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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유성기업 문제 해결을 바라며 본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쪽을 지나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본 적이 있다. 한광호 열사라는 분의 죽음과 노조 파괴 공작에 유성기업 뒤에 있는 현대차의 책임을 묻는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고 있다. 최근엔 광화문 광장에서도 이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용민 브리핑 중 이완배 기자의 <경제의 속살> 코너에서 이 문제에 관해 간략히 전해들었다.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유성기업은 일반 시민들이 잘 모른다. 때문에 투쟁하기가 참 어렵다. 11월 12일 집회 땐 오전 11시 반부터는 오체투지 행진을 했을 정도로 절박하게 투쟁중이다. 이 기업은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에 공장을 가진 기업으로 자동차 엔진용 피스톤링을 제조해 현대기아에 납품한다. 피스톤 링이라는 중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이고, 경영에도 어려움이 없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2007년 29살 노동자가 과로사를 했다. 당시까지는 1일 2교대제로 공장은 24시간 돌아갔다. 사람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밤샘 근무가 있었던 때다. 2009년 노사는 주야간 2교대제를 주간연속 2교대제(밤샘 근무를 없애는)로 변경하는 합의를 이뤘다.
그런데 회사는 2009년 갑자기 이 합의를 깼다. 이로 인해 2011년 1월부터 5월까지 12차례 교섭을 했으나 협상을 결렬되고 만다. 노조는 그 해 5월 18일 파업을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74.6%로 파업을 가결했다. 그런데 그 날 오후 8시 회사는 직장폐쇄를 선언했다. 당시 보수일간지들은 유성기업 파업으로 엔진 피스톤 링 공급이 안되어 현대기아차 생산차질액이 30만대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노조가 파업을 가결했다고 해도 어떤 현대기아 하청업체가 당장 공장문을 닫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때문에 이완배 기자는 유성기업이 자체적으로 직장폐쇄를 결정했을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즉 이 직장폐쇄의 주범은 현대차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유성기업 회사측은 CJ security라는 용역회사를 동원했고, 이들 중 한 명이 대포차 카니발을 타고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로 시위대로 돌진해 13명이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가 자수했는데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고 불구속처리되었다. 자동차 관리법 위반으로 처리되었는데, 이 판단을 내린 판사도 찾아내 죄과를 물어야 할 것이다.
2012년 9월 국회 산노위에서 산업현장 폭력 용역에 관한 청문회에서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조탄압에 대한 내부 문건을 입수해 발표했다. 이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라는 업체에서 만든 문건이었는데, 이 때를 기점으로 유성기업 사태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 노조를 탄압하고, 교대제는 어떻게 하고, 어용노조는 어떻게 하고 등을 컨설팅했다. 유성기업뿐만 아니라 창신브레이크, 만도, 보쉬전장, 컨티넨탈 오토모티브, 등 현대기아차 하청업체들도 이 회사가 컨설팅을 했다.
창조컨설팅 문건에 보면 노조탄압 사실이 드러나 있다. 유관기관 대응전략 수립 문건에 보면 관련 기업 이름이 나오는데 청와대 류경의 국장, 국정원 정주진 처장, 경찰청 김정환 경졍, 노동부 정병진 사무관, 아산시경 김병수, 경총 이동웅 등이 등장한다. 현대차가 유성기업에 전달한 문건도 폭로되어 주간연속 2교대 협의 시간 지연, 합의 파기, 창조컨설팅 통해 노조파괴하라는 지시사항이 명기되어 있는 것이 드러났다.
저녁에 잠잘 권리를 달라는 당연한 요구에 직장폐쇄로 답한 것이다. 노조는 비닐하우스에서 농성투쟁을 하다 법원의 중재로 복귀하기는 하지만 농성자 중 27명이 해고를 당했고 106명이 징계를 받았다. 또 사내 어용 노조를 만들었다. 제 2노조 조합원들을 시비조, 체증조, 몸빵조 등으로 나눠 기존 노조원들을 자극하고 폭력을 유도해 고소고발을 남발해 노조원들을 압박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심리 치료도 받게 되었는데, 2015년 기준 우울증 고위험군이 43.3%였고(일반인 평균 6.7%), 폭행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는 이들도 53.6%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1995년 입사했던 한광호 열사가 올 3월 목을 매 자살했다. 그는 2013-14년 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직 3개월 징계를 2번을 받았다. 소송으로 검찰조사도 많이 받았고, 이로 인해 심리상태가 악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광호 열사는 가족같았던 노동자들이 서로 분열되는 상황에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한광호 열사가 죽기 1주일 전엔 세 번째 징계 통고를 받고 징계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통보를 받아 사실상 해고을 앞둔 상황이었다.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한광호 열사 죽음 등으로 총 6번에 걸쳐서 유성기업에 교섭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자살한 사람은 한광호인데 왜 회사에게 요구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광호 열사의 자살은 산재로도 인정을 받았다. 분명히 회사측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고 또 유성기업의 뒤에는 현대차가 있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두 회사는 어떤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장하나 전 의원은 유성기업 사태에 애를 썼던 의원이다. 유성기업 사태에 대해 국회에서 16차례를 언급했던 바 있다. 장 전 의원은 한겨레 신문 인터뷰에서 유성기업 사태의 본질은 사회의 무관심이라는 점을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 4년간 환노위에서 부딪친 가장 거대한 장벽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거대 자본도 아니고 자본을 비호하는 공권력도 아니었다. 왜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무관심한가. 왜 노동자를 탄압한 기업과 공권력에 분노하지 않는가. 이런 의문들이 나를 괴롭혔다. 왜 우리는 기업 또는 자본의 탐욕과 횡포 횡령이나 탈세같은 경제 범죄에는 관대하지만 기업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일한 만큼의 대가를 주지않거나 함부로 해고하는 일들엔 무관심한지 알고 싶었다. 나는 그것이 유성사태의 근본원인라고 생각한다.’
은수미, 장하나 의원들이 하는 일들이 주목을 받지 못했고, 시민들도 무관심했다.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몰라준다.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결국 국회의원들도 이런 일들을 나서서 하지 않을 것이다. 소외된 노동자의 투쟁은 점점더 사라져갈 것이다. 이런 일들에 대해서 시민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모든 투쟁 기술은 다 해봤다. 서울 사무소 앞 올빼미 투쟁, 아산지회장 굴다리 고공농성, 천막농성, 삼보일배, 오체투지, 무기한 단식 농성 등 다 해봤다. 절박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한광호 열사의 죽음과 노동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 김용민 브리핑,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의 <경제의 속살>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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