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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어깨 너머로 국부론 읽기 03 본문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부의 원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당시의 통념은 국부의 원천은 상업이라는 것이었지만, 아담 스미스는 무역은 진짜 부가 아니라 교역할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 즉 노동이 투입된 결과물을 부로 정의했다. 이것이 국부론의 출발점이 된다. '부'란 한 나라가 생산하는 생산물의 양이라고 할 수 있다. 부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같은 노동을 통해서도 효율적으로 더 많은 부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아담 스미스는 노동과정을 세분화함으로써, 즉 분업을 통해서 노동을 효율화하여 부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을 기술한다. 분업은 노동을 매우 효율적으로 투입되도록 만든다는 것을 아담 스미스는 설명한다.
분업이 발생하는 이유를 아담 스미스는 인간의 본성과 시장의 특성에서 찾고자 했다. 먼저 사람들은 하나의 물건을 다른 물건과 바꾸어 갖기 위해 거래하고 교환하는 성향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자신이 생산한 것 이외의 필요를 느낀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시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가진 것과 교환하기를 원한다. 이 때 교환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이익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아담 스미스는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이 자애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말하지 않고 그들 자신에게 유리함을 말한다. 거지 이외에는 아무도 전적으로 동포들의 자비심에만 의지해서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썼다. 즉 사람들은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한 삶이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아담 스미스는 시장이 확대될수록 분업이 진전되다고 보았다. "교환 능력이 분업을 야기하기 때문에 분업의 전도는 언제나 이 교환능력의 크기, 또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시장의 크기에 제한을 받는다.", "사냥이나 고기잡이에 종사하는 야만국들을 보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많든 적든 유용노동에 종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나라들은 비참할 정도로 가난해서 단순한 결핍때문에 아이들, 노인들, 병든 사람들을 때로는 직접 죽이거나 때로는 내다버려서 굶어 죽게 하여 야수들의 밥이 되게 할 수 밖에 없거나 또는 적어도 스스로 그런 처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명화되고 번영하는 나라들을 보면, 수 많은 사람들이 전혀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절대 다수의 일하는 사람들보다 10배, 때로는 100배의 노동생산물을 소비하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의 총 노동생산물이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풍부하게 공급받고, 가장 저급의 가장 빈곤한 노동자라도 그가 절약하고 근면한다면 어떤 야만인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을 얻을 수 있다." 고 기술하고 있다. 분업의 진전은 노동생산성의 증가를 말하는 것이고, 경제적 불평등이 있지만 전반적 물질적 생활수준이 향상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물질 생활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과거의 야만사회를 그리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업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삶은 좋아질 수 있겠지만 단순한 사람이 되는 경향이 있다. 정신이 피폐해져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될 수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최소한의 양식을 갖출 수 있도록 초등교육이 강화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아담 스미스는 분업의 부작용에 대해 이렇게 기술한 바 있다. "분업의 진전에 따라 노동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의 직업은 몇 가지의 극히 단순한 작업으로 한정된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의 이해력은 필연적으로 그들의 일상적인 직업에 의해 형성된다. 자신의 일생을 몇 가지 단순한 작업에 바치는 사람들은, 그리고 그것의 결과물도 항상 같거나 거의 같은 경우에도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제거할 방법을 발견하기 위해 그의 이해력을 발휘하거나 그의 창조력을 행사할 기회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그는 자연히 그런 노력을 하는 습관을 상실하게 되고, 일반적으로 인간으로서 가장 둔해지고 무지해진다. 그들의 정신은 마비상태에 빠져서 어떤 합리적인 대화를 이해하거나 그런 대화에 참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관대하고 고상하고 온화한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되며 따라서 사생활 방면의 수 많은 일상적 의무들에 대해서도 정당한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 그는 자기 나라의 중대하고 광범한 이해관계를 전혀 판단할 수 없게 되며, 만약 그가 그런 상태로 되지 않도록 국가가 특별히 애쓰지 않는다면, 그는 전쟁시에도 자기 나라를 방어할 수 없게 된다."
현대 사회는 분업이 더욱 심화된 사회이다. 아담 스미스가 지적했던 분업의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경험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만 지불된다면 노동자들은 그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듯 하다. 과거 이승만이나 박정희, 전두환 같은 독재세력들에 대한 저항이 거세었던 시대에는 노동자들도 자유와 민주를 얻기 위해 돈 이외의 가치들에도 관심을 두었었고, 적극적으로 대항했었다. 국가에서 따로 교육을 하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앎과 배움에 대한 욕구가 타올랐다. 노동운동은 학생 운동과 함께 그 궤를 같이 하며 국가 전체적인 시민운동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러한 저항을 통해 제도적 민주화를 이룬 이후에는 이러한 경향이 사라지고 유일한 관심과 가치는 노동에 대한 대가에 맞추어져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하는 사실은 이내 믿음이 되어 버렸다. 이와 함께 어느 정도 경제적 부가 갖추어지자 사람들은 왠만한 자극에는 꿈쩍도 하지 않게 되었다. 마치 불 위에 데워지고 있는 냄비 안에 든 개구리처럼 서서히 변해가는 주위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어 버렸다. 이대로 계속되어 아 물이 뜨겁네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는 때가 이르게 되면 아마도 그 냄비 속에서 빠져나오는 게 이미 늦어버린 순간이 될 지도 모른다. 이명박을 지나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이 시점은 냄비에 든 대한민국 시민들이 뭔가 뜨뜨근함을 느끼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뜨거운 물에 익어서 죽기전에 냄비에서 빠져나올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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