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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

극상의 독서예찬: 책을 읽는 거의 모든 이유

초원위의양 2016.03.20 00:42

왜 책을 읽는가

작가
샤를 단치
출판
이루
발매
2013.04.03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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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읽기는 하지만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마도 폭넓게 사색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 “책을 왜 읽어요?”라고 물어보면 선뜻 왜 읽는지 쉽게 대답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접해 보았을 법한 흔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에 대한 거의 모든 대답이 이 책에 들어 있다. 샤를 단치라는 생소한 이름의 독서광은 자신의 입을 빌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왜 책을 읽는지에 대해 조곤조곤 대답해 주고 있다. 마치 내 옆에서 내게 말하는 것처럼. 독서에 대한 그의 깊고도 깊은 사색과 광대한 독서편력은 책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해 줄 것이다. 책장을 열어 책이 무엇이며, 우리는 왜 책을 읽는지 그의 깊은 사색의 장에 들어서 보자.

 

  “내가 사랑하는 책들이 있다. 그 생김새와 냄새는 물론이고, 그것이 전해 준 약속까지 모두 다 사랑한다. 때로 그 책들은 너무나 흉측하게 변해 있기도 하고, 역겹고 실망스러운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그래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참 신기한 것은 흰색 바탕 위에 검은 글씨가 빼곡히 박혀 있는 그 평범한 물건들에서 매번 하나의 신세계가 솟아나온다는 사실이다. 책은 결코 삶과 대립하지 않는다. 책은 인생이다. 진지하고 난폭하지 않은 삶, 경박하지 않고 견고한 삶, 자긍심은 있되 자만하지 않는 삶, 최소한의 긍지와 소심함과 침묵과 후퇴로 어우러진 그런 삶이다. 그리고 책은 실용주의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초연히 사유의 편에 선다.”(p.192)

 

  샤를 단치는 책은 인생이라고 말한다. 단 두 단어로 이루어진 아주 짧은 한 문장이 책을 읽는 혹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기 때문에 삶을 살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독서란 호흡이 유지되는 한 나의 삶에서 함께하는 것이다. 독서에 대해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샤를 단치는 책, 그리고 독서에 대해 극상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은 사실 여기에서 끝내도 전혀 부족함이 없겠지만 샤를 단치라는 매력적인 작가를 조금 더 소개한다는 의미에서 책을 읽으며 느낀점들과 눈에 들어오는 독서에 대한 작가의 사색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저자는 독서가 자발적인 행위이기는 하지만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습득되는 행위라고 보았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단순한 지식보다는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물 혹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그런데 샤를 단치에게 독서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었다. 노는 것보다 책에서 더 많은 기쁨을 느꼈다고 하니 일반적인 독서가는 아니었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에 더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어찌보면 읽는 것만큼 이기적인 행위도 없을 것이다라고 샤를 단치는 쓰고 있다. 그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는 샤를 단치 만큼 광적인 독서가는 아니었지만 그 동안의 독서의 길을 돌아보니 나 역시 독서를 통해 나를 점점 더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샤를 단치의 평범하지 않은 독서에 대한 관점이 일관되게 흘러나오고 있다. ‘책은 독자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들이 독자를 읽다’, ‘책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 독서는 백마 탄 왕자님’ 등의 이유들은 쉽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독서를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이런 예기치 않았던 독서의 이유들을 읽어가다 보니 책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보다 확장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샤를 단치는 책을 매우 사랑하는 대단한 독서가이기 때문이었는지 독자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천박한 독서에 대해 기술한 부분에서는 그의 분노가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작가들에 대해서도 자신 만의 냉정한 관점을 유지하며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왠지 샤를 단치는 주변에 적들이 많을 것 같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샤를 단치의 지적 혹은 비판을 접하게 되면 흠칫 놀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샤를 단치는 걸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에 대해서도 신랄하면서도 솔직한 생각들을 쏟아내고 있다. 고전 혹은 명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 오랜 세월 동안 그러한 작품들이 얻어 온 명성으로 인해 솔직한 감상을 하기가 부담스럽거나 혹은 아예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지 못하게 될 때가 있는데, 샤를 단치는 이러한 독자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 준다. 아무리 걸작이라 평가되는 작품일지라도 그것을 읽은 독자의 감상은 그러한 과거의 명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샤를 단치가 이러한 지점을 아주 잘 지적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는 독서를 함에 있어 시원함과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독서는 우리를 구출해 줄 구세주다. 그러나 독서는 본질적으로 그 책을 읽었던 시간이나 장소를 구체적으로 추억하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독서란 우리가 정신이라 부르는 약간은 이상한 비물질적인 공간에서 고독한 사람들이 동시에 느끼는 영원의 순간이다.”(p.65) 이 문장들은 독서를 정의한 명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독서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시간이 멈춘 듯한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 때 만큼은 정말 영원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샤를 단치는 독서의 밝은 면과 어두은 면을 함께 말해준다. 독서를 통해 우리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고, 편견을 없애며, 이해의 폭을 넓힌다. 독서는 기분을 전환시켜 주고, 운동만큼 건강에 유익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엔 넘치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서점에서 책들에 파묻혀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때로 독서는 위로를 구하는 우리를 낙담케 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한다. 실용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 독서는 어리석은 짓이기도 하다. 또한 독서를 한다고 교양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 세상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독서에도 양면성이 있다. 책을 읽게 될 때 우리는 이러한 양 극단의 바다에서 유영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 책에는 독서를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도 담겨 있다. 샤를 단치는 ‘책에 조언을 구하지 말고 책 속의 보물을 훔치라’고 조언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는 새 신발을 고를 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가장 잘 어울리는 신발을 고르는 것처럼 읽으라고 조언한다. 어려워서 소화하지 못할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샤를 단치의 이런 조언은 아주 어렵게 느껴지는 책을 만날 때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된다. 저자는 뇌리에 박히게 되는 한 문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그것이 실마리가 되어 책 전체의 내용을 떠올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잠언집 같은 경우엔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것을 제안한다. 한편 독자들이 경계해야 할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 때로 우리는 우리의 편견을 합리화하기 위해 책을 찾기도 하는 데 이러한 습성은 올바른 책 읽기에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 직감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작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를 품을 필요도 있겠다. 아무리 저명한 작가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샤를 단치는 체계적으로 그리고 열정을 가득 담아 읽을 것을 제안한다.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샤를 단치는 책을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짧막하게 언급하고 있다. 책을 왜 읽는지에 대한 물음에 또 다른 대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잃어버린 황홀감 때문에, 투쟁하기 위해서, 근거 없는 미신 때문에, 가증스러운 글에 울화가 치밀어서, 미칠 것 같아서, 사색하기 위해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책을 읽지 않기도 한다. 특히 사색이 필요한 때에는 책으로부터도 떨어져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보화된 미래는 권력자들에게 더 충실히 봉사할 것이고, 그럴수록 인류의 정신은 더욱 조그만 상자 안에 갇힌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필요한 더 많은 도서관들은 태블릿 PC속에 다 들어갈 것이고 스크린 위 아주 작은 아이콘 하나로 축소될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소멸하리라.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으면 인류는 자연으로 되돌아가 짐승들과 함께 살 것이다. 그리고 미개하고 착하고 순한 독재자가 곳곳에 설치된 총천연색 화면들 속에서 미소를 지으리라.”(p.188) 샤를 단치의 이 말처럼 우리의 미래를 이렇듯 황폐하게 놓아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비판적 의식을 가지고 함께 읽고, 함께 즐거워하며, 함께 세상을 바라보며 나아가자. 미개한 독재자의 미소에 함께 침을 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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