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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재즈를 보며 읽다 본문
재즈(jazz). 지금은 음악의 한 장르가 되었지만 여전히 재즈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마디로 대답하기가 참 어렵다. 평소 재즈라는 장르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의 초상'은 재즈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나를 광활한 재즈의 세계로 초대하였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상실의 시대 등 유명 소설을 써왔던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저자에서 뿐만 아니라 책의 제목에서도 호기심이 생겼다. 음악과 초상, 아니 음악의 초상이라니? 이 물음은 책 표지를 넘겨 목차를 보자마자 바로 해소가 되었다. 책의 목차에는 유명 재즈 뮤지션들의 그림과 그들의 이름이 함께 실려 있었다. 와다 마코토가 그린 재즈 뮤지션들의 모습을 보며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들 음악의 느낌을 써 내려간 책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아주 유명한 사람들을 빼고는 대부분 낯 선 이름들이 실려 있었다. 이러한 낯섬과 함께 동시에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와다 마코토의 개성있고 조금은 익살스런 그림들 때문인 것 같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와다 마코토가 그린 재즈 뮤지션들의 초상들을 따라가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그들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은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가 표현한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새 초상의 주인공이 연주하고 노래한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하루키는 이들 음악을 들으며 글로 표현한 것들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새 나는 이 책에 소개된 뮤지션들의 이름을 유투브 검색창에 입력하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개한 순서대로 뮤지션들의 음악들이 검색 목록에 나왔다. 이들 뮤지션들의 오랜 역사들 만큼이나 그네들의 흔적은 참으로 다양하고 넓었다. 와다 마코토의 그림을 보고, 무라카기 하루키의 글을 읽으며, 유투브에 올려진 다양한 영상과 음악을 들었다. 말 그대로 재즈를 보고, 읽고, 들었다.
이와 같은 방식의 책을 접한 것도 처음이었고, 이렇게 책을 읽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책의 소재 자체가 음악에 관한 것이었고, 이 책이 쓰여진 동기도 재즈 뮤지션들의 그림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이와 같이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보고 들어보는 노력을 하면서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유투브에 검색된 음악들을 들으며 무라카미 하루키가 들었던 장면을 상상해 보고, 유투브에 올려진 뮤지션들의 실제 모습을 보면서 와다 마코토의 그림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몇 번을 다시 읽어보게 되고, 한 번 봤던 영상과 음악을 다시 돌려보고 듣게 되는 재미. 이 얇고 작은 책을 통해 오래간만에 책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얻게 되어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이 재즈의 초상은 이처럼 아주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재즈라는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에게 때론 정말 흥겹고, 때론 인생의 무게와 슬픔이 짙게 묻어나고, 때론 너무나 서정적이어서 눈물이 핑 돌게 되는 그런 넓고 깊은 음악의 세계를 선물해주었다. 재즈라는 음악을 좋아하는 화가와 작가가 만나서 기묘한 매력이 넘치는 책이 되었다. 이 두 화가와 작가는 서로의 재즈 사랑을 공감하며 즐거워했으리라 생각된다. 서로 다른 예술 분야의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해 주는 또 다른 예술이 있다니 재미있다. 나는 살아가면서 각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 누군가와 함께 깊이 공유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나게 될 수 있을까? 재즈의 초상을 읽으며 와다 마코토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부러운 마음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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