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언터처블-유쾌함과 감동이 가득한 드라마 본문

영화이야기

언터처블-유쾌함과 감동이 가득한 드라마

초원위의양 2016. 4. 1. 21:19

언터처블: 1%의 우정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출연
프랑수아 클루제, 오마 사이
개봉
2011 프랑스

리뷰보기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자동차 한대가 달리고 있다. 운전석에는 젊은 흑인 남성이 앉아 있고 조수석엔 수염이 덥수룩한 백인 남성이 약간 지쳐 있는 모습으로 기대앉아 있다. 으르렁 거리는 듯한 엔진 소리가 커지면서 자동차는 신나게 질주한다. 속도를 너무 낸 것일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남성이 타고 있는 자동차 뒤로 경찰이 따라 붙는다. 흑인 남성은 옆자리의 백인 남성에게 경찰차를 따돌리는 데 내기를 걸고 더욱 속도를 낸다. 아 마제라티의 포효하는 듯한 엔진소리가 피아노 선율에 실려 들려온다. 경찰차가 집요하게 따라 붙어 결국 앞서 달리던 자동차를 세우고 운전하던 흑인 남성을 체포하려 한다. 흑인 남성은 또 다시 옆자리의 백인 남성에게 200유로짜리 내기를 신청한다.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겠다면서. 총을 겨누며 다가와 흑인 남성에게 수갑을 채우려 한다. 이때 흑인 남성은 옆의 백인 남자가 죽어 가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며 되려 경찰들을 타박한다. 옆자리의 장애인이 죽으면 어쩔거냐며 소리치며 자신은 병원에 가기 위해 과속을 했다는 거다. 경찰들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차 안을 살펴 본다. 트렁크를 열어 보니 휠체어도 있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백인 남성은 호흡 곤란을 겪고 있는 듯 온 몸을 떨고 있다. 심지어 입엔 게거품까지 물고서. 이 광경을 본 경찰들은 매우 당황해 하며 흑인 남성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차를 에스코트하며 병원까지 데려다 준다. 자신이 건 내기대로 된 것을 보며 흑인 남성은 신이 나서 즐거워한다. 옆자리의 백인 남성도 기분이 좀 나아진 듯 하다. 병원에 도착해 경찰들이 들것을 보내주고 그들을 떠나자 이 두 남성은 흐믓한 미소를 띠며 병원을 유유히 떠난다. 흑인 남성은 백인 남성에게 무언가 재미난 일을 해보자고 말하며 자동차 엑셀을 밟는다. 쭉 뻗어 나가는 마제라티의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워낙 영화에는 문외한인지라 언터쳐블이라는 영화에 대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영화광인 아내의 손에 이끌려 영화를 보러 간 것이다. 영화의 첫 부분부터  흘러나오는 음악이 매우 마음에 들었고, 첫 장면은 이 둘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끌어올랐다. 이에 더해 두 사람이 타고 있는 마제라티의 포효하는 듯한 엔진소리는 가슴에 깊이 들어와 울리고 있었다. 아, 도대체 이건 어떤 영화지? 등장 인물의 대사와 자막들을 통해 프랑스 영화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영화의 화면은 아까 마제라티를 운전하던 흑인 남성을 따라가고 있다. 약간 껄렁껄렁 불량해 보이고 거칠어 보인다. 그가 찾아간 곳은 어린 흑인 아이들이 그득한 어느 가정집이다. 북적대는 아이들 틈에서 힘겹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열린 창문 틈으로 담배를 한대 물고 피운다. 담배 연기가 집안에 퍼지지 않도록. 한 흑인 여성이 집에 도착해 그를 보더니 6개월 동안이나 어디에 가 있었느냐며 동생들도 너처럼 살게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집을 나가라 한다. 둘의 대화를 통해 그의 이름은 드리스이고 흑인 여자는 그의 엄마라는 걸 알았다. 드리스는 화가 나서 집을 정말 나와버린다. 갈곳이 마땅치 않은 듯 동네 껄렁한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에 밤새 있다가 결국 흥미를 잃었는지 드리스도 어디론가 움직인다. 하루가 지나고 드리스는 어떤 대저택에서 자리에 앉아 면접을 대기하고 있다. 휠체어에 앉은 백인 남자를 간병할 사람을 뽑고 있는 것 같다. 면접에 응하는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휠체어에 앉은 백인 남자는 꽤나 못마땅한 표정이다. 자신을 돌볼 지원자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대기하는 줄에 앉아 있던 드리스는 자기 차례도 기다리지 못하고 면접실에 쳐들어가 어이 없는 요구를 한다. 무례하게 휠체어에 앉은 남자에게 면접에서 거절되었다는 서명을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래야 생활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며. 기존의 면접보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드리스를 본 남자는 호기심이 생긴 듯 하다. 지금은 서명을 해 줄 수 없으니 내일 다시 오라는 말을 전하고 드리스를 보낸다.

 

  지겨운 듯한 하루를 보낸 드리스는 거절 서명을 받기 위해 그 저택으로 향한다. 저택에 도착에 초인종을 누르자 한 여자가 자신은 지시 받은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드리스를 건물 안쪽으로 안내한다. 와우! 이런 호화로운 곳은 처음인 드리스는 마음이 흔들린 듯 하다. 어제 휠체어에 앉았던 남성은 필립이라는 이름을 쓴다. 필립은 드리스에게 자신을 돌보는 일을 한 달만 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필립의 제안에 황당해하는 드리스이지만 필립은 드리스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말을 하며 드리스를 끌어들인다. 알고 보니 필립은 목 아래쪽으로는 아무런 감각도 없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이렇게 얼떨결에 필립을 돌보는 일을 하기 시작한 드리스는 모든 일들이 처음하는 일이다. 서툴기는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필립 돌보는 일에 익숙해져 간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둘은 점점 서로를 친구로서 대하게 된다. 드리스는 정말 순수하게 필립을 대한다. 마치 필립이 장애인이 아닌 것처럼. 어찌들으면 엄청난 상처가 될 것 같은 말인데도 필립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격이 없고 순수한 태도를 보이는 드리스가 마음에 드는 듯 하다.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 그것이 장애를 가진 이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웠던 것 같다. 함께 하는 한 달의 시간을 통해 절대 같이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계층에 속한 필립과 드리스는 진정한 친구가 되어 간다. 이 두 친구가 벌이는 유쾌하고 상쾌한 에피소드들이 시간 가는줄 모르게 이어진다.

 

  언터처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 듯 하다. 사전적 의미로는 과거 인도 계급제도에서의 불가촉천민이라는 가장 낮은 계층을 말한다. 또 다른 뜻으로는 손댈 수 없는, 또 다르게는 범접할 수 없는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드리스는 전자의 계층에 속한다. 필립은 반대로 너무나 상류층이어서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를 가진 계층의 사람이다. 이 양 극단의 인물이 만나 친구가 되다니 이것이 현실속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런데 이 인물들이 실제 인물이라고 하니 더 놀라울 뿐이다. 이 영화에서는 부유한 계층의 어찌보면 어리석은 모습들을 유쾌하게 풍자하는 장면들이 몇 있다. 그렇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은 그림을 무턱대고 체면때문에 구입하는 모습을 비웃기도 하고, 드리스가 신나게 떡칠한 그림을 아주 비싼 가격에 팔리는 모습을 통해 조소하기도 한다. 일면 일리있는 지적이라 생각한다. 클래식은 고상하고 수준이 높은 것이라 여기는 이들이 아직까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편견도 시원하게 깨뜨려 준다. 신나는 음악에 맞추 다같이 춤을 추는 생일 파티 장면에서는 나도 절로 신이 나서 박자를 맞추며 몸을 흔들었다.

 

  드리스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나는 장애를 가진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동정? 연민? 딱함? 안타까움? 이러 감정들로 인해 그들을 정상적으로 대하지 못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도 역시 필립의 간병인 후보 면접실에 들어서서 말하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친구로 대하기 위해서는 장애라는 말을 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들이 가진 장애로 인한 불편함들이 분명 있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그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거나 동정하거나 혹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거나 하는 태도를 갖도록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가져야 할 태도일 것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어느 것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 없는 영화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시의적절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었다.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영화를 듣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곧 영화의 OST를 주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개인적으로 또 매력적이었던 것은 주인공들이 타고 마음껏 질주하는 자동차였다. 으르렁대는 엔진소리, 쭉쭉 달려나가는 자동차의 모습. 나도 역시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 보다. 짧지 않은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나갔나라고 할 정도로 정말 정말 재미있고 곳곳에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영화였다.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인물의 우정을 통해 감동도 심어주며, 두 주인공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며 보는 내내 영화에 쏙 빠져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할만한 영화를 추천해 주는 영화광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