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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을 다시 생각한다

초원위의양 2016. 3. 17. 23:06

스톤엔젤

작가
마가렛 로렌스
출판
삼화출판사
발매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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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매일 같이 거리를 걸으며 마주치는 노년의 인생들을 보면서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 중 하나이다. 노년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했던 것은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 나의 할머니가 아닐까 싶다. 어느 새 할머니의 얼굴엔 검버섯이 피어 있었고 키는 더 조그매졌었다. 아픈 허리와 다리를 주무르시며 매일 시골의 깜깜한 밤을 보내셨던 할머니.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할머니의 마지막 몇 년 인생에는 무슨 낙이 있었을까 싶다. 끔찍이도 사랑하셨던 손자를 가끔씩이나마 보는 것이 낙이라면 낙이셨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할머니가 왠지 모르게 더 괴팍해져간다고 생각했다. 별일도 아닌 것 가지고 며느리인 나의 엄마와 자주 다투셨고 매몰찬 말들을 뱉어내기도 하셨다. 오랜 세월 쌓여온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때는 그래도 내가 할머니의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하고 보살펴 드리려고도 했었던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못했음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나는 인생의 종반을 살아가시고 계셨던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도 이해하고 있지 못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쓰여진 이 '스톤엔젤'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나는 노년, 특히나 삶의 종반부 인생을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을 세상에 내놓다가 목숨을 잃은 한 어머니의 딸.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남편과 끔찍이도 사랑했던 젊은 아들을 자신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던 아내이자 어머니. 

  환갑을 넘긴 아들과 며느리의 돌봄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 고집 센 아흔의 노파. 

  혼자 거동하기도 불편하고 몸의 모든 기능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작동해 버리는 인생의 종반부를 살아가고 있는 노인 헤어거. 

 

  이제 인생에서 남은 것이라곤 노쇠해진 몸을 간신히 추스리며 지난 날을 추억하는 것뿐인가? 과거의 날들을 회상하는 문장력 뛰어난 이 노인은 그리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자신으로 인해 아내와 어머니를 잃었던 아버지와 오빠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때때로 어머니대신 자신이 죽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을까? 물론 아버지와 오빠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겠지만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조각조각 이어지는 헤이거의 회상들은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 온 작은 퍼즐 조각들이다. 과거의 장면들을 통해 그녀가 살아온 여정을 보게 되고 지금의 그녀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다. 노인들은 참 고집이 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헤이거 할머니를 보니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헤이거 할머니의 아들 내외도 이젠 늙어서 어머니를 보살피는 것이 힘겨워진 상태다. 결국 아들 내외는 어머니를 양로원으로 모시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나 상식적인 상황이라 생각된다. 아들 내외도 늙었고 거동도 불편한 할머니를 전문적으로 보살필 수 있는 기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소설 속 헤이거 할머니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할머니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가혹한 처사로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음으로는 혼자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은 제멋대로인 상황자체도 절망스러운데, 아들부부는 나를 양로원에 맡기려 한다면? 만약 내가 헤이거 할머니의 상황이라면? 나 역시 헤이거 할머니만큼이나 그 상황에 저항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들 부부가 아무런 얘기없이 헤이거 할머니를 양로원에 모시고 간다. 양로원을 본 헤이거 할머니는 절대로 이곳에는 오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결국 헤이거 할머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집을 떠나 힘겨운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마지막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이와의 대화를 통해 할머니의 전 생애 속에 쌓아두었던 회한을 어느 정도 풀어내고는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헤이거 할머니가 내게 이야기를 해 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한번도 자세히 들어보지, 아니 들어보려고 하지 않았던 노인들의 삶에 대해서 모든 노인들을 대표해서 내게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물론 이렇게 표현력이 뛰어나신 예술가스러운 할머니 할아버지가 몇 분이나 계실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책 속에 흐르는 헤이거 할머니의 감정 선은 대체로 비슷하게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된다. 헤이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생각이 나는 한 분이 계시다. 얼마 전 노인 복지 시설에 가시게 된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신다. 1년에 두어 번 명절에 찾아뵙고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외증손녀를 보여드리고 손과 발을 잠시 만져드리는 것이 나와 외할머니 관계의 전부다. 외할머니의 인생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냥 가족 중의 한 분이 세월이 지나 노쇠해지고 병들어 가족들조차 돌보는 것이 힘들어져서 전문적 요양을 받게 한 것이다라는 아주 단편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양원에 계신 외할머니와 또 그곳에 함께 계신 할머니들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외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에 함께 계신 할머니들의 인생을 더해 보면 족히 몇 백년이 될 텐데 그분들의 삶을 너무나 작은 상자에 구겨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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