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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를 것 없는 일상

수 십 년만의 초등학교 등교길

초원위의양 2016. 4. 20. 16:13

오랜만에 휴가를 냈지
처음으로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함께 집을 나섰어
어느 길로 다니니 하고 물으니
이쪽 길로 갈래 대답했지

아빤 학교가는 길 몰라? 묻길래
아빤 모르니 네가 알려줘 대답했지
그게 뭐 삐질 일인지 주둥이가 댓발 나왔네
아빠도 길을 알면서 왜 모른다고 하냐며
입을 삐죽삐죽

꼭 잡고 걷던 손도 놓더니 서너 발짝 뒤에서 걷는구나
몇 번을 달래보다 모른채 하고 길 모퉁이까지 걸었지
이내 슬며시 다가와서 내 손을 다시 꼭 잡았구나
삐친 맘은 풀린건지

등교길에 마주치는 아이들 중에 아는 얼굴들을 보면
반가워하며 내게 일러주는 너
쫌 귀엽다 야

그러다보니 벌써 학교 입구에 도착했어
어떤 친구들은 함께 온 엄마와 쪽 뽀뽀하고 들어가던데
나도 그래야 하나 생각했어
그런데 왠걸

입구에서 시무룩하게 인사하더니
터벅터벅 걸어가는 너
한 번쯤 뒤돌아보며 손이라도 흔들어줄까 기대했는데
돌아보면 눈물날까봐 그랬지? 그치?
그런거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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