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익숙하다고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본문

맛있는 책읽기

익숙하다고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원위의양 2016.03.20 00:15

사물의 민낯

작가
김지룡, 갈릴레오 SNC
출판
애플북스
발매
2012.04.16
평점

리뷰보기

 

 

  우리는 종종 익숙한 것을 안다고 착각하며 산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은밀하고, 익숙하고, 맛있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은 정말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고, 사용하고, 보고, 먹는 것들이다.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도 있긴 하지만, 워낙 상식이 풍부하지 않은 인생이었는지라 이 책에서 소개되어 있는 익숙했던 많은 물건들이 이렇게도 낯선 역사를 가지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주변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물건들에도 나름의 유구한 역사가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되니 무심히 지나칠 것이 어느 하나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소개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실제로 사용할 때 그것들의 역사가 떠올라 일상이 흥미롭게 변해감을 느낀다.

  성형 수술의 동기를 미용이나 자신감의 회복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만들어지는 공포에 있다는 생각은 내게 참으로 신선하게 와 닿는다. 왠지 자연 앞에 죄스러운 느낌이 들게 하는 피임약이 여성에게 해방을 선사한 위대한 발명품으로 추앙받는다는 것을 미처 몰랐었고, 누구나 다 하는 줄로만 알았던 포경수술에 이런 뒷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하이힐이 원래 다리가 긴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과 과거 절대왕정 시대에는 남성용 하이힐도 있었다는 것을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저자가 폭넓은 상식으로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여러 가지 물건들의 역사를 따라가보자. 책의 첫 장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약간은 강도 높은 소재들을 선택한 것은 영리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딱 펼쳤을 때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겨나도록 은밀한 물건들로 첫 장을 효과적으로 구성하였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익숙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수염이 빨리 자라는 사람들이 거의 매일 같이 사용하게 되는 면도기가 출현하기까지 역사적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이 행해졌는지 상상해 본 적은 없다. 이 책은 이렇듯 내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매력을 제공한다. 우리 조상들이 1600년대 초부터 안경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팔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사극을 보면서 저 시대에 안경을 쓴 사람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코웃음을 치곤 했었는데, 오히려 내가 웃음거리가 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하찮아 보이는 우표의 경우엔 희소성에 따라 수십억원에 팔리고도 있다니 너무나도 놀랍다. 자그마한 그림이 인쇄된 종이조각이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정상적인 것은 아닌 듯 하다. 포크의 경우 도입기에 신성 모독이라는 거친 반발을 받았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존의 틀 혹은 체제의 폭압성이 어느 정도까지 악화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 넥타이를 어떻게 매듭짓는가에 대한 기원도 알려주다니 이 책은 잡학사전과 같은 느낌이다. 사람들과의 대화거리를 상당히 많이 건질 수 있겠다.

  저자는 세 번째 장에서 여러 가지 먹거리들에 대한 역사도 추적하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다른 물건들에 비해 개인적인 관심도가 상당히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다른 장들에 비해 잘 읽히지도 않고 각 이야기 소재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내게 있어 먹을 것들은그리 큰 것이 아닌 혹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여러 가지 사물들이 내 앞에 펼쳐져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내가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있어 하던 것이 무엇인지 문득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음식 장이 내겐 그러하다. 거참 신기하다. 관심사에 따라서 집중하게 되는 능력 혹은 태도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는데 동일한 책을 읽는 때에조차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는구나. 한참을 들여다봤지만 먹을 것들에 대해선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네 번째 장에서는 신기한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게임기에서부터 시작해 나침반까지를 다루고 있다. 사실 신기하다고까지 할 만한 물건들은 아닌 듯하지만 흥미로운 점들이 몇 가지 있다. 게임기는 첨단 과학 기술이 전쟁과 같이 인류를 살상하는 것에 이용되는 것을 보며 괴로워하던 마음이 동기가 되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 한다. 게임은 무해하기만 할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첫 동기와 유용성을 알게 되니 다르게 보인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인류 식생활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다 준 냉장고의 대중화도 흥미롭다. 1862년에 냉장고라는 기계가 만들어지고 판매되었는데 그것이 1930년대에 가정에까지 대중화되기까지는 70여 년이 걸렸다. 그 후로 또 그와 비슷한 시간이 지난 요즘도 냉장고에 있어서는 그리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은 듯하다. 냉장고도 가정용 스마트 시스템들과 연동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형태나 기능면에서는 단계를 뛰어넘는 변화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냉장고는 미래에도 비슷하게 존재할까 궁금해진다. 현대 과밀화된 도시의 상징이랄 수 있는 고층건물들의 등장엔 건축기술이외에 엘리베이터라는 물건이 큰 기여를 했다. 신기한 물건에 어울리지 않는 씨리얼이 들어가 있는데, 씨리얼이 자위행위 억제를 위한 식단에서 출발해 만들어졌다고 하니 신기하기는 하다. 인터넷을 다룬 부분에선 구글(Google)의 원래 사명이 구골(Googol)이었다는 재밌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최고의 장난감이라 칭할 수 있는 레고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는 포기를 몰랐던 한 덴마크인의 열의를 느꼈다. 게다가 그 장난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원칙은 요즘의 다른 많은 제품들에도 적용해 볼 만한 것들이다. 레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을 정도니 레고가 가진 매력과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생아처럼 만들어진 캐릭터 헬로 키티의 성공을 보니 제품도 어찌보면 알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담배에 대한 인디언의 전설은 슬프고도 유머스럽다. 너무 추한 얼굴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 아이.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다음 생엔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다. 그녀가 죽은 자리에 돋아난 풀이 담배라는.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다. 요즘 금연구역도 늘어나고 흡연자들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과거엔 흡연으로 인해 참수당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하니 요즘의 흡연가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이제 곧 있으면 동계 올림픽이 열릴텐데, 이 근대 올림픽이 학생들의 자위를 예방하려다 영국에서 부흥한 마라톤으로 인해 생겨났다는 게 참으로 우습다. 포르노는 유해할까에 대한 역사적, 국가별 논쟁도 소개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도 참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인류의 역사와도 함께해 온 것이라 해도 무방할 포르노를 어떻게 할까? 우리도 덴마크처럼 개방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키티, 둘리, 뽀로로와 같은 캐릭터의 인기 비결도 흥미롭다. 이러한 것들이 산업과 결합될 때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얻게 되는 모습을 보니 놀랍기만 하다.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고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 희생없는 조세"라 불렸던 복권의 탄생이 카사노바로부터 기인했다니 정말 의외이다. 최고의 기호식품이랄 수 있는 커피를 아주 옛날에는 콩을 빻고 볶아 빵에 발라먹었다고 한다. 

  익숙하지만 잘 모르고 있던 물건들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은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특히 여러 청중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로 사용할 만 하고, 또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어색하고 딱히 할 이야기거리가 없을 때 이 책에서 소개된 이야기들을 활용할 수 있겠다. 어찌보면 이 책에서 소개된 많은 소재들이 그냥 흩어져 있던 것들인데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놓고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정리하고 나니 나름 괜찮은 이야기 책이 된 것 같다. 책은 이렇게도 쓸 수 있겠구나라는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다. 이럴 경우 주의해야 할 부분은 각 소재가 차지하는 분량일텐데, 이 책은 나름대로 각 장의 분량과 각각의 물건들에 할당한 분량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록 쓰여져 있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한다. 이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일상에서 내 주변의 물건들의 역사를 알고 나니 매일의 삶에서 호기심이 더 많이 발동되고, 나도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내가 얻었던 것들을 다른 이들/분야들에 도움을 주고 싶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