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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위기의 경제-유종일 지음 본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유종일 교수의 책. 2008년 후반부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의 원인과 한국이 대응했던 방식, 특별히 이명박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한 차분한 해석과 이와 같은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분배와 고용문제는 정책과 제도의 문제, 즉 정치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최근의 금융위기로 인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고, 이러한 구조 조정이 대규모로 일어나게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총 수요 위축을 막고 급격한 구조 조정을 막기 위해선 서로 간의 신뢰와 협력이 필요하다. 이는 정치적 리더십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상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동감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금융, 세제 등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역사 교과서 수정, 집시법 개정 등의 갈등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걱정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정치를 잘해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정치를 잘 하자는 이야기는 곧 민주주의를 잘 하자는 말과 같다. 시장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활용하면서도 기회, 분배, 참여, 궁극적으로는 소유의 평등을 실현하자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모습이다. 이것을 어떠한 방법으로 실천해 나갈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배경, 원인 및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금융위기는 금융자유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금융규제를 완화하면서 책임없는 자유가 허용되어 버렸고, 이에 더하여 경기부양책을 분별없이 추진하여 거품을 키웠다. 탐욕에 가득찬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 또한 금융위기를 초래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불안감이 지속되어 실물경제의 침체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전면적인 침체를 막기 위해 각 국의 정부는 금융안정화 정책, 대규모 재정 지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즉 시장만능주의(신 자유주의)는 실패하고 케인스 경제학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으로 금융위기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고찰한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으며 부채 의존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하였다. 이에 더하여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의 미숙한 추진으로 위기를 재생산하고 말았다. 고환율정책, 외환시장 개입, 근거 없는 낙관론 제시 등이 대표적인 정책대응 실패 사례이다. 이제는 경제정책의 미국 추종주의를 벗어버리고 시장 만능주의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또한 성장 지상주의 정책 마인드에서 분배와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 경제의 취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되고 정책 입안자들의 마인드가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에서 국민, 서민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두 번째 장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과 그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였고 여전히 개발 독재 시대의 관치 경제 모델에 집착하고 있으며 모순되어 상호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정책들이 제멋대로 추진되고 있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그리 많지 않은 지면에서도 핵심적인 내용들을 정리해서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나라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읽을 때 처음에는 무척이나 화가 났지만 이내 안타까움과 걱정을 하게 되었다. 제발 상식적인 정책을 추진하길 소망한다.
이어서 저자는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상호 보완적이기도 한 동시에 긴장도 존재한다. 두 체제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능력과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이 보장되어야 하고 동시에 적절한 분배와 사회적 안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 민주화란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민주주의의 평등이념을 확장하는 과정을 말한다. 평등의 차원이 기회, 소득분배, 의사결정에의 참여, 소유 로 높아질수록 경제 민주화는 성숙해 간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서구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민주주의의 발전은 경제 민주화를 진행시켜 왔다. 또한 경제 민주화는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경제 민주화의 좌절을 겪었다. 개발 독재 하의 불안정하고 불균형한 발전 이후로 그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해 가는 도중 전 세계적인 신 자유주의의 흐름에 변화의 방향을 빼앗겨 버렸다. 이로 인하여 경제 민주화는 후퇴해 버렸다. 우리의 경제 민주화는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회의 평등 측면에서는 여전히 법치주의가 미흡하고, 재벌 범죄의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불공정 거래 등이 만연하고 있다. 양극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사회복지는 축소되고 교육 시스템 역시 불완전하여 분배의 평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참여의 평등이나 소유의 평등은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위와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저자는 세 가지의 핵심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먼저, 공정한 시장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국가는 통명하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시장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요구된다. 또한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기능을 살려야 하며 소액주주의 권인 보호를 위해 집단 소송제를 활성화 할 것을 제안한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지양하고 시장의 실패로 인해 야기되는 공공재, 시장 비효율성, 거시경제적 불균형, 분배 불평등 등을 보완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국가의 역할이 변화되어야 한다. 둘째로 경제 정책을 설계 및 집행하고 거시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며 각 부분 및 기업단위에서 투자 또는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관련된 포괄적인 결정 메커니즘인 경제 거버넌스의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 학계, 전문가 집단의 정책대안을 가지고 일반 국민과의 제대로 된 소통을 통해 논의를 활성화하여 참여를 확대하고 사회적 합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자원 배분, 기업 지배구조의 민주화를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외국 자본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고용 창출, 기술 이전 등의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경제 민주화는 기회의 평등 보장, 규제의 투명성, 효율성, 일관성 확보, 혁신과 효율적 투자에 의한 성장을 필요로 하며, 공교육 투자 확대와 사회 안전망 구축을 통해 창조형 인적 자본의 육성을 추진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 동안에는 경제, 정치, 정책 등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지냈었다. 이런 무관심이 우리 나라의 현재를 만들어 온 것 같다. 참여하지 않으면 비판은 비난이 되기 일수고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책을 세우고 극복하려하기 보다는 멀찌기 떨어져 관망만 하게 되기 쉬울 것이다. 어떻게 참여할 지에 대해서 고민이 된다. 어떻게 할까?
(이에 더해 경제문제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에 따라 이리 저리 떠도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정말 지혜롭고 현장감을 갖추고 현실감이 있는 정책 고안, 집행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이여 제발 공부좀 해라....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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