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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내가 정말 글을 쓸 수 있을까? 본문
글쓰기. 쉽게 생각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지만 막상 시도해보면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하루에도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의 물결들을 바라보면서 한 번 쯤은 나도 책 한 권 써볼까 생각해 본 경험이 다들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재미 있는 책을 만나 기분이 좋아지거나 감동을 받게 되면 나도 이런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글을 써 보려고 하면 생각한 것 만큼 수월하게 써지지 않는 경험을 하곤 한다. 답답한 경험이다.
이런 답답함 끝에 글쓰기라는 것을 언제 배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게 된다. 글쓰기에 대한 처음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 매 방학마다 숙제로 주어졌던 일기쓰기가 아닐까 한다. 지금 그 때의 일기를 아직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볼 수 있는 아주 유쾌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 글쓰기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국어시간이 생각난다. 짧은 소설을 써서 수업시간에 발표하던 기억, 그리고 입시를 위해 논술이라는 시험을 봐야 했으므로 규격에 맞으면서도 논리가 잡힌 글을 반복적으로 써내던 기억이 난다. 대학에 가면서는 딱히 글쓰기를 배운 기억은 없는 것 같다. 필요에 의해 그때 그때 임시방편으로 과제를 써 냈던 기억만 남아 있다. 이제는 이것마저도 사라지고 매번 보고서를 써야 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매번 의무적인 그리고 남에게 보여줘야 하는 보고서만을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에 있지만 다른 종류의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그리고 더 잘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글쓰기 책을 골라보다가 하버드 글쓰기 강의라는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책의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목차를 보고 저자의 경력을 보니 읽어보고 싶은 흥미가 생겼다.
저자인 바버라 베이그는 글쓰기를 '종이 위에 이루어내는 소통의 작업'이라고 말한다. 즉, 누구나 글쓰는 방법을 익힐 수 있고 아주 잘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글쓰기를 바라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글쓰기에 필요한 기술에 대해 차근차근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글쓰기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글쓰기용 근육의 훈련과 글쓰는 작업에 대한 이해력을 필요로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훈련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가 머리말 끝에 쓴 "여행에 참여한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말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책은 글쓰기를 실제로 시작해 볼 수 있도록 나를 안내한다. 책의 서두에는 습작이라는 것을 소개하고 어떻게 습작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어보면서 나는 실제로 시계를 옆에 두고 시간을 재 가면서 저자가 말한 습작, 프리라이팅을 해 보았다.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써 내려가다 막히기도 했지만 저자가 말한 10분 동안 펜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가는 첫 프리라이팅 연습을 끝내고 나니 아주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저자가 말한 글쓰기 여행에 한 발자국을 나아갔구나 라는 생각이 기분이 좋아졌다. 이 후 글쓰기 여행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기초적인 훈련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또한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흡수해 버렸다.
책의 본론 부분에서는 글쓰는 작가가 갖추어야 하는 대표적인 역량들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주고 있다. 창조력, 기억과 전문지식, 관찰력, 상상력, 잠재의식, 호기심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역량들이 타고 나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위해 실제적으로 필요한 훈련들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고도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실제적인 훈련방법을 안내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은 훈련을 하는 데 필요한 질문들의 예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 질문들은 어떤 훈련에 있어서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지 않도록 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이와 같은 작가의 역량을 기르는것과 동시에 글을 쓰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독자이다. 이 책의 3부에서는 독자를 어떻게 생각하면서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재료를 어떻게 모을 것인지, 독자와의 관계는 어떤 측면에서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할 것 같은 이야기에대한 저자의 철학을 들려준다. 실상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글쓰기에 있어서도 상당히 유리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는 주변의 대화들이 내 귓전을 스치는 소음들이 아니라 내 글쓰기의 중요한 내용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주변의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고 나니 주변을 바라보는 시작도 자연스레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변해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글쓰기 안내서를 통해서 삶의 전반적인 태도 자체가 변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써야만 하는 글쓰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진정 내 실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어서 그랬는지 더 꼼꼼하게 읽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는 동안에 공교롭게도 학술 논문 한 편을 작성해야 했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학술 논문을 쓰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방법들을 실제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어 아주 유익한 독서가 되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학창시절 교과서처럼 매일 같이 들고 다니면서 연습하고 훈련하는 데 활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 책을 하도 읽어서 낡아지게 된 미래의 어느 날 나는 작가가 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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