 가졌다. 하지만 영토나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자신의 강한 의지를 꺾지 않는 강인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 결과 북방 영토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세종은 이러한 원칙하에 국가를 경영하여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으며 후대에까지도 리더십의 본으로서 연구되는 모델이 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리더십을 생각할 때면 항상 가슴이 답답하다. 떠오르는 것은 자신의 사익/권력 추구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국민을 대하는 진정한 국민의 대표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손에 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정치 리더들을 바라고 꿈꾸지만 변화의 단초를 아직까지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치인들의 인재풀에서는 더이상 선한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기대가 지난 1,2년간 안철수라는 인물에게 투사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기대와 열망은 그의 대선 후보 사퇴와 함께 급작스레 공중으로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 흩어진 열망은 불안으로 화하여 박정희라는 독재자에의 정신병적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그의 딸 박근혜를 선택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대한민국 유권자 중의 1천 5백만명 정도가 박근혜라는 사람에게 표를 던졌다. 그리고 현재 박근혜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해야할 절차들을 밟아가고 있다. 이 1천 5백만명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떠한 기준으로 자신들의 대표자를 선택한 것인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들은 박근혜를 선택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수준 이하이고 과연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만한 자질을 갖추었는가에 대한 부분에서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앞으로의 5년은 박근혜와 그 일당들이 꾸리는 살림살이 하에서 살아가야 할 터이다. 과연 박근혜와 그 일당들은 대한민국의 대표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그들에게 표를 던진 절반의 유권자들은 어떠한 삶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박근혜와 그 일당들 그리고 어떤 대안도 새로운 변화에의 동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야권의 무기력한 정치인들에게 이 책을 꼭 곁에 두고 곱씹으며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종이 가졌던 백성을 향상 헌신된 태도, 끊임 없이 배우고 연구했던 모습, 철저한 자기 관리, 개방적 인재 등용 및 활용 전략, 일관된 통치로 신뢰를 주었던 것,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열린 회의 방법 등을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품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