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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LE PAPILLON (butterfly) 본문
ㆍ관람일시 : 2009. 1. 27.
ㆍ관람동기 : 2009년 설날을 맞이하여 나의 또 하나의 가족(상월곡 아빠, 엄마, 누나이자 처형,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과 함께 영화를 보기로 함.
ㆍ관람장소 : 대학로 CGV
나비를 좋아하는 노인과 한 어린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프랑스 영화라는 짧은 소개만을 듣고 본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인 것은 영화내내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 소리처럼 뽕뿡거리는 프랑스어 노래와 나비가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고속 영상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줄리앙'이라는 이름의 나비 수집가 노인과 매일 하교길에서 엄마를 눈빠지게 기다리다 지치곤 하는 어린 소녀 '엘자'다. 어느날 엄마를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던 엘자를 짠하게 여긴 줄리앙 할아버지는 엘자를 잠시동안 자기의 집으로 데려가게 된다. 엘자는 줄리앙 할아버지의 집안 곳곳에 걸려있는 수많은 나비들을 보고 흥미를 느끼게 된다. 집안 구석쪽에 미묘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어린 엘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고 줄리앙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엘자는 그 방문을 열고 만다. 그 방은 나비를 부화시키는 방이었고 수많은 나비들이 환상적으로 날아다니고 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줄리앙은 방에서 빠져나온 나비들을 보며 기겁하여 엘자를 야단쳐 내보낸다. 이 일은 나비에만 몰두해 있던 줄리앙의 마음속에 아주 작은 파장이 생기게 했고, 동시에 사랑과 관심을 기다리다 지쳐있던 엘자에게도 엄마 아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후 줄리앙과 엘자는 서로에게 조금씩 자신을 내어보이기 시작한다.
줄리앙은 '이자벨'이라고 하는 황혼 나비를 잡으로 며칠간의 여행을 떠날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그 여행에 엘자도 함께 하게 된다. 며칠 동안의 여행을 통해서 줄리앙은 엘자에게 점점 더 자상한 울타리가 되어 가고 엘자는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잠깐 동안의 환혼에만 볼 수 있다는 이자벨이란 이름의 나비. 노인에게 이자벨은 젊어서 먼저 보낸 자식이 보고 싶어하던 나비. 노인에게는 한 없이 슬픈 추억이 담긴 것이다. 오랜 기다림끝에 드디어 이자벨이 나타났지만 어린 아이의 실수로 인해 나비를 잡을 기회를 놓쳐버린 노인의 안타까움과 슬픔을 본다. 이 슬픔을 안고 여행에서 돌아와 자신의 집에서 이자벨의 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노인 줄리앙의 환희와 기쁨을 본다.
어린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방치되어 있던 한 소녀. 한없이 호기심 많고 외롭던 어린 소녀 엘자의 궁금증과 물음에 위트있게 대답해주는 엄마같은 할아버지 줄리앙. 줄리앙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 엘자의 기쁨과 환희를 본다.
슬픔을 간직하며 살고 있던 노인과 어린 소녀의 만남과 그 둘이 서로를 이해해가며 소통하게 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훈훈해진다. 도저히 서로 닿을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세대인 것 같은 두 사람이 소통하며 서로를 품어가는 모습은 세대간 소통의 부재로 인해 단절되어 가고 있는 요즈음의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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