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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교육 문제 엄마들 때문일까?

초원위의양 2016. 9. 2. 19:48

풀꽃도 꽃이다 세트

작가
조정래
출판
해냄출판사
발매
2016.07.12.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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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조정래 작가는 <풀꽃도 꽃이다 1,2>라는 소설을 통해 우리나라 초중등교육 현장과 그 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입을 빌려 표현하기는 했지만 조정래 자신이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관점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라 생각된다. 군사 쿠데타로 세워진 군사정권 이래로 대한민국의 어떤 정부도 교육문제에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특히 사교육 문제는 말그대로 난공불락의 성이다. 

 

  저자는 우리의 사교육 문제가 정부, 교육계, 사회, 학부모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말한다. 사실 이 말은 전혀 새롭지 않은 진단이다. 길가던 사람 아무나 잡고 사교육문제의 원인이 뭘까요라고 물어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대답일 것 같다. 하지만 학생들을 무한 경쟁 환경에 몰아넣고 노력하면 성적이 오르고 좋은 대학에 입학해 성공한다는 신념을 가진 정부, 학교, 교사 그리고 부모들의 공동작품이 현재의 우리 교육 현장일 것이란 지적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조정래 작가는 강교민이란 이상적 교육자상을 설정하고 그의 말을 통해 사교육 문제의 책임 당사자인 정부, 교육부와 학교, 학부모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일제고사, 영어몰입 교육, 자사고 확대 등으로 학생들에게 무한대의 경쟁의식을 부추겼던 이명박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이명박의 정책을 따랐던 교육부와 학교들, 그리고 이명박에 자신들의 속된 욕망을 투사했던 국민들도 책임이 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이 한평생 신명나게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도록 안내해야 할 학교는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 학부모들은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잘못된 교육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으며, 끊임 없이 서로를 비교하게 만드는 불행 속으로 학생들을 몰아넣었다. 우리 사회는 직업에 귀천을 만들었고, 경쟁에서 이겨 남을 밟고 일어서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는 심히 잘못된 성공의 이미지를 학생들에게 주입시켜 왔다.

 

  강교민 선생과 그 주변인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조정래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 대체로 동의가 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모두의 책임이라 했던 사교육 문제를 마치 광적인 욕심을 가진 엄마들의 책임으로만 몰아가는 것 같아 불편하다. 소설 속의 아버지들처럼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무엇인가 자식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거냐며 아내를 타박하는 아빠들의 모습이 조정래 작가에게도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강교민 선생의 친구 유현우의 중3아들 유지원의 자살고민을 다룬 이야기에서 ‘가장으로서의 밥벌이 의무, 아비로서 사랑 베풀기, 매일 바쁘니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 정도를 언급하며 아비들의 책임을 말하고는 있지만 엄마 김희경에게 묻는 책임에 비할바는 아니다. 조정래 작가가 사교육 문제를 바라볼 때 한국 남성들이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남성중심적이며 가부장적 관점이 상당히 투사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교육 문제에 ‘일부의 책임이 있는’ 엄마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한다고 한 것 같지만 실제로 소설의 상당부분에서 엄마들을 과도하게 비하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자식 사랑이 과잉인 욕망 덩어리의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 “짙은 화장발처럼 속물근성을 전신에 맥질하고 있는 한국의 흔한 여성”, “엄마들의 과도한 집착과 무절제한 몰두”, “집집마다 엄마마다 같은 병을 앓고 있다” 등의 표현이 그렇다. 반면 아빠들에 대한 묘사에선 이런 수준의 표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미엽, 예슬이, 손하리의 대화 중에서 친구들이 예슬이 아빠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 평하는데, 예슬이는 자신의 아빠가 “더구나 여자애이고 하니까, 잘하면 좋지만 억지 부릴 건 없다는 식”으로 말한 점이 좋다고 말한다. 또 이소정이 어머니를 회상하며 어머니가 했던 말 “사기 그릇은 내돌릴수록 금 가고, 여자 몸은 가릴 수록 고와진다”, “설거지며 청소하는 재미”, “여자가…” 등의 표현도 그냥 지나치기엔 불편하다.

 

  이에 더해 불편한 지점이 또 하나 있다. 저자는 역시 강교민의 입을 빌려 역대 정권인 김영삼(IMF),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을 다섯 쪽 정도를 할애해 평가했는데, 이는 너무 단순화 혹은 단편화된 인식이라 쉽사리 동의가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각 정권이 실패한 것은 맞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다섯 정권을 단편적인 모습을 가지고 같은 수준의 무리로 몰아넣은 것 같다.

 

  한편, 학생들 사이의 경쟁과 관련해서 조정래 작가는 상위 수준에 도달할 수 없는 수많은 아이들까지 경쟁에 동원되기에 학생들이 불행하며 경쟁은 상위 학생들에게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필자는 이 부분에 동의할 수 없다. 학교에서 경쟁을 부추기는 행태는 온전하게 없어져야 하고 이는 상위권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장장이가 되고 싶어하는 아들을 둔 부모의 이야기에서 대장장이로서 살아온 인물의 경제적 상황이 보잘 것 없었다면 어땠을까. 이 관점 역시 조정래 작가 자신도 비판했던 세속적 성공의 잣대로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평가한 것이 아닐까.

 

  필자는 책을 읽어가며 여러가지 불편한 느낌이 생겨났지만 이것은 이 소설의 메시지와는 별개로 다뤄야 하는 문제라 생각했기에 조정래 작가가 의도했던 사교육 문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했다. 조 작가는 대안학교와 혁신학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필자 역시 혁신학교의 모토 ‘경쟁 아닌 협력’, ‘주입 아닌 토론’, ‘배제 아닌 배려'는 우리 나라 학교 전체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혁신학교들이 이뤄냈던 성과들도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사가 바뀌니 수업이 바뀌고 아이들이 변했다"라는 지점에 주목하고 싶다.

 

  부모들 측면에선 부모가 자신과 자식을 동일시하는 걸 그만두고 자식을 분리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동감한다. “아이에게 존재할 공간을 허용하는 것. 아이는 당신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다.” 라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말이 이같은 객관화에 핵심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 부모들이 가져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책임이 정부, 학교, 학부모 모두의 책임이라는 작가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교사와 부모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경험해 온 것처럼 위로부터의 접근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혁신학교에서 교사들이 의식을 가지고 먼저 변했던 것처럼, 부모들이 자식을 소유하려는 욕망에서 벗어나 안내자가 되려고 하는 것처럼, 시민 개개인이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 얽히고 설킨 교육 문제의 실타래 풀기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내 왔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