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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파리에서의 추억에 잠기다 - 미드나잇 인 파리

초원위의양 2016. 4. 1. 21:20

미드나잇 인 파리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케시 베이츠, 애드리언 브로디, 칼라 브루니, 마리옹 꼬띠아르 ,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
개봉
2011 미국,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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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들의 도시. 낭만이 충만한 도시. 파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미술과 음악을 어줍잖게 좋아하는 나에게도 파리는 왠지 모르게 낭만이 깃들고 사랑이 싹틀 것만 같은 곳이다. 아주 잠깐 동안의 파리 여행에서 돌아온 지 두 달여가 지나서 이 영화를 찾아봤다. 단순히 파리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로 인해서. 그 짧았던 며칠 사이에 파리의 매력에 반해 버렸기 때문이리라.

 

  영화에서도 파리에 홀딱 반해버린 꽤나 잘 나가고 있는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길이 등장한다. 그는 시나리오 쪽에선 그래도 잘 나가는 것 같지만 굳이 소설을 쓰겠다며 다짐하며 실제로 소설을 쓰고 있는 중이다. 여자친구 이네즈의 부모님이 사업차 온 파리 여행에 그녀와 길도 동행했다. 길은 파리에 흠뻑 취해 있다. 곧 결혼하기로 약속한 이네즈는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는 듯 한데도 파리에 와서 살자고 어리광을 피우는 것을 보면 왠간히도 좋았나보다. 낭만적인 파리에서 사랑을 더 돈독히 키워나갈 것 같은 이 연인은 영화 초반 계속 투닥거리다가 싸우고 만다. 

 

  그래도 파리에 취한 길은 파리의 밤거리를 느껴본다며 거리로 나선다. 밤거리를 걷다 자정이 되는 종소리가 나는데 그의 옆을 지나가던 옛 자동차 문이 열리더니 거나하게 취해 보이는 이들이 길에데 동승하라고 한다. 이상한 느낌에 이끌려 들어간 차 안에는 그가 존경해 마지 않는 위대한 소설가들이 타 있는게 아닌가! 이럴수가!! 그 아름답고 화려했다던 1920년대의 인물들이라니! 그는 꿈꾸는 어리중절 했지만 위대한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에 깊이 취해버렸다. 그곳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캇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 등 당대 최고라 불렸던 작가들과 이야기하며 가슴벅찬 하룻 밤을 보낸다. 그는 이곳에서 만난 헤밍웨이에게 자신의 소설을 읽어봐줄 것을 부탁해 보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한다. 대신 소설을 봐줄 사람을 소개해 준다고 한다. 뛸듯이 기쁜 길은 자신의 원고를 가져오겠다고 하며 꿈만 같던 그들과 헤어져 숙소로 돌아온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길은 자신의 원고를 가지고 약혼녀 이네즈와 다시 과거로 가서 헤밍웨이를 만나고자 했으나 약혼녀와 함께가는 것에는 실패하고 만다. 그런데 다행일지도 모른다. 길은 그곳에서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를 만나 반하기 때문이다. 길은 1920년대 파리에서 지금은 전설과도 같이 위대해진 예술가들과 만나며 매일밤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지금과는 달리 황금시대를 살았던 그들을 만난 길은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그곳의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소설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도 받고, 길에겐 더할 나위 없는 한 때인듯 하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동경은 그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1920년대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는 그보다 더 오랜 과거를 황금시대라 동경하며 우연히 가게된 더 과거에 남아 있고 싶어 한다. 길은 설득해보려 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보다는 훨씬 더 매력적으로 생각되는 과거의 매력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꿈 같은 과거 황금시대들로의 여행은 끝이 나고 현실로 돌아온 길은 자신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은 약혼녀와 헤어지고 파리에서 만난 한 여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듯 하다.

 

  영화 내내 아름다운 파리의 거리, 나도 잠시 걸었던 거리와 명소들이 보일 때마다 나 역시 여행하는 동안을 동경하며 바라보았다.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이기는 하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는 아주 가까운 과거의 황금 시대였으니까 말이다. 이것 말고도 가끔씩은 '아 내가 좀더 젊었을 때는 그랬었는데'하는 회한에 찬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가 그 땐 공 좀 찼었는데', '내가 그 땐 여자들이 좀 따랐었는데'하는 나만의 황금시대가 있다. 그 때가 지금보다 더 나아보이고 아름다워보이기도 하기에 그 때를 그리워하곤 한다. 

 

  다른 사람들도 종종 혹은 가끔씩은 화려했던 혹은 화려했다고 생각되는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며 동경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마다 자신의 인생 혹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있어 황금시대라고 여기는 시기가 있을 것 같다. 지금보다 뭔가 더 생기있고, 활력이 넘치던 시기.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았던 시기. 그렇게 생각되기에 사람들은 과거를 동경하고 심하게는 현재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까지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보고 싶다. 아직까지 나의 황금시대는 오지 않았다라고. 물론 이것이 자기 위안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앞으로 경험하며 살아가게 될 나의 모습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과거의 찬란했던 모습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지만 앞으로 되어질 나의 모습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무엇인가 가슴 설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삶이 또 다른 의미가 되어 나에게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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