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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다시 광화문 광장에 서서: 2016년 11월 5일 본문
아내는 외출했고 아이들의 외할머니께서 아이들을 봐 주신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찾아온 토요일의 자유. 늦은 오후까지 집안에서 빈둥빈둥 굴러다녔다. 혼자남은 텅빈 집의 고요함을 깨뜨리며 흘러나오는 팟캐스트 ‘김용민의 뉴스브리핑’을 들었다. 우리들의 뉴스 보좌관 김용민씨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1월 5일 토요일 광화문으로 모입시다.”
매일같이 모든 뉴스를 집어 삼키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열받고, 어이없고, 기막히고, 쓴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김용민씨의 저 말에 홀리듯 집을 나섰다. 나 한사람 저 시위에 나간다고 뭐가 달라지는게 있을까? 시민들이 하야를 외친다고 박근혜가 듣기나 할까? 정부, 국회, 법원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권력의 이동에 따라 비슷한 짓들을 할텐데 박근혜와 일당들 처리하고 나면 달라질까? 아니 박근혜를 앞세워 대통령이 되게 한 저 사악하고 영민한 것들을 시민들의 외침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머리속에 회의적인 생각들이 차 올랐지만 어느 새 두 발은 광화문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라 있었다. 황금같은 자유시간에 왜 내 발걸음은 저기로 향하는 것일까. 최근에 읽은 <세상과 나 사이>에서 타네하시 코츠가 했던 말이 아직 기억에 남아서일까? 흑인으로 미국의 인종차별을 겪으며 살아왔던 아빠가 아들에게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너에게 투쟁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투쟁이 너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때문이 아니라, 명예롭고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때문이야”
이 시위로 박근혜와 그 일당들을 단번에 쓸어버리는 승리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으로 향했던 이유는 거리에 먼저 나와 잘못된 것들을 고쳐보자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빚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가 뱉었던 말들에 책임을 지고 싶었기 때문이고, 아직은 어린 나의 아이들에게 시간이 흘렀을 때 부끄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청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을 향해 대로를 걷고 있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인쇄물을 들고 함께 걷는 대열에 들어서자 회의적인 생각들이 희망적인 기대로 차츰 변해갔다. 우리 나라 시민들이 더이상 참고 있지 않는구나, 여러 차례의 독재자를 무너뜨렸던 시민의식이 아직 살아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광화문으로 걷는 동안 다른 시민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 목례를 나누었다. 하나의 뜻을 가진 시민들이 한 곳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경험을 다시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외국인들조차 우리의 현 상황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인지 인쇄물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함께 말하고 있었다. 고마움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섰다. 우리 힘으로도 할 수 있다고,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역사를 바꿔왔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광장이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집회가 시작되고 사회자의 구호에 맞추어 자리에 모인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박근혜 퇴진,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그 동안 끊임없이 사회의 변혁과 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 왔던 분들도, 시민들도, 예술가들도 무대에 올라 한 목소리를 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민의를 대표하지 못하는 권력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국민의 이익보다 사익과 측근의 이익을 추구하는 박근혜와 그 일당들은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잠깐 동안의 혼란은 있겠지만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의견을 대변하는 이들에게 다시 국민들을 섬기라고 권력을 잠시 맡길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봉사하는가 지켜볼 것이다.
1부 행사를 마치고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종로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하는 내내 시민들의 외침은 계속되었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가식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사과를 가장한 변명이 아니라 당장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와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처벌을 받으라는 것이다. 이것이 시민들의 뜻이다.
행진을 마치고 시민들은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모였다. 저녁 8시 2부 집회가 시작되었다. 2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뜻은 한가지였다. 현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관련된 자들은 처벌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 있는 박근혜는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이런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사태를 지켜보며 사익을 챙겨온 청와대와 행정부 요직에 있었던 자들, 박근혜를 끝까지 지키려 애써온 새누리당 의원들,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사법정의와 시민보호는 뒷전인 검찰과 경찰들, 진실을 말하기는 커녕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민의를 왜곡해왔던 방송 및 신문 언론사 등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을 샅샅이 찾아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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