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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다

초원위의양 2016. 3. 20. 00:40

그림책의 모든 것

작가
마틴 솔즈베리, 모랙 스타일스
출판
시공아트
발매
201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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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내게 알려준 것은 5년 전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는 나의 첫째 딸과 이 녀석에게 그림책이라는 것을 선물해 줬던 사랑스런 아내이다. 이전까지는 그림책은 그냥 아이들이 심심할 때 보는  책, 혹은 극성스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읽어주는 책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에 대한 나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책을 보면 볼수록 그림책에는 교훈, 아름다움, 재미 등 참으로 많은 것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림책의 매력은 나를 이 책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이 책은 그림책의 역사에서부터 소재, 그림책이 탄생하기까지의 실제적 과정, 그림책 출판 산업에 이르기까지를 다룬 그림책 백과사전의 축약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페이지마다 실린 대표적인 삽화들은 그림책의 세계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광대하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림책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책이다.

 

  그림책의 기원을 찾아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다보면 수천, 수만 년 전의 동굴 벽화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 인쇄술의 발명으로 그림책이라는 형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최초의 어린이 그림책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1658년 뉘른베르크에서 출판된 코메니우스(Comenius)의 그림의 세계이다. 19세기에 이르면 채색 인쇄법이 등장하고 그림책은 한 단계 더 진보하게 된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그림책의 아버지라 불리는 랜돌프 칼데콧(Randolph Caldecott)이 등장한다. 칼데콧의 그림책은 모리스 센닥(Maurice Sendak)이 “글이 빠지면 그림이 대신 말하고, 그림이 사라지면 글이 대신 말한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현대 그림책의 원형으로 인정되고 있다. 20세기 초반 그림책의 황금기를 이룬 시기부터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소개된 대표적 그림책 작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그림책이 어떻게 발전해 온 역사와 그 변화상을 빨리감기 하듯 지켜본 느낌이 든다. 달음질 하듯 역사를 둘러보는 것 같지만 동시에 매우 면밀하게 살펴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대표적 삽화들을 곁들여 그림책의 역사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림책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가장 훌륭한 그림책은 가정에서의 작은 미술관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매우 공감이 가는 표현이다. 그림책은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멋진 회화를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화된 예술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며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장을 제공받는다. 그렇다면 이런 그림책을 쓰는 작가들은 어떤 소양 혹은 자질 혹은 기술을 갖추면 좋을까? 이에 대해서는 키스 미클라이트(Keith Micklewright)의 “볼 수가 없다면 그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릴 수 없다면 보는 법을 배우는 것도 힘들다.”라는 말이 대답이 될 수 있겠다. 그림과 글로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소통하는 기술이 필요하고, 이는 보는 능력과 그리는 솜씨가 서로 의존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고 이 책의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이야기 책에서보다 그림책에서 강조되는 부분은 시각적 소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들에는 그림책이 어린이 독자들과 어떤 상호관계를 나눌까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림책에 대한 어린 아이들의 반응을 연구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어린 아이들의 반응을 옮겨 놓은 부분이 있는데, 어린 아이들의 대답을 읽어가다 보면 놀라움이 솟아올라온다. 어린 아이들의 표현력과 자신들이 읽고 상상한 생각과 느낌들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림책은, 아니 잘 쓰여진 그림책은 아직 지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되는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많은 설명을 하지 않고도 다양한 생각과 느낌들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그림책을 대했을 때 보이는 여러 가지 행동들이 간략하면서도 알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되어 있다. 우리 아이가 그림책을 보며 보이는 말과 행동들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그림책을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네 번째 장에서는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에 대해 소개하면서 그림책에 관한 학문적 연구들을 소개한다. 그림책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글과 그림이 역동적으로 힘을 합친다. 그림책이 훌륭하냐 아니냐는 이와 같은 글과 그림의 관계에서 판가름이 난다고 할 수 있다. 글과 그림은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으로는 글과 그림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며 전혀 다른 정보를 제공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이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되도록 구성되기도 한다. 또한, 흔하지는 않지만 그림책은 그림으로만 구성되는 경우도 있고 글자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면밀한 구상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라는 독립적인 표현 매체를 하나로 섞음으로써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더욱 다양해지고 담을 수 있는 의미의 폭도 크게 확장되도록 하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저자들이 소개해 주고 있는 하나로만 읽히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에도 관심이 가게 되고 찾아 읽게 되는 점에서 이 책은 그림책 세상으로의 안내서와 같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저자들은 그림책을 통해 난해한 주제를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해 주고 있다. 과거로부터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정하려 해 왔고, 불쾌하고 위험한 것들로부터 어린이들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그림책에서도 폭력, 죽음, 성, 인간관계, 슬픔과 전쟁 등을 표현한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었다. 저자들은 폭력, 사랑과 성, 죽음과 슬픔, 인간이 저지르는 비인도적 행위(전쟁과 인종문제 등) 들을 다룬 작가와 그들의 그림책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집에 있는 우리 딸아이의 책 중의 하나인 ‘내가 함께 있을께’라는 책이 소개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이런 책을 다섯 살 난 아이에게 읽어줘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현실 세계에서 우리 곁에 항상 함께 있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꽤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새 어른이 되어버린 나도 미처 생각하거나 느끼지 못했던 점들을 함께 발견해 가는 과정이 상당히 즐겁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장점은 각 장에서 설명하고 소개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 및 학생들의 사례 연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책의 영역에서 나름의 독특함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해줘서 그림책이라는 세계로의 여행에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책의 마지막 두 장에서는 전통적인 인쇄방식과 그림책 제작 과정을 역시나 매력적인 그림들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하고, 이어서 그림책 출판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 주고 있다. 이 두 장은 실제 그림책 작가가 되기를 준비하거나 해당 분야에서의 사업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주제들이라 생각된다. 

 

  이 그림책이 모든 것이라는 책을 통해 그림책이라는 상당히 매력있는 세계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게 된 듯하다. 글과 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많은 이야기들을 선물해주는 매력적인 그림책의 광활한 세계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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