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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믿지 마세요 -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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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믿지 마세요 -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초원위의양 2016. 3. 20. 00:14

  당신은 민주주의 국가 혹은 체제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2013년을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나는 이 대답에 쉽게 그렇다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 대체 민주주의라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 것인지 답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토크빌이라는 사람과 그의 책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온라인 강의(휴넷 행복한 인문학당)는 이런 나의 고민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듯 하다. 내겐 이름조차 생소하기만 한 토크빌. 그렇지만 이 동영상 강의를 발견하자 마자 한 자리에 앉아 다 들었다. 동영상 강의에서 간략하게 소개해 준 이 책에 대한 관심도 매우 커졌다. 

  토크빌은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방 귀족출신으로 판사 생활을 하다가 1830년 프랑스의 7월 혁명 이후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보고 이를 1835년에 책으로 저술하였다고 한다. 극단적 민주주의 형태와 반대편으로 극단적인 왕정복고의 모습을 보며 프랑스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그의 책에 담았다. 토크빌은 "민주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며, 민주주의에 적응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폐혜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1권에서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주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선과 악이 무엇인지, 미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제도와 장치를 사용하는지 등에 대해 논하고 있다. 2권에서는 미국적인 것과는 별개로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민주주의의 이상적 형태를 구분하고 귀족주의적인 유럽의 사회와 비교하였다고 한다. 

  토크빌은 민주주의는 필연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는 이것을 어떻게 수용할 것이고 사회에 안착시켜 제도화하여 민주주의 정부를 구성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개념을 (1) 인민에 의한 정부라는 정치체제로서의 의미와 (2) 조건의 평등이라는 사회적 상태로서의 의미로 정의했다. 토크빌은 미국과 유럽의 민주주의를 비교하면서 유럽의 불안정한 민주주의를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와 그것에 대한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그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법률과 습속이 민주주의적인 인민들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했다. 즉, 미국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유럽의 민주주의 과제를 제시하였다. 

  토크빌은 "가슴으로는 귀족주의자이고, 이성으로는 민주주의자"였다. 귀조적 감성을 소유하였지만 미국을 여행하면서 민주주의 자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을 알게되고 그것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토크빌은 민주주의가 복지를 향상시켜 부를 가져오고 이는 정치적 권리를 확산시키는 데에까지 나아간다고 보았다. 그는 민주주의가 사람들의 자유를 실현시킬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 민주주의의 필연성을 말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는 묘한 역설이 존재함을 토크빌은 알고 있었다. 자유의 민주주의적 개념은 정당하기는 하지만 나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반대로 자유의 귀족주의적 개념은 정당하지 못하지만 좋은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즉, 귀족주의 시대의 자유는 특권계급에 한정되지만, 이것이 오히려 개인성을 발전시켜 개인적 가치와 독립을 위한 열정적 취향을 증진한다. 반대로 민주주의 시대의 자유는 평등한 권리를 발생시키기는 하지만 개인주의적 고립을 유발하고 극단적으로는 노예상태로 귀결된다. 토크빌은 민주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때의 부작용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하찮은 존재로서 서로 유사하기 때문에 각각의 개인은 그 자신을 보면서 동시에 그의 동료인간을 보게 된다"라고 하여 민주주의가 가져온 획일성의 효과를 묘사한 바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토크빌이 말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전제정"이라는 역설적 개념이다. 그는 "미국에서 다수의 전능은 입법자의 전제정을 가능케 하고 또한 관리들의 임의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다수는 법률을 만들고 감독하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면, 통치자와 피통치자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게 되고, 공무원을 자신들의 수동적인 대행자로 간주한다."라고 이 개념을 설명했다. 민주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다수의 폭정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다수에 의해 국가 권력이 행사되는 국가권력은 민주주의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획일화되고, 자기 자신에게만 집착하는 특징을 보인다. 물질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개인들에게 민주주의적 전제군주가 등장하게 된다. 이 전제 군주는 '절대적이며 세심하고 절도가 있고 신중하고 유순한 권력'이다. 이 전제정은 인민들의 물질적인 이윤과 물질적인 향유는 만족시켜주지만, 실제 정치적으로는 자유를 박탈해 간다.

  토크빌은 이러한 민주주의적 전제정이 등장하게 되는 이유를 (1) 민주주의 시대 개인들이 교육과 자유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물질적 쾌락의 욕구가 급속히 성장, (2) 물질적 쾌락에 대한 강한 욕구가 사적인 재산과 공적인 번영을 관계시키지 못하게 함을 들고 있다. 즉, 사적인 독립만을 추구하고 정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되고 전제군주와 같은 존재에 의존하게 된다. 토크빌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안하고 있다. 토크빌은 사적인 자유와 공적인 번영관의 관계에 주목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사적인 물질 향유만을 추구할 때 공적인 번영, 공공성, 덕성은 갖추지 못하게 됨을 비판했다. 토크빌은 "자유만이 이런 민주주의적 사회에서 자연적이며 개인들을 옥죄고 있는 악덕들을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다"고 보았다. 자유란 시민들을 고립된 상태에서 끄집어내어 서로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공적인 영역에 관심을 갖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서로를 이해하고 공동의 문제에 대해 같이 토론할 것을 제안하였다. 토크빌은 물질적 향유, 금전적 숭배에서 벗어나야만 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살펴보면서 그것을 유럽과 비교하면서 미국의 민주주의적 특성들 특히 자율성에 대한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조명하였다. 미국은 township 제도 즉, 지방 분권이 잘 되어 있었다. 토크빌은 미국의 작은 도시들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실행되는 것을 목격했다. 프랑스의 경우 행정적인 중앙집권화가 발달되어 집중된 국가권력이 시민들의 자유로운 공간을 침해하였으나 미국은 town이란 곳에서 시민들이 공적인 업무에 관심을 기울이고 거기에서 권력이 집중화되는 것을 막았다. 토크빌은 시민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간을 town으로 보았다. 미국은 또한 배심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토크빌이 판사였기 때문에 더 주목했던 부분인데, 이 제도는 시민들에게 자기와 무관한 일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함으로써 책임감을 교육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법률 정신이 발달하게 되고 정치적 덕목을 햠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토크빌은 배심원 제도를 개인을 넘어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공적인 심성들을 갖출 수 있는 경험을 하게하는 것으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는 종교가 정치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지만,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중간 지대를 형성함으로써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이곳에서 공적인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시민 의식 향상에 도움을 받는다고 본 것이다.이러한 제도를 통해 민주주의가 타락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공적인 심성과 시민적인 덕성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토크빌은 프랑스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지방 분권화 운동을 강하게 추진하였다.

  토크빌은 정상적인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학의 임무로서 결사체를 제안하였다. 이 결사체는 미국의 township 제도와 종교처럼 공공성과 시민들의 덕성을 키우고 개인적인 고립을 막아주는 중간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정부나 영주에게 해결을 요구하기보다는 연령, 지위, 기질 등에 관계없이 결사체를 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이 결사체 민주주의를 통해 대표자의 전횡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큰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행할 수 있게 된다. 결사체는 먼저 개인적 차원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능력, 시민적 덕성, 비판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민주주의 학교의 역할을 하여 개인이 고립되지 않고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공 영역의 차원에서는 시민들 사이의 의사소통과 심의를 확산시키고, 차이와 공유를 통해 공공 영역을 더욱 확장시키는 공론장을 형성하게 한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초기엔 이익 집단이나 저항 집단으로 작용하지만 점차 정책을 위임 받아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모습으로 발전해 간다. 이는 조정과 협력을 이끌어 내어 민주적 정통성을 제고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즉, 대표자에게 더 많은 정당성을 부여해 주고, 대표자가 많은 시민들의 의지를 읽어낼 수 있어 대표의 기능을 더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출처: 휴넷 행복한 인문학당 '토크빌' 강의 1~9강을 요약/정리한 것임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토크빌이 우려를 표하며 주목했던 민주주의의 부정적 측면들이 거의 그대로 대략 180여년 후의 대한민국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수, 아주 적은 다수의 이름으로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폭압적인 정부가 이명박이 시절부터 지속되어 박근혜와 그 주변 무리들이 정권을 장악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고, 길고도 긴 한 해를 대한민국 국민들은 견뎌내야만 했다. 토크빌과 그 당시 사상가들이 말했던 '다수의 폭정'은 이명박이와 박근혜네 한나라/새누리 정권을 가장 잘 표사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명박이와 박근혜, 그리고 한나라/새누리당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국정원 등을 이용하고 거짓 공약들을 남발함으로써 정권을 유지/장악했다. 명박이가 대통령이 될 때 대한민국 국민들은 토크빌이 말했던 민주주의적 전제군주를 기대했다고 생각한다. 명박이가 가진 번지르르해 보이는 그의 배경과 달콤한 감언이설들에 다수의 국민들은 자기 자신의 물질적 이익, 경제적 번영을 탐욕하며 명박이와 그 일당들에게 소중하고도 소중한 한표 한표를 던져버렸다. 명박이 정권의 추악한 거짓과 눈속임에도 자신들이 던진 표에 대한 보상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5년을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매우 적은 다수는 여전히 그 기대와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국가기관 선거개입, 공약파기, 언론 조작, 노동자 탄압을 일삼고 있는 현재의 정부에게도 기대고 있는 듯하다. 토크빌이 왜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유지를 위해서 교육을 강조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아니 나부터 나에게 집착하며, 나의 안녕을 추구하고,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민이 되어버렸다. '나' 라는 틀에 내게 주어진 '자유'를 스스로 가두어 버렸다. 주변에서 노동자들이 탄압을 받고 있고, 송전탑 설치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사람들이 있고, 미국의 이익에 충성하려고 자연유산을 파괴하고, 국정원/군대/사법부/경찰 등 국가기관은 권력의 개가 되어 있고, 주요 방송과 신문들에선 지극히 정상적 일꾼들이 쫓겨났고, 언론은 쓰레기가 되어 버렸고, 지식인이라는 대학교수들은 그 잘난 연구비와 명성을 쫓아 역시 정권에 충성하는 개가 되어버렸고...이루 헤아릴 수 없는 비상식적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대한민국을 살아내면서도 나는, 나의 몸은 너무나 나의 안녕만을 생각해왔던 것은 아니었나 크게 반성한다.

  토크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으로 시민들이 나아갈 수 있는 혹은 참여할 수 있는 중간의 활동 영역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대선을 준비하면서 훌륭하게 활동했던 나꼼수, 그리고 원래의 직장에서 부당하게 쫓겨났지만 뉴스타파라는 훌륭하고 중요한 매체로 다시 대한민국의 진실된 언론을 바로세워가고 있는 그룹, 아직까지 뭐라 평가내리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을 함께 모아가고 있는 국민TV협동조합 등 이러한 부류의 그룹들이 우리 사회 망가져만 가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되돌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딴지일보에서 마련한 벙커1이라는 장이 토크빌이 말했던 결사체 조직이 활동할 수 있는 훌륭한 공론장이라 생각된다. 나와 같이 머리로는 문제라 생각하지만 개인의 안녕을 위해 몸을 움츠리게 되는 시민들이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서 공공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데 기초가 될 수 있는 덕성을 함양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벙커1과 같은 결사체조직으로 향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벙커1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가기 위한 노력을 했던 성지로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와 유사한 공론의 장이 정치, 경제, 교육, 복지 등 각 분야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진정 이 조국의 민주주의를 서로 함께 바로 세워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